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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Mar 15. 2020

백의민족에 좀비를 끼얹으면 <킹덤>

하얀 상복과 빨간 피의 좀비라는 연출


# 스포일러 주의

원래 좀비를 주제로 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시원하게 때려잡는 인간들과 전 지구적 아포칼립스가 구성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인간들을 주요 주제로 한다. 그래서 좀비는 액션을 보여주고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그래서 좀비는 어느 장르에 갖다 붙여도 제기능을 잘 수행한다. 기본적으로 재난 영화에 속하는 <새벽의 저주>, 좀비와의 두근두근 로맨스를 그린 <웜 바디스>, 질병 추적 과정을 주로 다룬 의학 영화 <월드워 Z>, 그리고 좀비 코미디 영화 <좀비 랜드>까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고민되던 좀비물이 조선 사극에도 영향을 주었다.

- 조선의 정치사에 좀비를 끼얹으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조선 후기는 왕권과 신권의 미묘한 균형이 사라지고 신권이 강조되며 세도정치와 외척 정치의 득세가 시작되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들은 이런 이러한 상황에서도 왕권을 지키려는 왕의 고군분투가 주요 주제였다. 이런 상황이 서양인들에게는 왕좌의 게임처럼 왕이 되기 위한 귀족들의 세력다툼 같이 느껴지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서양과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서양은 각지의 영주들이 자신의 영지에서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해 자신들의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데 목표가 있지만, 조선 시대의 세도 정치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허수아비 왕을 세우는 걸 목표로 했다. 그래서 <킹덤> 속 해원 조 씨도 자신이 직접 왕이 되어 역성혁명을 일으키는 것보다 자신의 딸에게 아들을 낳게 해 손자를 왕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인육을 탐하는 좀비와 혈육을 중요시하는 조학주 대감을 겹쳐 보이게 만든다.


- 빠른 전개

한 시즌에 6화 밖에 안 되는 분량이라 전개가 매우 빠르다. 실제 감상 시간은 4시간이면 끝난다. 넷플릭스는 한 번에 한 시즌의 모든 화를 공개하다 보니 주요 주제를 질질 끄는 전개가 많아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킹덤은 달랐다. 인물들의 행동이 바로바로 진행되고 배경이 순식간에 바뀐다. 예를 들어 상주와 문경새재는 가까운 곳이지만, 문경새재와 한양까지의 거리는 지금도 차로 3시간 이상은 걸리는 거리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의 발로는 14일 이상 걸렸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순식간에 한양으로 도달한다.

5군영

- 오군영의 역사적 고증

국사책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양란 이후 군사제도를 정비하여, 훈련도감, 어영청, 총융청, 수어청, 금위영으로 나뉜 한양 방위 체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사극에서는 모두 다 관군으로 뭉퉁그려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킹덤>에서는 각자 독립 체계를 갖고 있으며, 서로 대립하는 등 별개의 군으로 그려진다. 이들 오군영은 역사적으로도 군량으로 이자놀이를 하면서 뒤를 봐주는 붕당들의 재정적 기반이 되었고, 무관들도 세도가와 연결되어 사병처럼 부려졌다.

백의민족과 좀비

- 하얀 상복 + 피

후반부 궁궐에서 모인 좀비들은 의상은 왕의 상중이라 모두 하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좀비로 변하면서 피가 묻어, 하얀색 의상에 대비된 피가 훨씬 돋보인다. 좀비 장르는 대부분 피가 난무하고 팔다리 없는 좀비들로 슬래셔 장르의 특성을 지니지만, '킹덤'은 하얀색 상복에 피가 묻은 좀비들을 보여줌으로써 잔인하지만 혐오감이 덜 드는 연출과 제작비 절감에 성공했다. 그 와중 방패를 들고 5초 동안 좀비를 때려잡는 캡틴 조선 장면은 최고다.

장전에 대한 묘사가 현실적

- 문제점

착호갑사 출신으로 신들린 저격 솜씨를 보여주던 영신이 수망촌의 사람임이 드러나서 안현 대감과 조학 주를 적대하지만, 둘 다 죽자 그 이후에도 백성을 위한다며 세자를 따른다. 사실상 좌익 위가 죽고 세자를 보필할 인물이 없어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백성, 백성을 외치던 세자가 갑작스럽게 왕위를 포기하는 과정이 허술해 보인다. 적자가 있는데 서자가 왕을 이으면, 정통성에 문제가 생겨서 신하들 장악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거고, 살리려고 하면 국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왕을 포기하는게 맞다. 근데 이런 설명없이 뚝딱 넘어가서 문제

조학주 대감은 세자에게 반기를 들지언정, 생사초를 이용해 왕실과 종묘사직을 지킬 정도로 나를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중전 조 씨는 세르세이 라니스터를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나 특유의 카리스마나 잔인성은 보이지 못한다. 그나마 마지막 중전 좀비라는 귀한 장면을 만들어 내었다.

사극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EDM풍의 OST


- 기생충

대부분의 좀비 시리즈는 발병원인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좀비 바이러스를 설명하는데 분량을 할애할 시간이 없고, 이미 아포칼립스가 일어난 시점에서 원인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은 생사초라는 풀에 따라오는 기생충알이라는 제대로 된 원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화학무기로 활용하여 왜적을 물리쳤다는 사실도 나온다. 또한 감염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에, 물에 들어가면 기생충이 죽는다는 치료법 또한 생겼다. 대부분의 좀비물에 치료법은 없고 물리는 사람을 죽이지 못해, 자신도 죽는 클리셰가 반복되는데, 이런 클리셰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달리 튀는 말투는 여전

- 시즌 3의 떡밥들

어린 왕의 생모가 살아서 궁에 궁녀로 있음

어린 왕의 뇌가 발달하면서, 미처 제거되지 않은 기생충이 활동을 시작함

기생충의 병상이 변화한 이유

생사초를 파는 사람이 있음

좀비들에게 방울을 장비하는 등 좀비들을 실험하는 전지현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원래 계획 자체가 10부작 정도였고, 시즌2까지는 예정된 제작 수순이었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역병(코로나 바이러스)이 창궐해 집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의 비중이 많은 현재의 추세로 보면 시즌2는 성공할 것이다. 시즌 2가 성공하면 시즌 3 제작에 들어간다고 하니 몇년 뒤에 시즌3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으로 한국의 드라마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에 공동 투자하여,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는 한국 드라마가 갈수록 늘어나고, 최근 일본에서는 2조 원에 달하는 계약 규모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더 퀄리티 높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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