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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un 25. 2020

픽사답지 않지만 그래도 픽사 <온워드>

엘프는 왜 파란색인가 

온워드라는 제목에서 이 영화의 방향이 하나도 추측되지 않는다. 간단한 제목 하나만으로 그 영화를 대표하던 픽사답지 않은 제목이다. 제목인 'Onward'는 '앞으로! ' , '전진'이라는 구령으로 쓰이기도  하며, 영화 상에서도 그렇게 사용된다. 그런데 온워드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는 이 영화와 큰 상관이 없다. 수입사에도 그렇게 판단했는지 온워드 뒤에 '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부제를 붙여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소심한 주인공이 스토리가 진행되며 용기를 얻고 자신의 능력이 만개한다는 스토리의 영화에는 '앞으로'라는 제목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픽사스럽지 못하다. 


가족의 해체와 이혼율이 높은 미국의 작품이라서 일까, 픽사의 작품은 대부분 가족의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가족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이의 장난감과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의 성장을 다룬 토이스토리가 그 예시이고, 상관없을 것 같은 월-E 조차 월 e와 이브라는 커플과 선장과 AI(선대 선장)라는 수직적인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픽사의 작품은 대부분 클리셰를 중심으로 뻔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참신한 소재를 통해 매번 픽사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감동은 새로이 표현했다. '토이스토리'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을 통해, '코코'에서는 멕시코 저승으로 떠난 소년을 통해, 월-E에서는 지구를 청소하는 낡은 로봇과 생존한 인간을 통해 우리에게 매번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픽사는 뻔한 스토리지만 뻔하지 않은 소재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온워드'는 소재마저 너무 뻔하게 흘렀다. 현대에도 유지되는 오크와 엘프 등등의 판타지 설정, 다시 부활한 마법과 모험, 이미 동아시아 권에서는 만화와 소설로 엄청나게 소비되어 낡고 닳은 소재이다.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좀 새로운 편이기는 하다. 대세인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서 인지, 대부분 하얀색이나 검은색으로 나오는 엘프의 색을 파란색으로 설정한 것도 눈에 띈다.


그래도 픽사는 픽사다. 가족은 엄마 아빠뿐만이 아니라 형제도 포함된다는 감동,  요정 폭주족이나 만티코어 술집처럼 클리셰를 깬 깨알 같은 디테일한 요소에서 픽사를 느꼈다. 그래도 판타지와 마법이라는 설정 자체가 너무 진부하고 은근히 주토피아의 마이너 카피 같아서 너무 기본만 가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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