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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un 29. 2020

중력을 거스르는 힘, <부력>

중력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억압의 힘에 거스르는 힘, 부력, 제목의 의미

* 스포일러 주의


다양성 영화이긴 하나 영화 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많지 않은 영화이다. 유튜브 리뷰도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잘 모른다. 소규모 영화 배급사에서 수입하여, 많지 않은 극장에서 상영 중보니,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띈다. 기사도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를 몇 줄 실은 기사가 전부이다.  예고편에서 조차 무슨 영화인지 잘 알아보기 힘들다. 동남아의 바다를 배경으로 동남아 배우들이 나오지만, 영화 소개 정보 상에는 호주 영화로 되어 있다. 감독만 호주 사람일 뿐, 배우들은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였기에, 주인공이 캄보디아 사람인 걸 끝날 때쯤에야 알았다. 실제 저인망어선에서 노예로 일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표정만 봐도 억울함이 느껴진다.

소통의 단절

영화 상에서는 모두 한국어 자막으로 처리되어 파악하기 힘들지만, 배우들의 언어가 전부 다르다. 선장 무리는 태국어를 사용하고, 주인공과 친한 형은 캄보디어 공용어인 크메르어, 다른 노예들은 미얀마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서로 소통이 단절되고 상황 파악도 쉽지 않으며, 선원들의 모의로 선장을 향해 대항하는 건 더욱 힘들다.  


이 영화 ' 부력' 은 태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동남아 원양어선 노예를 고발하는 사회고발 영화이다. 대부분의 사회고발 영화는 현실을 스크린으로 옮기며, 다큐 같은 형식으로 평이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격렬한 연출이나 흔들리는 화면, 긴장감을 조여 오는 OST 없이도 담담한 사회고발 영화를 스릴러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예 노동을 고발한다는 의미를 떼고 본다 하더라도, 평범한 영화로도 상당한 수작이다. 


바다라는 배경

영화 전체에 대사가 매우 적다 표정과 얼굴만으로 모든 상황을 전달한다. 각자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언어의 문제를 더욱이 잘 드러내며, 노예들의 무기력한 표정과, 선장 무리들의 어투만으로도 망망대해의 중심에 있는 어선을 더욱 비극적인 공간으로 남게 한다. 청량한 바다에 있는 배 한 척이 낭만적일 수도 있으나, 이 영화에서 바다는 짙은 황토 빛에, 하늘은 항상 흐리게 나온다. 어선은 죽기 전까지 나올 수 없는 감옥이다. 

누가 봐도 나쁜 놈

대물림

작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선장은 노예 출신이다. 선장 역을 맡은 배우도 어렸을 때, 어선에서 노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실감 나는 연기가 가능했듯 싶다. 주인공인 소년 챠크라는 선장 무리의 계속해서 동화된다. 가끔 나오는 큰 생선을 선장에 바치고, 회 한점, 사진 하나, 아주 작은 것들을 받는다. 그렇게 조금씩 신뢰를 쌓고 갈등이 생긴 다른 노예도 죽여 버린다. 선장은 챠크라에게서 자기를 겹쳐보고 그 일을 나무라지 않는다. 챠크라가 그대로 배안에서 생존한다면, 선장 자리를 물려받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업에 자주 쓰는 밧줄

제목 '부력'의 의미

주인공 차크라는 계속해서 물에서 떠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고향을 떠나기 전에도 강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겼고, 얼마 안 되는 귀중한 쉬는 시간에도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부력은 중력이라는 지구의 절대적인 힘 앞에서 저항할 수 있는 힘이다. 물의 부력 덕분에, 사람은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물위에서 떠다닐 수 있다. 

차크라를 향한 노예 노동의 억압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떠나 시키는 데로 따라왔지만, 배로 팔려갔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맞거나 죽는 것을 보았다. 선장들이 차크라에게 직접적으로 때리거나 죽이려고 한적은 없었지만, 억압은 중력처럼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런 억압에서 저항하는 힘이 부력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부력인 것 같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저렴한 해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영화다. 호주에서는 윤리적어업을 위한 사회운동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국제 베를린 영화에서 심사위원상, 국제 마카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인 만큼 기본적인 영화의 재미 자체는 보장된다.  미지의 영역에 가까운 동남아 배우들로 이루어진 영화이지만, 연출은 호주인 감독이 맡았기 때문에,  연출의 세련됨도 돋보인다.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얼른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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