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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ul 15. 2020

익숙함과 어색함 <#살아있다>

디지털 시대의 좀비 아포칼립스

* 스포일러 주의



기존의 대부분의 좀비 영화들은 미국에서 제작되다 보니, 미국의 넓은 땅덩어리와 자유로운 총기 사용 그리고 차고를 통한 D.I.Y 와 차량 개조 같은 실로 미국스러운 문화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할 국의 대부분의 형태는 아파트이고, 예고편에서 드론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좀비 아포칼립스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되었다.  영화 제목이 그냥 '살아있다' 도 아니고 해쉬태그를 붙여 '#살아있다'인 것도, 구조요청을 SNS로 하는 디지털 세대를 십분 반영한 것이라 참신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좋은 소재를 기존의 좀비물 클리셰, 그리고 한국 영화의 단점만을 섞어서 따라한 듯한 엉성함을 만들어 내었다. 두 배우의 걸출한 연기력이 무색하게도 초반부 유아인의 '배틀그라운드' 게임 씬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무 스트리머 방송 하나만 봐도 게임에서 저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화신호는 잘 안 잡히지만, 인터넷 방송은 가능한 아이러니(와이파이로 되겠지? 그럼 인터넷 전화가 될 텐데?)부터 시작해서, 영화 자체가 각종 어설픔으로 가득 차 있다. 


뭐 하나하나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람이 갑자기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리고 좀비들을 상대로 도끼를 마구 휘두를 수 있다는 급전 개부터,  좀비들이 비 내리는 소리를 내며 갑자기 이동한 이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안 들어오던 전기가 어느새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는 작동하고 있다. 재해시에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하면 안 된다는 상식도 어느새 잊혔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하게도 좀비물의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연인 좀비를 키우는 사람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고, 이들은 그전까지 나쁜 사람을 전혀 만난 적 없지만 대놓고 의심부터 하고 본다. 이 사람이 '아내 좀비를 데리고 다니며, 생존자를 습격하고 보존식품을 쌓아놓고 있으며, 수면제를 어디선가에서 구했다'라는 추측은 단 몇 분 이내에 마쳐야 스토리 이해에 무리가 없다. 또한 그걸 처절하게 그려내기보다는 유아인이 어머니가 살아남으라고 해서 살아남기 위해 힘쓴다는 것과 동일하게 한국적인 가족 신파로 표현해서 어이가 없다. 그렇게 공허하게 외치는 '살아있다'는 너무 공허하게 들려서 차라리 한명 빨리 죽어주는게 영화 진행에는 더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구조대가 온다는 말은 그 나쁜 사람이 해줬지만, 구조대는 실존했으며, 인터넷과 전기가 끊겼지만, SNS로 제보를 받고 구조활동을 한다. 그리고 저렇게 큰 헬리콥터가 코앞에 있지만,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갑자기 나타나며, 혹시 감염됐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메디컬 체크 하나 없이 바로 헬기에 태워준다. 


디지털 시대의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신선한 도입과 자가격리라는 시대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걸 너무나 익숙하고 어색하게 소비해버렸다. 드론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전기는 들어오는 건지 안 들어오는 건지도 모르고, 주인공은 정말 운이 좋게도 가족이 습격받는 음성을 사서함에서 들을 수 있었다. 너무 편리하게 스토리가 흘러가서 이게 진라면과 짜파구리의 협찬을 전혀 받지 않았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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