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cer Sutherland -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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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we do is talk, talk, talk'
'아 글쎄 내 얘기 좀 들어보라니까..'
그날의 갈등은 싸움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했다. 내가 침묵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날 나는 나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그녀와의 갈등에 대해서 제 3자에게 쏟아내고 싶었다. 나 혼자서 미운 마음을 쌓고, 그 마음에 대해서 괴로워한 싸움이었다. 제 3자에게 쏟아내고 싶었던 마음의 대부분이 그녀에 대한 나쁜 마음이었다. 소리 없는 싸움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어리석은 생각을 멈추고, 제 3자에게 '우리'의 일을 내뱉길 그만두었다. 포기했다고 표현 하는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상의 험담을 멈추게 만든 것은, 도덕적 판단으로 인한 제동이 아니라 그저 나쁜 말들을 내뱉는 행위에 대한 염증에 더 가까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밥은 먹었어?'
나는 혼자만의 냉전을 멈추어야 했다. 냉전을 멈추기 위해서는 평소와 같은 연락, 평소와 같은 대화가 필요했다. 잠은 푹 잤는지, 밥은 먹었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대화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 당장 대화를 나누고도 금방 증발해 사라져 버리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늘 저녁에 치킨 먹을까?'
금방 증발해 버리는 주제들이라고 할지라도, '일상'이라는 주제는 우리의 대화가 이어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의식적으로 말투를 정돈하고, 내 감정을 숨기기 위해 어쩌면 티가 날지도 모르는 격양된 톤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이런 작위적인 말투는 대화가 진행될수록 자연스러움을 되찾았다. 자연스러움을 다시 입혀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대화가 가진 힘 자체였다. 죄책감이 반쯤 묻어있는 나의 의식도 아니었고, 상대방 혹은 그 어느 누군가 나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말을 꺼냈고, 대답을 들었다. 서로가 평소에 항상 누나던 그 문장들 사이사이에 그저 말을 내뱉었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점점 나쁜 마음들을 잊어버렸다.
그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는 그녀가 정말로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 생각들은 한 줌의 걱정과 다른 한 줌의 애정 같은 감정들이 다시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참으로 고맙게도, 미움이 담긴 생각들을 모두 잊게 만들어 주었다.
'말'에는 묘한 힘이 담겨있었다.
이건 '사과'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이런 식으로 돌고 돌아서 시작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그러한 의미도 조금은 담겨 있지만, 더 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어찌 되었건 평화를 원했던 내게 최종적으로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줄 수 있었던 것은 사소한 말 하마디였다. 시작은 작지만 점차 의미가 커진 사소한 말 한마디.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문장이 내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큰 결과는 아닐지라도, 말은 분명히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어준다. '결과물'은 아닐지언정, '시작'을 줄 수 있다.
잔뜩 나쁜 마음을 품고 난 후에, 비겁하게 미워하던 대상에게 내뱉지 못한 말을 제3자에게 쏟아내려고 작정한 뒤에, '잘 잤어?'라는 말 한마디로 화해의 시작을 건네준 것처럼 말이다.
'말'에 담긴 묘한 힘으로, 마법사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