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 #34] 정체를 알 수 없는 통증

임신 24주차, 근육경련

by Sylvan whisper

임신으로 인해 산모가 겪는 여러 증상들은 임신 초기부터 말기까지 계속해서 따라온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거나, 초기에 힘들게 지나온 입덧이 끝났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임신이라는 시간은 늘 그렇듯, 하나의 증상이 사라지면 다른 얼굴로 다시 찾아온다.


어느 날, 아내가 온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근육통인지, 근육경련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통증이었다. 특정 부위가 아니라 팔, 다리, 허리, 종아리까지 애매하게 이어지는 통증. 눌렀을 때 시큰한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것 같기도 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아내 스스로도 “이게 뭐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날 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임산부에게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를 찾아 주문하고, 약국에 들러 마그네슘을 고르며 괜히 성분표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 앉아 계속 마사지를 해주는 일이었다.




아내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고, 나는 다리를 주무르고 종아리를 눌렀다.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듯 문지르기도 하고, 조금 힘을 줘 꾹꾹 눌러보기도 했다. 배가 조금씩 나오면서 골반이 밀려나서 그런지, 특히 허벅지 위쪽과 골반 근처에서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배와 가까운 부위라 자연스럽게 ‘살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임신 전이라면 전혀 아파하지 않았을 정도의 힘에도 아내는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몇주 전만해도 피로쯤으로 넘겼을 통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몸은 같은 자극을 전혀 다른 신호로 되돌려주고 있었다. 그 차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일은, 임신이라는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졌는지 물으면 아내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통증은 줄어든 것 같다가도 자리를 옮겨 다시 나타났다. 마치 어디에든 숨어 있다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밤은 길었고, 우리는 몇 번이나 자세를 바꿨다. 불을 끄고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아내의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나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이게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옆에 있다는 표시일 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날은 유난히 자주 했다.




며칠 뒤 산부인과에 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임신 중에는 그럴 수 있어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근육통인지, 경련인지 딱 잘라 말해줄 수 있는 설명은 없었고, 뾰족한 대처법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병명이 없는 통증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더 막막하게 만들었다. 치료가 필요 없다는 말보다,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더 오래 남았다.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가 관리가 필요한 상태인지 알 수 없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자주 미안해졌다. 아내가 느낄 막연함 때문이기도 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보다, 대신 겪어줄 수 없다는 현실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임신으로 인한 증상이라는 말 한마디로 묶이기엔, 산모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너무 구체적이고, 매번 새로웠다.

그날 밤, 내가 계속해서 마사지를 해주던 이유는 어쩌면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라도 알려주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해결하지 못해도, 대신 아파주지 못해도, 그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다는 감각만큼은 남기고 싶었다.


임신이라는 시간을 함께 건너는 일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되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줄 정보

1. 임신 중 근육통·경련·전신 통증은 특정 원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으며, 임신 주수와 체형 변화에 따라 통증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2. 마그네슘 등 일부 영양소는 임신 중 근육 경련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3. 통증은 ‘위험 신호’가 아니더라도 산모에게는 충분히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불편으로 체감된다.

4. 의학적으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증상일수록 산모와 보호자는 막연함과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5. 임신 기간의 돌봄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는 역할에 가까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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