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6주차, 임당검사
집 근처 공원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집에 도착할 즈음이면 저녁식사 시간이 될 터라,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자연스레 저녁 메뉴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외출을 다녀오는 길이다 보니 저녁을 차리기는 귀찮고, 오늘은 맛있는 걸 배달시켜 먹을까 싶었다.
아내와 내가 식사 메뉴를 고르는 방식은 늘 비슷하다. 떠오르는 메뉴를 하나씩 던져보고, 그중에서 조금 더 끌리는 것을 남기는 식이다. 치킨이 먹고 싶기도 하고, 떡볶이가 먹고 싶기도 하고. 단번에 메뉴를 정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그날 아내의 머릿속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하나씩 빼는 과정에 가까워 보였다.
'떡볶이는... 탄수화물 덩어리란 말이야...'
요즘 아내의 머릿속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 ‘임당검사’. 그 단어가 아내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었다. 임신성 당뇨 검사. 아내는 요 며칠 이 검사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임당검사는 대부분의 산모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검사다. 태아의 기형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처럼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검사는 아닐지 몰라도, 결과에 따라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스트레스를 준다. 아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임신 기간 동안 산모를 가장 자주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아마 ‘음식’일 것이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고생하고, 이후에도 커피나 날 음식처럼 피해야 할 음식들이 있다. 반대로 먹덧이 찾아오면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이 따라붙고, 체중이 불어나면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증에 대한 염려가 뒤따른다. 음식은 하루 세 번, 매일 반복된다. 한 끼의 부담은 작을지 몰라도, 누적된 신경은 결코 작지 않다.
'엄청 걱정되는 건 아닌데... 혹시라도 수치가 안 좋게 나오면 재검사도 해야 하고.'
임당검사가 산모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검사, 또 다른 하나는 확진 이후의 식단 관리이다. 재검사는 몇 시간에 걸쳐 여러 번 채혈을 해야 하기에 그 자체로도 힘이 든다. 만에 하나라도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게 되면 자극적인 음식이나 간식은 한동안 멀어지고, 식단의 양과 질을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미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한 시기인데, 그 통제가 더 촘촘해지는 것이다.
'떡볶이 한 번 먹는다고 검사 결과가 달라지진 않아!'
검사 결과에 전전긍긍하는 아내 옆에서 남편들이 이런 말을 뱉는다면 산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문득 그런 말을 건네려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내의 걱정은 수치 그 자체보다도 ‘혹시 나 때문에’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 남편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은 안다. 우리는 비교적 무난하면서도 맛은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메뉴들을 추려가며 저녁 메뉴 고르기를 이어갔다.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덜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을 과정이었다.
임당검사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병원에서 채혈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보통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첫 검사 이후에도 재검사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
아내의 마음을 더 졸이게 만든 일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 역시 임당검사를 받았다. 그 친구는 검사 다음 날 바로 결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하루 이틀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이번에 아내의 검사 결과는 빠르게 나오질 못했다. 3일이 지나도 문자 통보가 오지 않아, 결국 아내가 직접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결과는 정상! 전화를 끊은 아내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날 저녁 우리는 미뤄두었던 탄수화물을 마음껏 주문했다. 떡볶이도, 다른 음식도 함께. 그날의 탄수화물은 유난히 달았다.
수치 하나에 매달려 있던 며칠의 긴장이, 그제야 조금 풀린 듯했다.
한 줄 정보
1. 임신성 당뇨(임당) 검사는 보통 임신 24~28주 사이에 시행되며 혈액검사로 선별한다.
2. 1차 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오면 2~3시간 동안 여러 번 채혈하는 재검사를 진행한다.
3. 임신성 당뇨로 확진될 경우 식단 조절과 혈당 관리를 병행해야 하며 일부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4. 임신 기간 동안 음식에 대한 통제는 매일 반복되기 때문에 누적 스트레스가 크다.
5.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3일은 산모에게 실제 검사보다 더 긴장되는 시간일 수 있다.
6. 남편의 가벼운 위로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부부 소통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7. 임당검사는 태아 건강뿐 아니라 산모의 향후 당뇨 위험도와도 연관된다.
8. 임신성 당뇨의 발병률은 3% 정도로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꽤 많은 확률이라 할 수 있어 산모들에게 큰 걱정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