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사라지기 전에

2026년 1월 1주 차

by 가애K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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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으로 역제안이라는 것을 시도했다. 이제까지는 마주해서 싸우고 반박하는 과정이 피곤해 그냥 '내가 떠난다.'라는 마음으로 살아왔었다. 처음으로 너희가 날 필요로 하면 정당한 대우를 하라고 제시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자신이 아무리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해도 협상테이블에서 협상에 우위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돈을 주는 건 회사라서 갖가지 이유로 거부하면 답이 없다. 결국 그냥 떠나는 게 답이 되는 상황을 마주한다.

내가 뱉은 말을 지키지도 못하는 내가 화가 나는데 몸이며 마음이며 다 지쳐서 누구 하나 붙잡고 울부짖고 싶은 날을 버텨야 된다면, 굳이 여기가 아니어도 되니까 하는 마음에 질렀던 제안이 의외로 나 하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일이었나 보다. 월, 화, 수만 출근하면 되는 이번 주 내내 다들 내게 조심스럽게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고,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안도하는 광경이 신선했다.


이제 남은 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냐, 이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에서 조금만 더 손을 뻗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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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렇게나마 당신의 소식을 들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주하는 이야기는 따끔하네요. 작게나마 적은 생각들이 글자로 남아 어딘가로 흘러가 내게 도달하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을 테지만, 그 글자들이 제게 남기는 흔적은 참 아프네요. 무언가를 포기하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시간이 완벽하게 그대를 지우지 않아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그대가 지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웠어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 또 그래야 한다면 또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좋아요. 사실 모두들 없었던 사람들이고 언젠간 사라질 사람들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대들이 보고싶다는 말은 아니에요.

저는 아직도 어린애처럼 헤매고 있어요. 목 놓아 울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프고, 품 안에 안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려요. 가을과 겨울에 내가 슬프지 않을 만큼만 있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생명을 마무리하는 건 계절의 역할인데 왜 그즈음엔 나도 무언갈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걸까요.

어쩌면 계절이 아니라 계절을 핑계 삼아 나 스스로에게 하는 짓일지도 모르죠.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저는 이제 그때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뱉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었어요.

이 정도면 후련하신가요?

부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모두.


안녕 다들. 그리고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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