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는 배려에서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Rob Wicks
언젠가 한 번쯤은 '일머리'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네이버에서 일머리를 검색하면 '어떤 일의 내용, 방법, 절차 따위의 중요한 줄거리.'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는 '일 하는 센스'가 있냐 없냐로 통용한다.
일머리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결국 한 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일을 어떻게 처리는 했지만 뒤에 작업해야 하는 사람이나, 뒤에 이어서 진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하기 곤란하게 되어 있는 경우. 또는 사회초년생이어서 잘 모르고 작업한 경우. 이렇게 작업해 둔 일을 파헤쳐보면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자기가 이해한 대로' 되어있기 일쑤다. '자기 방식'과 '자기가 이해한 대로'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기적인) 방식'과 '(잘못) 이해한 대로', 그 행동들에 '잘못'이 들어간 것 자체가 문제다.
A와 B는 함께 나와 오프라인 행사용 부스를 꾸미고 있었다. 부스 뒷면에 포스터를 붙여야 하는 일을 함께 진행 중이다. 포스터를 붙이는 방식에 대해 A와 B의 의견이 다르다. 서로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A: 그냥 모서리에 테이프 붙여서 마무리하고 쉬자.
B: 그러면 진행하다가 떨어질 수 있다. 어차피 한 줄로 이어서 붙여야 되는데 나중에 한 번에 떼게 뒷면에 테이프로 이어 붙이고 첫 장과 마지막장만 고정하면 되지 않겠냐.
여기서 A는 말한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그냥 붙이라고 하면 이런 식으로 붙일 것이다. (이 사진은 모서리에 붙이진 않았지만...)
B는 포스터를 한 줄씩 일렬로 놓고 뒷면에 테이프를 주-욱 붙여서 붙이자고 했다. 결과물이 이런 식이니 한 줄씩 고정해서 붙이자고 했을 것이다.
사실 이 상황에 답은 없다. 경우에 따라 A가 더 나은 방법일 수도 B가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어떻게 고려했냐에 달렸다.
다시 위의 상황의 포인트를 보겠다.
A: 그냥 모서리에 테이프 붙여서 마무리하고 쉬자.
B: 그러면 진행하다가 떨어질 수 있다. 어차피 한 줄로 이어서 붙여야 되는데 나중에 한 번에 떼게 뒷면에 테이프로 이어 붙이고 첫 장과 마지막장만 고정하면 되지 않겠냐.
A는 오프라인 행사 준비가 너무 힘들었나 보다, A의 목적은 단순히 일을 끝내는 것에 있다. B의 목적은 나중에 덜 귀찮고 싶은 것이다. 이 상태에서 현장의 상황에 대한 조건을 추가해 보자.
- 앞으로 준비할 것이 많아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렇게 가정하면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하는 A가 좋은 사람 같지만 나는 같은 일 두 번 안 시키려는 B가 더 일머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머리는 상황과 배려가 잘 융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C와 D가 선배 A와 B에게 일을 할당받았다. A는 이렇게 말했다.
"근처에 문구점 가서 테이프 사 오고 오다가 시간 괜찮으면 그 카드로 커피도 사 와"
C와 D는 무사히 문구점에 가서 테이프를 넉넉하게 사 왔다. 그리고 여유가 남아 A가 요청한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 바로 '오다가 시간 괜찮으면 그 카드로 커피도 사 와'이다. C는 이 커피가 행사용 커피믹스라고 주장했다. D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커피라고 주장했다. 어떤 커피일까?
정답은 '다시 물어본다.'이다. 상황에 따라 경계가 모호해지는 말이 있다. 이 경우 그냥 다시 물어보는 게 가장 정답이다. 그 순간은 바보냐며 혼날 수 있어도, 더 큰 실수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 말을 들은 당시에 누구의 커피냐고 물어봐야 덜 번거롭고 덜 혼났을 것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뭐 하지만, 사실 일머리를 키우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잘 확인하고, 잘 배려하고, 일 두 번 안 하면 된다. 당연히 사회초년생은 이런 것들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확인하고 어떻게 일 두 번 안 하면 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자주 물어보길. MZ라서 어쩌네 저쩌네 소리는 MZ를 조금 벗어난 내가 들어도 불편하다. (사실 저렇게 선 긋는 사람이 잘 못 했다고 생각한다.)
다들 화이팅, 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