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면접자였던 내가 면접관으로?
위층에서 Flutter 개발자 면접을 봐달라는 요청이 왔다. 팀장님께 공유드리고 면접 준비를 했다. 직접 회사의 면접관으로서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소소하게 동아리 면접이나 연구실 면접 같은 것들은 여러 차례 해왔고 창업에 동참했을 때 이력서 검토를 진행했던 적은 있었으나 내 동료를 찾기 위한 면접은 처음 봤다.
경력기술서를 공유받고 당황했다. 1차 서류검토가 진행된 이력서라고 들었는데 서류 검토를 진행하신 분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첫 장만 봐도 같이 일하기 싫은 타입이었다.
경력기술서는 날짜가 최근일수록 위에 배치하고 중복되는 내용을 최소화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일단. 양식이 깨졌다. 여기서부터 아... 싶었다.
그리고 내가 말한 조건 중에 하나도 충족된 것이 없었다. 경력은 오름차순이었으며 그마저도 어디까지가 서버개발인지 어디까지가 앱인지도 모르겠으며,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이게 앱인지 서버인지 구분이 안 갔다.
유지보수에서 A프로젝트, 신규 론칭에서 A프로젝트가 나오고 이게 이건가 하고 스크롤을 여러 번 움직이면서 이력서 인강이나 취업캠프에서 들었던 말들이 기억났다. 많은 이력서를 보면 피로해져서 간략하고 핵심만 담아서 써야 한다던.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일단 일정이 잡혔으니 나도 서류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 사람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까지 30분 남았을 때 20분가량 늦는다고 연락 왔다.
... 솔직히 여기서부터 샤우팅 하고 싶었다. 면접을 5분도 아니고 10분을 넘게, 그것도 회사까지 30분 걸리는 거리에 거주하는 사람이? 왕복 두 시간인 나도 20분 먼저 오거나 5분 늦는다고 하고 정시에 도착했는데?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야! 나가! 를 참고 면접을 진행했다.
그래도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긴장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경력기술서에 기재된 서비스 위주로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 문득, 퍼블리에서 면접관 팁 같은 걸 보고 들어갔어야 했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준비한 예상 질문지 10개에서 의미 있는 답을 얻어낸 건 3개, 1개는 아얘 질문할 수 없었고 6개는 내 의도와 다른 대답을 받았다. 혹시나 싶어 몇 가지 더 물어봤을 때도 내 질문의 의도 파악이 전혀 안 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질문에 담은 의도는 단순하다.
개발을 단순 돈벌이 수단이 아닌 흥미가 동반되는 사람과 일하고 싶었다.
나처럼 포지션을 앱 안에서 여러 프레임워크를 도는 방법도 있지만 더 욕심내서 풀스택까지 노리는 개발 욕심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기술 트렌드를 체크하는지 알고 싶었다.
문제 해결을 다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자기가 수정하고 고치고 작성하는 그 기술 자체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의도들을 담아서 이렇게 질문했다.
개발 커뮤니티 활동하시나요? 오프라인 콘퍼런스나 밋업은요?
가장 최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해결한 버그를 설명해 달라.
플러터와 리액트네이티브 둘다를 경험하셨는데, 본인에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셨나요?
왜 이런 프로토콜을 사용하셨나요?
신제품 기획에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셨나요? 제안은 얼마나 반영해 주던가요?
대답을 못한 질문은 없었고,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신 부분은 너무 좋았지만 내가 생각한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도 그러진 않았을까? 서류는 강박적으로 작성하는 나인데, 면접은 과연 잘 봤을까?
물론 지금 회사는 서류지원부터 최종합격까지 1주도 걸리지 않았고 나는 내 경력에 자부심이 있지만, 나는 면접에서 면접관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여기 있는 걸까?
무언가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자질을 요구한다고 생각되는 경험이었다. 지금 당장 실무에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으니 가진 시간을 최대한 더 많이 써야지 뭐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