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사직을 받는 기분

위기는 거꾸로 하면 기회

by 유의미

시간은 빠르게 흘러 5월이 됐다.

재수하기로 하기는 했는데 공부는 거의 책도 펴보지 못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만약,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별로였다거나 나를 괴롭혔다면 더 빨리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했을텐데, 나는 이 사람들과 같이 술먹고 놀러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대학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대학은 축제 시즌이겠구나.

캠퍼스는 어떨까.

여전히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은 있었다.




바로 그 때 병원에서 권고사직을 받는다.

지금처럼 실업급여 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러면 실업급여라도 받게 해주세요 라는 말을 10여년전의 순수 그잡채인 내가 말할 수 있을리 없었다.

거의 통보 수준이었다. 알고보니 새로 직원을 뽑았는데 인건비가 오너입장에서는 이중으로 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내가 일을 빠릿빠릿하게 했던 것도 아니라 가장 약하고 어리버리한

사람을 해고하는 게 사회라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평생 다닐 것도 아니었고 오래다닐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결말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나도 마침, 6월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모의평가를 준비하면서

반수하듯이 수능을 준비하기로 했다. 부모님께는 요만저만해서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제 병원 아르바이트는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교재비나 강의비용도 내가 알아서 할테니 전면 수능 체제로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나서 어디서 공부할지 장소를 정하기로 했다.

도서관은 우리 동네에서 너무 멀었기에 제끼기로 했다.

이동 거리가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 장소가 독서실이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였으며 마침 독서실 총무를 구한다고 했다.

바로 전화를 했고 면접을 보러오라고 했다. 중년 여자분이 사장님이었다.




재수생이며 수능을 준비하면서 총무를 하려는 지원동기를 밝혔다.

사장님은 마침 급하게 사람이 필요했던지라 채용하겠다고 했다.

독서실 총무의 베네핏은 내가 원하는 자리에 지정석으로 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시간은 지금은 기억 안나지만 오전부터 저녁까지 였고, 내가 지정석으로 공부를 하러가면

사장님와서 교대하는 식이었다.




어떻게 전산으로 자리를 지정하고 예약하는지 알려줬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에어콘을 켜주고 춥다고 하면 난방을 켜주면 되었으며

청소하는 아줌마는 또 따로 계셨다. 사실상 돈받고 자리보전하면서 어디 고장난 곳이 있으면

사장님에게 알려만 주면 되는 일이라 공부하면서 하기에는 나름 괜찮았다.

돈도 약간 받았다.




그렇게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능을 준비하게 된다.

문과생이라 사회탐구를 준비했었고 당시 유명했던 메X XXX, 이XX 등

과목별 스타인강강사들의 강의를 들었다. 이 비용도 부담되어 재수생 카페에서 교재를 사고

강의를 산다거나, 강의를 한 아이디로 가입해서 돈을 서로 반반 부담한뒤 시간을 정해 들어가서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근데 아이디 공유자는 거의 들어오시지 않아서 내가 독식했던 걸로 기억한다.








언어영역은 그래도 자신있는 편이었고, 외국어, 사회 탐구 위주로 팠다.

수학은 지금 공부한다고 해도 기초가 없는 내가 따라갈리가 만무했다.

단과 학원을 1~2달 다니다 이건... 내가 못할 영역이다 싶어서 그렇게 두번째 수포자가 되었다.

외국어는 인강 강사님의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울 때는 정말 재밌는데 문제 풀면 비바다가 되는 그런 식이었다.




사회탐구는 4가지 영역을 고를 수 있었는데 역사를 좋아한다고 해서 국사를 선택했던 오만함을 버렸다.

정치, 사회문화, 한국지리, 세계지리 등 그래도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만한 걸로 골랐다.

국사는 서울대 가는 친구들이 필수로 선택해야하는 과목이었기에.




그렇게 권고사직을 받고서야 본격적 재수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톱니바퀴의 부품으로 쓰여지다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덕분에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모님도 나의 대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스스로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해가며, 문을 두드리면서 두번째 수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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