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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07. 2024

뭐만 하면 간호부. 뭐만 하면 간호사

어째서 모든 일의 치트키는 간호사인가? 


대학병원, 종합병원, 요양병원 어느 병원을 막론하고 일해 본 결과 간호사는 타부서의 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정정하겠다. 꽤 빈번하게 자주 있다. 그건 아마도 심사과, 원무과, 검사실(채혈실, 심전도실 영상의학과 기타 수많은 검사실 등등), 재활치료실, 주치의, 보호자와 환자를 연결하는 통로가 간호사를 거쳐서 이루어지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이 병원(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종종 그런 일이 생기고는 했다. 그리고 환자들 또한 간호사는 병동에 늘 상주해있으니까 친근하고 편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비용적인 부분은 원무과가 담당한다. 그런데 병원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면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라고 대답한다. 또,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하는 검사 비용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일이나 너무 바쁠 때, 급할 때 이런 질문을 하면 원무과를 통해 알아봐 줄 시간조차 없다. 그리고 이건 얼마고 이건 왜 이렇게 되는지 근거를 제시해주길 원하는 경우에는 어차피 잘 모르니까 원무과로 면담을 연결시켜주는 편이다.       



    

이런 비용문제부터 검사 시간이 언제인지, 수술 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는 것도 1등 컴플레인이다. 특히 대학병원 같은 경우에는 예약된, 정해진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응급 환자가 있다거나 검사 시간, 수술 시간 자체가 딜레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럴 때도 들볶이는 건 간호사다. 사실 간호사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그렇다.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다닐 때는 이런 부분이 참 억울했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처럼 되어버리는 이 상황이 싫었고, 간호사 되려고 공부한 대학 등록금과 학부를 이수하기 위한 시간이 아까웠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화해서 수술실, 검사실에 몇 시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뿐이었다. 이것은 요양병원에 와서도 비슷했다. 원무과에서는 퇴원 환자가 물리치료를 하고 가는 지 우리에게 물어보고는 했는데... 전화를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환자 퇴원 시간이 정해지면 오전, 오후 치료 스케쥴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산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치료 스케쥴은 원무과에서 재활치료실로 전화해서 알아보면 되는 일이었다. 왜 이걸 굳이 병동으로 전화를 하지?        







   

얼마 전에는 인지 검사를 재활치료실에서 재활치료사들이 했는데 간호사에게 하라고 병원 전체 공지 및 안건이 내려왔다고 한다. 그 안건은 재활 과장님의 입김이 작용했는데 재활과장님 피셜은 이렇다. 치료사들 바쁜데 왜 치료사가 인지검사를 하냐고 했다고 한다. (사실 환자 재활치료에 대해 더 잘 아는 것도 치료사다. 더 환자 운동능력 상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걸 굳이 왜 간호사가?) 듣는 순간 어의가 없어서 그럼 간호사는 안 바빠? 였다. 실제로 중증도가 대학병원에 비해 덜해서 그렇지 하루 반드시 해야하는 루틴 업무가 있다. 치료사들은 쉬는 시간도 있고 점심시간도 있지만 우리는 딱히 떼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점심 시간에도 보호자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하고, 점심 시간 1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없다. 20분 만에 먹고 올라와서 양치하고 차 한잔 마시면 10분 더써서 30분 정도 쓴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라운딩과 업무, 오더받기, 환자 케어를 한다. 지금 하는 일도 많은데 여기에 인지 검사까지 간호사 니들이 하라는 건 억지부리는 것 같았다.(물론 요양병원마다 치료사가 하는 병원도 있고, 간호사가 하는 병원도 있는데, 재활 과장님이 바뀌기 전에는 치료사들이 했다.) 그마저도 치료사들이 검사를 할 때는 날짜를 놓쳤다. 검사 결과가 들어와야 하는 날에도 들어오지 않아서 확인해달라고 메신저를 보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서포트하고 챙겨야 하는 게 간호사의 업무의 총량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환자, 보호자가 있다면 검사, 수술 시간이 딜레이 될 때, 대기 시간이 생길 때 무작정 간호사에게 화를 낸다거나 감정의 화풀이를 하지 않아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간호사들도 감정이 있고 그들 또한 사람이다. 일부러 환자 수술, 검사 시간이 딜레이 되길 바라는 간호사는 1도 없다. 사실 이런 컴플레인은 병원 시스템의 문제이거나 적재적소로 배치되지 않은 인적 자원 관리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결론은 간호사도 위에서 까라고 하니까 까는 존재인 것이다. 군대에서 상사가 하라고 하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다보니 또 현타가 온다. 간호사 이직률이 높은 이유도 이런 부분들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절대 간호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한줄평: 간호사도 사람일 뿐, 일부러 컴플레인을 안 들어주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병원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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