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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28. 2024

도대체 왜 우리 아이는 말하지 않을까?

첫째는 나를 닮지 않고 남편을 닮았다. 장점이 아주 많은 아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나보다는 타인이 먼저인 아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주관은 뚜렷하다. 다만, 쑥쓰럽거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할뿐, 첫째에게서 내가 첫번째로 느낀 답답함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외출할 때 첫째에게 몇시까지 나가야하니 준비하자고 미리 안내를 한다. 아침잠이 많은 첫째는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징징거리며 짜증을 낸다. 그러다가 정신이 조금 돌아오면 준비를 하는데 매번 첫째를 기다리느라 예배에 늦거나 외출시 불편할 때가 있었다. 이것은 학교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돌봄 선생님이 오셔서 옷까지 입혀놓으면 비몽사몽한 첫째가 일어나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학교에 가는 식. 내가 쉬는 날에 첫째를 지켜보니 등교시간이 9시라고 하면 8시 30분이 넘어서 일어나기가 일상 다반사. 지금은 좋아졌지만 준비다했냐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고 행동도 하지 않아 보는 사람 고구마 백만개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간에 맞춰 준비하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명확한 의사소통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대답을 안하고 행동도 안하는 첫째를 보면서 조급한 남편과 나는 아이를 기다리다가도 다그치게 됐다. 남편은 나보다 살짝 인내심이 더 없어서 폭주한다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만약 첫째가 우리에게 엄마 조금 있다가 준비할게요. 지금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라고 말해주었다면 그런가보다 했을 것이다. 문제는 본인의 생각, 마음이 어떤지를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 아이가 학교나, 밖에서도 이런 모습이 아닐지. 남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고, 눈치만 보지는 않을까 걱정 됐다. 만약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면 여기저기서 아이가 오해를 받을게 눈에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OO아, OO가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OO를 오해할 수 있어. 엄마 아빠는 OO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받을까봐 걱정돼.




우리집 OO이는 알겠다고 했지만 행동이나 말교정이 쉽게 되지 않았다. 유치원 졸업식때도 우리 아이는 조금 특별했다. 열심히 졸업연주회 연습을 해놓고 부끄러워서 안나간다고 했던 것이다. 그 해 유치원에서는 졸업하는 모든 아이들 각자 특성에 맞게 상을 주었는데 그상마저 받기를 거부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게 싫다고 했다. 덕분에 원장님이 직접 오셔서 상을 주셨는데 그게 더 주목받는 꼴...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속으로 우리 아이는 왜이러지? 싶었다. 아무리 내가 달래고 옆에 있어도 소용없었다. 친구들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내 옆자리만 딱 붙어있는지 첫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슬 부글부글 화가 끓어올랐다.





나중에 졸업식이 끝나고 물어보니 마스크를 썼으면 연주회에 나갔을거라고 했다... 그걸 왜 지금 말해주는지.. 진작 말해줬다면 마스크 씌워서 보냈을텐데... 그런 졸업식을 마쳤던 터라 나는 진심으로 첫째가 걱정됐고, 위축되어 있고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이 아이가 안쓰러웠다. 앞으로 험난한 세상, 어떻게 헤쳐나갈까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심리지원 바우처를 신청했고, 바우처에 선정되어 매주 놀이치료를 받게 됐다. 놀이치료는 치료 40분에 부모상담이 10분으로 진행되었다. 둘째를 데리고 한 번 센터에 갔는데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만큼 왔다갔다 거리고, 수업이 있는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해서 그 이후로 둘째는 다시는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생님과의 상담 10분은 건너뛸 때가 많았다.











© caleb_woods, 출처 Unsplash







지금은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첫째 상담에 같이 동석하는 편이다. 첫째는 그 와중에 자기는 학교에 친구가 없다며 나를 더 걱정시키는 말을 하고는 했는데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미술부에 같이 가는 친구도 있고 여러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논다고 했다. 부족한 부분은 어떤 점이 부족한지 학부모 상담에서 들을 수 있었다.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면서 첫째에게 친구가 1~2명이 생겼다. 자기 베스트 프렌드가 생겼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답을 안하고 행동을 안했던 첫째는 서서히 변해갔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짜증을 낸다. 그렇지만 학교에 가야한다는 것은 아는 FM적인 아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짜증낸게 아니라 일어나기 힘들어서 그런거라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학교 가지말라고 엄마는 출근할테니 너 혼자 집에 있어! 라고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전에 이 말을 하기도 했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ㅎㅎ)





그러나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OO아 약먹고 양치하자. 그러면 네. 라고 이쁘게 대답한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한다. 물론 미루는 것도 있고 안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작년에 비하면 아이가 정말 많이 컸다. 불안해보였던 모습도 많이 안정되었다. 상담 선생님도 예전보다는 학교 생활도 잘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피드백이 잘된다고 한다.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 아이가 징징거리고 그러면 화가 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누르고 무슨 일 있었어? OO아 뭐가 속상했어? 라고 먼저 아이의 감정, 마음을 살핀다. 그리고 내가 물어보지 않을 때도 첫째는 곧잘 이야기한다. 엄마 없을때 동생이 나를 때리고, 돌봄 선생님 말도 안들었다며 제보해주기도 한다. 본인이 어떤 것 때문에 속상했는지 자주 표현한다.





나는 뭐 이런걸로 삐지고 그래.  싶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8살의 나로 회귀하고는 한다. 그때 나도 엄마가 일해서 쓸쓸했던 적이 있었지. 엄마가 뭘 해주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엄마였음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첫째가 많이 커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를 어떻게 키웠는지, 엄마는 어떻게 자랐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첫째는 엄마 많이 힘들었겠다. 외로웠겠다. 엄마는 그때 어떻게 했어? 등등 질문을 하기도 한다. 어느새 경청과 공감을 배워버린 첫째를 보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때가 있다. 또다른 어려움이 오더라도 첫째랑 잘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려고 하는 것. 이렇게 나도 엄마로서 매일 매일 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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