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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04. 2024

띠용, 선물 때문에 학교에서 연락받은 이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전, 많은 걱정을 했었다. 맞벌이 가정이라 혼자 준비물은 잘 챙길 수 있을까?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첫째 성향상 상처받지는 않을까? 친구는 사귈 수 있을까? 등등 또, 사교육을 하지 않는 지라 수학이나 과목에 대한 교육? 진도는 따라갈 수 있을지 기타 교우 관계부터 학업까지 걱정했었다. 그러나 첫째는 우려와 달리 잘 적응했다. 한글은 떼서 갔었고, 수학도 생각보다는 곧잘 했다. 아이의 자율성에 맡겨두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아직은 놀 때라고 생각했던 터라 그렇게 크게 터치하지는 않았었다. 이제 2학년으로 올라간다. 학원에 다니느라 방과후부터 저녁까지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 보다는 차라리 책을 한 권 더 읽는다거나, 직접 부딪치며 경험하는 현장 학습이라고도 하는 그런 일상을 경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가끔 첫째는 학교에 친구가 없다, 친구는 있는데 마음을 깊이 나눌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서 나의 걱정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11월부터 베스트 프렌드가 생겼다면서 한껏 설레는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했다. 지난주 학교에서는 비밀 친구에게 줄 선물을 2000~3000원 선에서 보내달라고 했다. 24시 무인 문방구 에 가서 퇴근길 2000원 상당의 선물을 고심끝에 골랐다. 아이에게는 내일 학교에 가서 비밀 친구에게 전해주라고 말했다. 첫째는 알았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당연히 아이가 잘 전달했겠거니 생각했다. 학교 가방도 알아서 챙기는 아이였다. 그런데 다음날 일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첫째의 학교는 클래스팅이라는 어플을 사용하는데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세지였다.






선생님의 메세지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어머니 지난주에 비밀친구에게 전해줄 선물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내주시지 않아서 연락드린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알고보니 첫째는 내가 보낸 선물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본인이 쓰던 필통을 급한대로(?) 친구에게 네임펜을 넣어서 선물한 모양이었다. 문제는 받은 친구가 네임펜을 쓰던 도중 네임펜 잉크가 말라버려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안그래도 새 것이 아닌 헌 것을 받은 친구는 속상했는데 그 선물마저 고장나버리니(?) 속상할만 했다. 그래서 나는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보내준 선물을 자기껏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선생님께 학교 가방을 챙기지 않은 저의 불찰이라며 아마도 아이가 비밀 친구 선물을 엄마가 본인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서 가져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해보고 피드백을 드리겠노라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도 이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웠다면서 이유는 내가 기분 나빠할까봐 그랬다고 했다. 안 물어봤으면 오해할뻔 했을 것 같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친구에게 잘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선물을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상황에서 아니요 저는 보냈으니 못 보내겠는데요 라고 말할 학부모는 거의 드물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물과 포장지를 재구입했다. 더웃겼던건 선물은 3000원인데 포장지값이 5000원.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격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선물을 하루 늦게 받는 셈이었던 그 친구의 마음이 진심으로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쿠키도 추가하기로 했다. 첫째는 내가 친구의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하고, 쿠키를 굽는 과정에 함께했다. 편지를 다시 쓰라고 하니 어제 썼는데 또 써? 라고 말하면서도 또박또박 글씨를 열심히 썼다. 퇴근후라 무척 피곤했지만 결국 쿠키를 다 굽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자기전 첫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선물을 준비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첫째는 내가 포장을 하지 않아서 본인의 선물로 착각했다고 했다. 나도 첫째에게 OO이가 잘하지만 학교 가기전에 가방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첫째는 엄마가 친구의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사랑을 물씬 느꼈다고 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첫째의 이미지 쇄신을, 오해를 풀기 위함이었으니까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그런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첫째는 감동한 것 같았다. 그러더니 동생에게도 너그러워졌다. 원래 항상 내가 가운데에 자고 양옆에 두 아이가 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둘째가 오늘따라 유독 가운데서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랬더니 첫째 하는 말, 자기 오늘 엄마한테 사랑 많이 받아서 괜찮다면서, 동생이 가운데서 자도 된다고 했다. 원래 첫째 성향상 이런 일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대로 새벽부터 출근해서 퇴근하고 상담 픽드랍에 저녁 차리기, 두 아이들 씻기기까지 집안일과 육아가 끝이 안났지만 내가 수고했다는 것을 첫째가 알아줘서 고마웠다. T엄마가 F딸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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