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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11. 2024

멘붕, 우리 아이 스마트폰 사용 어디까지 가능하세요?

우리는 맞벌이 가정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선 남편은 키즈폰을 사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다. 너무 이르다고,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이고 그 노출정도를 아이는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어차피 나는 오전 근무만 하므로 퇴근하면 4시전에 집에 도착했고, 아이도 내가 하원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은 연락용으로 사주자고 했다. 이때부터가 잘못이었다. 내가 왜 남편의 말을 들었을까?

아이는 학기초에는 핸드폰을 보느라 방과후 수업에 집중을 못하기도 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이후 학교에 핸드폰은 가져가지 않는 걸로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다. 문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첫째 남편이 카톡을 깔아주었다. 지인에게 말하니 카톡은 정말 위험하다고 오픈채팅방으로 자기네들끼리 만들어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카톡은 삭제했다.



둘째, 유튜브 등을 보는데 쇼츠를 보면서 자극적인 영상도 봤다. 자연히 학교수업이나 체험 등 동영상에 비해 흥미가 떨어져 이것은 학교 공부를 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쇼츠는 안보기로 하고 유튜브도 키즈 유튜브 등으로 제한을 걸었다. 결국 1시간만 핸드폰을 하는 것으로 그 이후에는 자동잠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집도 하루에 1장씩 풀기로 했다.  



셋째, 유튜브 동영상을 티비로 본다. 아이들의 경우 어떤 컨텐츠가 좋다 나쁘다 자극적이다를 분별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보고 있다가 이 컨텐츠는 아닌 것 같다하며 짤라주는편, 지금은 말 듣지만 나중에 커서야 엄마 말을 들을까? 몰래 보기라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컨텐츠가 정말 현실에서도 그렇다 믿는다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넷째, 아빠가 게임을 한다는 점. 퇴근하고 눕눕해서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문제는 아이들 재울 때도 본다는 게 문제, 그래서 나는 종종 남편에게 권유했었다. 일단 스스로 미디어 노출 시간을 줄였으면 좋겠고 아이들 앞에서 애들 자는데 핸드폰 불빛 비추며 보는 건 아니라며, 그러더니 이불속에서 보던가 밖에 나가서 보더라. 이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내가 핸드폰 사용에 대해 말하는 것이 껄끄럽고 권위가 없다.





위의 4가지 문제로 나는 첫째의 놀이치료 때도, 내 개인 상담때도 이야기했었다. 상담사마다 관점이 다르기도 했지만 공통점은 조절해줘야 한다는 점, 아예 노출을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부자들이나 성공한 CEO들은 자녀들에게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늦췄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는 아직 그 노출 정도를 조절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되면 중독으로 갈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남편의 이런 부분이 상당한 불만스럽다.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그냥 냅둬라는 말로 일축했다. 알겠다하기도 했지만 본인은 쉬는 방식이 이런 방식이라고 했다. 이럴때마다 가끔 같이 사는게 맞나 싶은 현타가 오기도 한다. 책읽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는 않으니 적어도 잘 때는 스마트폰을 안했으면 한다.










© karthikb351, 출처 Unsplash







최근 내가 쉬는 날에 첫째랑 뭐하고 놀면 좋을까 싶었다. 둘째를 등원시키고 집에 들어왔는데,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인데 거실에서 누워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첫째는 문제집도 풀고 책도 한 권 읽었다고 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첫째의 그 한마디에는 다분한 의도가 있었는데 자기 문제집도 풀고 책도 읽었으니 엄마 이제 나 게임해도 되지? 하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순진하게도 칭찬해달라고 말했다고만 이해했던 나는 OO이 이렇게 빨리 풀었어? 진짜 대단하다 라고 말했다. 시간을 보니 10시. 지금 게임하기에는 아침에 뇌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미디어의 자극이 아닌, 게임이 주는 자극이 아닌 세상의 다른 것들로 채웠으면 했다. 그것이 꼭 공부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습, 아니면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던가 만화카페에 가는 것도 좋았다.





첫째는 내가 제시한 모든 것을 거부했다. 자기 조금만 더 하면 된다며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12시 넘어서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째는 울면서 징징거렸다. 짜증도 냈다. 왜 아빠는 밤에 잠도 안자고 게임하는데 본인은 못하게 구냐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나올줄 알았다. 역시 부모의 훈육에 권위가 있으려면 부모 자체가 그렇게 살아야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다른 안건을 제시했다. 눈썰매장에 가면 어떻겠냐면서 말이다. 마침 눈썰매장은 개장 한지 얼마 안됐고 우리집에서 20~30분 거리로 매우 가까웠다. 그러나 첫째는 집에 있고 싶다, 게임하고 싶다면서 거절했다. 그러더니 심심해서 게임을 하는거라고 했다. 뭔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심심하다길래 만화카페, 산책, 눈썰매장을 제시했는데 그건 다 거절해놓고 심심하다고? 다만 첫째가 하고 싶은 게 게임일 뿐이었다. 물론 이 아이가 아직은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애완동물 키우기나 놀이공원, 가게 만들기 등, 아기자기한 게임을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할 일(문제집 풀기, 독서 1권)도 다했는데 왜 스마트폰을 풀어주지 않냐면서 징징거렸다. 계속 듣다가 열폭했던 나는 티비선도 뽑아버리고, 학년이 올라가면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원래스마트폰을 사준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맞벌이 가정이라 연락용으로 사준건데 막상 전화하면 전화온지 몰랐다고 하며 연락이 잘 안될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게임을 할 때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래의 취지보다 게임이 선순위가 되는 셈이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오전 10시 머리가 가장 팽팽 잘 돌아가는 이 시간, 당신 딸이 게임을 한다고 한다. 물론 약속한 문제집풀기와 책읽기도 마쳤으나 이건 아닌 것 같다. 딸 피셜 아빠는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는데 왜 나는 내 할일을 다해도 게임을 못하게 하냐고 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적어도 아이들이 자고 나서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훈육에 권위가 세워지지 않는다면서 남편에게 연락했다. 남편은 짧게 응이라고 말했을 뿐, 현재도 누워서 핸드폰으로 열일 중이다. 게임도 하고, 유투브도 보고 그리고 그밖에는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 fredmarriage, 출처 Unsplash






아무튼 그런 남편의 기질, 성향을 닮은 아이라 더욱더 이 아이가 걱정되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 말 말 나온김에 TV를 없애고 거실 서재화를 추진해볼까도 생각중이다. 아이는 매번 심심하다고 하고, 나도 놀거리가 떨어지고 차라리 밖으로 나가 데리고 잘하는 것은 잘하지만 집에서 아기자기하게는 못 놀아주는 엄마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보다 더 재밌고 유익하게 놀아주고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중 백만년만에 예능 프로를 보게 됐다. 조규성 선수의 덴마크 구단 일상 라이프가 나왔는데 코치 가족의 집에 가서 보드 게임을 하고 같이노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덴마크에서는 휘게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추운 나라다 보니 해가 일찍 지고 그래서 다들 집에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있는 일상에서 같이 보드게임을 하는 문화 자체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조규성 선수도 멀리 이동할 때 선수들끼리 아무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한다고 한다. 우리집에도 이렇게 덴마크 가정의 보드게임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둘째가 어려서 휘저어서 자꾸 구성품이 없어지는 일들이 생기지만 올해가 지나면 둘째도 이해하고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한줄평: 어쩌면 아이는 사랑이 부족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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