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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21. 2024

OO 아들 때문에 문화센터에서  눈물 흘린 이유

우리 아들은 얼굴부터 장난끼가 잘잘 흐른다. 처음 본 사람들이 " 장난꾸러기네. " 라고 말할 정도다.

관상부터가 장난꾸러기인셈이다. 이 아이는 어렸을때부터 유별났는데 엄마 껌딱지였다. 모유 수유에 대한 애착이 어마어마해서 끊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동안 나는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잠은 그렇다치더라도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듯 졸졸졸 따라다녔다. 화장실에 가서 씻고 있으면 울고, 주방에서 잠깐 안방으로 이동할 때도 엄마 어디있어? 하면서 나를 찾아다닌다. 이런 아들의 엄마 단속 때문에 한 번 외출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나가면 울고 있을 아이가 짠해서 안나간 적도 몇 번 있다.





기본적으로 성격은 나를 쏙빼닮아서 자기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반드시 해야하는 성향이다.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남자 아이 특유의 장난꾸러기로 디폴트 자체가 말 안듣는다다. 설명해주면 이해하는 것 같으나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 같은 행동이란 뛰어다닌다거나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거나 모르는 사람을 때린다거나 툭툭 치는 행동 같은 것이다. 신기하게도 어린이집에서는 그렇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다거나 외출을 할 때마다 나는 늘 신경이 곤두서고는 했다. 언제 어떻게 이 아이가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서였다. 요즘은 겨울이라 이빈후과, 소아과에 사람이 무지 많다. 똑닥 어플을 사용해서 대기를 걸고 가도 기본 30분 정도 길게는 1시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들의 성향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궁금한게 있으면 만져보고 직접 겪어보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만지면 안되는 것까지도 만지고 온바닥을 쓸고 다닌다. 예를 들면 직원 전용 구역에 들어간다거나 진료실에 있는 기구를 만진다거나 화분에 있는 나무를 뽑으려한다거나 하는 행동이 그렇다. 아이에게 쫓아다니며 설명해줘도 내 행동을 저지하지 말라는 듯 엄마 오지마 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한다. 하지말라고 하면 웃으면서 더 장난을 치는 그런 스타일이다. 또 못하게 하면 운다거나 징징거린다. 어쩔 때는 행동이 너무 빨라서 눈 앞에서도 당할때가 많다.








기본적으로 에너지도 많고 활동적인 아이라 겨울에 바깥 놀이를 잘 못해서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문화센터 체육강좌를 수강했는데 이번 기수는 유난히 여자 친구가 많았다. 남자 친구들보다 여자 친구들의 성비가 더 많은... 그런 딸맘들 사이에서 유난 스러운 둘째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첫 날 걱정이 됐다. 친구들을 밀지 않을까? 툭툭 건드리는 않을까 싶었다. 성격도 급하고 행동도 빨랐던 둘째는 체육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다. 겁도 없다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도 빨리 빨리 미션을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줄서서 가야하는 상황에서 매일 새치기. 앞에 있는 엄마에게 민망함은 나의 몫. 새치기 못하게 저지하면 엄마 내 손 잡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 매주 펼쳐졌다. 새치기만 하면 그럴 수 있어 싶은데 밀기도 해서 민망함과 미안함은 나의 몫.

(엄마는 소리없이 마음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아이는 거리낌없이 문화센터안을 활보하고 다녔다.




오늘따라 유독 더 심해서 여자아이의 옷을 잡아당긴다거나 남자 아이를 때려서 문화센터 선생님과 내가 저지했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초기 진화는 어려워 그 아이는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나 그 아이와 엄마앞에서 미안하던지, 내가 아이를 잘못키웠나? 우리 아이는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일은 벌어졌으니 사과는 해야했다.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해도 안하겠다고 해서 내가 대신 사과했다. 수업이 끝난후 맞은 아이의 엄마에게 가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괜찮지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우리 아이는 그 와중에 혼자 먼저 나가겠다고 해서 서둘러 겉옷을 챙겨서 나갔다. 이럴 때는 내 새끼지만 이 아이가 미워서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가 않은데 물을 달라고 했다. 같이 수업 들어가는 엄마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해서 그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던 속마음이 있었다. 결국 물을 두 잔이나 마시고 나왔는데 나중에 친구들 옷을 잡아댕기고 왜 때렸냐고 물어보니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oo아 oo이도 친구가 갑자기 때리면 기분이 어때?

기분 안좋아.

그렇지? 그러면 친구랑 친해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때리면 안돼.


녀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맞아. 친구랑 친해지고 싶으면 나랑 같이 놀자, 우리 친구할래? 라고 말하는 거야.








집에 와서도 속상한 마음에 둘째 녀석이 너무 미웠다. 평소라면 들어줬을법한 간식 요구도 잘 시간이 다 됐으니까 안된다고 잘랐다. 첫째에게 문화센터에서 둘째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니 첫째가 위로해줬다. 동생을 부르더니 친구를 사귀려면 이렇게 하는 거야. OO아 잘 봐봐. 하면서 시연하는 것이었다. 이래서 딸은 꼭 필요하다고 했나보다 싶었다. 어쩔 때는 남편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내 편을 들어준다. 우리 OO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하면서 안아주니 첫째가 사랑받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엄마는 OO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 OO는 엄마 아빠의 보물이야

 


엄마 마음 알아주고 위로해줘서 고마워




급 딸에게 사랑고백. 그러거나 말거나 아들래미는 누나가 알려주는 친구 사귀기 꿀팁에 관심이 없다.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 뿐, 넌 참 단순해서 좋겠다 싶었던 하루. 남편도 회식하느라 늦게 들어와서 내 푸념을 들어줄 사람이 첫째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나를 위로해주나 싶었다. 개구쟁이 둘째 때문에 너무 속상했지만 첫째 때문에 위로받았던 하루 마침.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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