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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16. 2024

노눈치 첫째 VS 눈치백단 둘째 당신의 선택은?

첫째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어렸을 때는 성격이 굉장히 털털했다. 키즈 카페에 한 번 도착하면 집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칠만큼 노는 것에 진심인 아이였다. 호기심도 많아서 직접 경험해보고 만져보기를 원했다. 한참 첫째가 살림했던 돌무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싱크대의 모든 것을 꺼내어 냄비, 후라이팬 등등 만져보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미숙아라서 작게 낳았지만 잘먹고 잘자서 키도 몸무게도 쑥쑥 늘어났다. 도대체 병원에서 왜 이 아이가 분유를 못먹는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만큼, 퇴원하고 나서는 숨도 안쉬고 분유를 먹어대서 깜짝 놀라고는 했다. 또 배앓이 방지 분유를 먹여서 프랑스 분유를 먹였으며, 분유병도 아무거나 쓸 수 없었다. 특히 이유식을 거부했는데 마지막까지 분유를 많이 먹이다 바로 밥으로 넘어간 그런 케이스였다. 지금은 러블리하게 자란 여느 또래의 초등학교 여자 아이다. 그런 첫째는 4~5살을 기점으로 여자아이 특유의 감수성으로 변해갔다. 그즈음 동생이 갖고 싶다고 낳아달라고 조르고는 했다. 그런 큰 아이의 소원과 우리의 소원이 같았기에 둘째를 낳기로 노력했으나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만에 둘째를 임신하고 둘째를 낳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유수유에 대해 진심이었다. 지금 생각했으면 왜 그랬나 싶을 정도. 모유수유 하기 위해 쓰는 장비템과 돈빨이 분유 먹이는 것만큼 비등비등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모유수유가 더 싸게 먹힐 것 같았으나 모유 수유 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 노동력, 몸의 피로도를 생각하면 분유 수유가 훨씬 쉬웠다. 더구나 분유 먹이면 배불러서 통잠을 자니까. (이 와중에도 가성비 따지는 파워제이 엄마) 물론 둘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게 이유식을 잘 먹어주었다. 그리고 나도 육아 N년차가 되다보니 시판 육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야채큐브를 이용해서 이유식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첫째의 허접한 이유식보다는 둘째의 이유식이 더 맛있었을법하다.이 두 아이는 임신때부터 식성도 체격도 달랐다.




첫째는 한꺼번에 많이 배부르게 먹는 스타일이라면 둘째는 조금 조금 자주 먹는 스타일이다. 첫째는 크면서 점점 더 많이 먹기 시작하는데 뒤돌아서면 엄마 배고파라고 말해 늘 놀라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엄청 먹는데 키로 가고 있다. 성격도 남편을 닮아 사려심이 깊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안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하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선뜻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는 스타일이랄까. 엄마 관점에서는 때로는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말하는 것 들어보면 생각도 깊고 가족을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아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게 있어도 참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나보다는 타인이 먼저인 아이다.





그에 반해 둘째는 나를 쏙빼닮았다. 더군다나 남자 특유의 장난 꾸러기 + 기본적으로 설정값 자체가 아니, 싫어와 같은 키워드가 입력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한다. 못하게 하면 난리나는 스타일. 그래서 둘째가 어린데다가 성향이 이런편이라 상대적으로 나는 첫째와 갈등상황에서 둘째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었다. 그랬던 이유는 둘째가 어리다는 점, 그리고 둘째는 본인의 욕구대로 되지 않으면 난리는 친다는 점에서 첫째에게 양보하도록 하는게 내가 육아하기 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황 자체만 집중했던 것 같다. 첫째의 마음을 조금더 알아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상담을 받으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터는 첫째의 권위를 세워주고 둘째에게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선을 그어주고 있다. 특히 누나한테 대들때는 엄벌에 처하는데 첫째는 내가 둘째를 혼낼때마다 빙그레 웃고는 했다. 짜식.. 귀엽기는... 귓속에 대고 더 혼내줘 라고 말하기도 해서 혼자 빵 터졌을때도 있었다.










첫째는 타인의 눈치는 보는 반면, 눈치가 다소 없는 스타일이다. 이게 무슨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첫째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혼났다. 그러면 첫째는 울거나 징징거리고 본인의 억울함을 피력한다거나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 벌써 사춘기인가 싶지만 내버려둔다. 들어가보면 울고 있거나 땅굴파고 있다던가, 아니면 가끔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면 너가 진정되고 마음이 괜찮아져서 엄마한테 말하고 싶을 때 다시 대화하자고 한 발 물러선다. 첫째는 가끔 엄마한테 말하기 싫어 할때도 있고, T형 엄마는 말안하고 싶으면 말 안해도돼 라고 더이상 붙잡지 않는다. 그럼에도 혼내는 내 마음도 불편해서 시간이 조금더 지난 다음



OO아 아까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라고 물어보는 보통의 엄마다



그리고 첫째는 하지 말라고 하면 행동 수정이 바로 이루어지는 FM 스타일이다. 바르고 정직하다는 느낌이다. 반면 둘째는 요즘 웹툰어로 하면 fox... 여우 그 잡채... 일단 내 목소리가 달라지면 화가 났다는 걸 눈치챈다.

엄마 목소리 왜 그래요?


부터 시작해서 혼내면 엄마말 잘들을거고, 누나한테 안 그럴거고.. 본인이 잘못한 것을 1절부터 4절까지 말한다. 엄마 아빠가 화났다 느껴지면 싹싹 비는 스타일이다. 잘못했어요 라는 말도 잘한다. 첫째는 잘못했다는 말을 하기까지가 어려운 아이라면 둘째에게는 너무 쉬운 말이다. 왜냐... 평소에 많이 잘못하니까. 첫째가 사고 치는 빈도 깊이가 3이라고 한다면 둘째는 사고치는 빈도 깊이가 7~8이다. 그래서 너무나 훈육하기 어려운 아이. 또 훈육해도 스스로 이해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물론 말로는 잘못했다고 하지만 행동 수정이 잘 되지 않는다.  첫째가 둘째 나이때 어땠나 생각해보니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나이의 문제냐. 성향의 문제냐 생각하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둘째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어서 울었다. 결국 상담 버튼을 누른 상태.





그렇지만 엄마 사랑이 어마어마해서 그 사랑을 누나에게 뺏길까봐 스스로 예쁜 짓을 하고 내 옆에만 붙으려고 하는 여느 다섯살 남자아이다. 둘째가 태어나고나서 잠도 잘 못자고 첫째에게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써주기도 하고 남편에게도 신경써야 하는데 나의 시간과 관심을 스킵해야할 때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첫째는 속상해하고 남편도 어른이라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서운해한다. 그래서 요즘은 둘째에게도 말해주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도 이 친구 저 친구랑 짝궁하고 지내는 것처럼, 집에서도 엄마가 아빠나, 누나랑 짝궁할수 있는거라고 둘째는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절대 잠잘 때만큼은 엄마 옆자리를 누나나 아빠에게 양보 못한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고 5년째 나는 첫째와 둘째를 양옆에 끼고 자고 있다. 아 ~ 수면독립이여.. 나는 언제쯤 남편 옆에서 잘 수 있을까?(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첫째와 따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남편과도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중이다. 둘째가 엄마가 아닌 아빠 누나랑도 잘 자길 바래본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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