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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28. 2024

개인간병은 쓰기 싫고, 개인 간병처럼 하고는 싶고(2)

보호자는 개인 간병을 쓸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며 그렇다면 퇴원하겠다고 했다.  원무과를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약간 어의가 없었다는 게 반, 두번째로 들었던 마음은 집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의 이면에는 치매환자, 급성기 뇌출혈 환자를 케어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호자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병원에서 전해듣는 것과 내가 경험하는 것은 상당부분 다를테니 말이다. 수선생님은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다. 퇴원하기로 하셨다면서요 부터 시작해서 아버님 잘 돌봐드렸는데 죄송하다. 집에가서 잘지내셨음 좋겠다. 집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등등.. 보호자에게 굳이 저렇게 저자세일 필요가 없는데 더 잘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빈말로 하는 말이라는 건 안다. 그런데 뭐라고?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싶은 대화들이 들려왔다. 옆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듣고 있었다.






결국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고, 간병사와 다른 환자들을 힘들게 했던 Y님은 퇴원했다. 퇴원약은 3일에서 최대 5일이 나가는게 원칙이었는데 이번에 딸은 퇴원약을 어떻게 받아야하냐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아버지가 이런 행동을 하신다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 질문을 한데모아 수선생님과 통화를 원했다고 했다. 퇴원약 타는 절차는 퇴원할 때 이미 설명했는데 왜 병동 수간호사를 본인의 개인 간호사 인 것처럼 이용하려는 거지?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이미 퇴원했으니 이제는 병동 소속이 아닌, 외래 환자다. 외래 환자면 접수해서 주치의를 만나 약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타면 된다. 나는 이 보호자가 과장을 조금 더 보태어 얄미웠다. 우리가 환자 케어하기 힘드니 개인 간병 써라고 할 때는 안쓰고 퇴원한다더니 이제와서 아쉬우니까 연락하는 식이랄까. 마치 헤어진 남자친구가 전여자친구가 삼성 직원이라 임직원 혜택을 보고 싶어 연락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해되지 않았던 점은 수선생님이 그걸 다 받아줬다는 거다. 그래서였을까? 또 이 보호자의 연락과 부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퇴원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Y님 보호자가 수선생님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장애진단서 발급을 원한다며 환자가 가지 않고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였다. 나는 옆에서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단서 발급은 원무부 소속인데, 왜 그걸 병동 수간호사에게 전화해서 안되는 걸 하게 해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병원을 막론하고 장애 진단서의 경우, 그 밖의 기타 여러 진단서는 본인이 내원해서 신분증을 가지고 와야 하며 직접 의사와 대면해야 한다. 그걸 근데 되게 해달라니... 뻔뻔해도 이럴수가 없었다. 물론 아버지를 모시고 오기 힘든 상황은 알겠다. (근데 죽음이 임박한다거나, 생명 유지에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톡 까놓고 말하겠다 . 그런 사람들이 과연 한 둘일까? 그래서 다른 보호자들도 어떤 식으로든지 환자를 모시고 방문한다. 그게 대한민국에서 다 된다면 왜 보호자들이 굳이 연차를 내서 진단서를 발급받겠는가.





그리고 3초 과장님이 퇴사하면서 주치의가 바뀌었다. 설상가상 지금 있는 주치의는 전에 Y님을 보던 그 주치의가 아니었다. 그런데 전에 입원했던 내역이 있으니 환자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간호사 혹은 병원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호자의 이런 주장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남은 물론이요. 어디까지나 본인 편에서만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나를 더 뜨악하게 했던 건 수선생님의 태도였다. 그랬더니 원래는 환자를 직접 모시고 와야한다. 안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당신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었고, 어떤 상태인지 기록되어 있는데 왜 안되냐고 했던 모양이었다. 수선생님은 말을 바꾸어 보호자님 말대로 그렇게 해주시면 좋은데 지금 주치의가 바뀌어서 그렇게 해줄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더니 원무부에 문의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것부터가 딥빡. 왜 본인이 직접 원무부로 전화해서 알아볼 일을 병동 수간호사에게 전화해서 컴플레인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 badun, 출처 Unsplash






그리고 만약 내가 전화받은 입장이었다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보호자님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어요 하면서 원무부로 문의하라고 했을 것이다. 다 받아준 수선생님이나 그걸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고 장애진단서를 써달라는 보호자나... 고구마 백만개가 입에 가득한듯 속이 답답해졌다. 수선생님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나는 대놓고 수선생님에게 말했다.





수선생님. OOO님 보호자님에게 왜이렇게 잘해주세요?
원래 당연히 안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어떤 의사가 환자 보지도 않았는데 장애진단서를 써줘요. 그걸 해달라고 하는 보호자도 병맛이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말하지 않고 보호자 정말 너무하네요. 정도로 말했다.






그러자 수선생님왈


아버지가 그렇게 되고나서 나한테 의지가 많이 되는 모양이야.





그래도 진짜. 너무 한거 같아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장애 진단서 발급은 원무과일이잖아요. 그걸 왜 수선생님한테 부탁해요? 우리가 OOO님한테 얼마나 잘했어요. 우리 선생님들 OOO님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어요. 개인 간병 못쓴대서 우리가 그 고생을 했는데, 나중에 참다참다 개인 간병 쓰라고 하니까 퇴원했잖아요. 자기 필요할 때만 수선생님한테 전화하고 너무 얄미워요.




그렇긴 한데 안됐잖아.

 




나는 수선생님의 예수님 같은 넓은 마음 씀씀이를 듣고 한마디 했다. 속으로는 병원에 어디 사연없는 환자, 보호자가 어디있겠는가 싶었지만 상사인지라 차마 그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수선생님은 복받으실거에요.





  왜?




OOO님 보호자 얄밉게 굴어도 잘해주시잖아요.





그런 복은 받고 싶지 않다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분명 그런 복을 노리시는 게 분명하다.(ㅋㅋㅋ) 사람은 참 좋지만 수선생님의 태평양같은 마음씨에 우리까지 환자, 보호자에게 그 기대를 받는 건... 사양하고 싶다. 결국 수선생님은 보호자의 컴플레인을 번지수 제대로 원무과로 넘겼다고 한다. 결론은 새로온 과장님이 직접 내원안하면 못써준다고 해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는 거.. 궁금하지도 않다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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