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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Jan 21. 2024

개인 간병은 쓰기 싫고 개인 간병처럼 하고는 싶고(1)

앞에서 우리병원의 특성은 어느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환자들을 수용해주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재활병원 특성상 뇌경색, 뇌출혈, 소위 뇌병변 환자들이 많이 입퇴원을 반복하는 곳이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병원 트렌드가 어느 정도 급성기 치료를 하고 나면 전원을 시키는 것 같다. 제작년 아빠가 쓰러졌을때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직 재활할 컨디션이라고 하기에는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병원입장에서는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안된다면서 퇴원을 언제까지 하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고분고분했던 보호자는 아니였어서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나올때도, 퇴원할 때도, 또 마침 아빠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1주일 정도 더 늦춰서 퇴원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입퇴원 하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많이 느꼈던 부분이라 한 줄 더 적어본다. 아마도 대학병원에서는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심평원에 삭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병명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조절하겠지만 말이다.






그중에 M님은 보호자가 큰 형인 사람이었다. 입원했을때부터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감별하기 애매한 정도였다. 대학병원에서는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었다하고 환자를 퇴원시켰지만 나와 수선생님은 저런 상태에서 전원을 보낸다고? 할만큼의 의식상태였다. 대화는 거의 되지 않았고 밥도 떠먹여주면 먹기는 하지만.. 뭐랄까 저러다 기도흡인될까봐 무섭다고나 할까. 그래서 걱정이 됐던 우리는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외진을 권유했다. 그러더니 외래에서는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하며 오히려 우리병원에서 낙상됐었냐고 물었다고 했다. 다행히 낙상된 적은 없었다. 수선생님과 나는 아무래도 뇌손상이 온 게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지켜봤다. 재활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의식이 애매한 상태에서 재활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 사건은 터졌고, 내가 휴무일때 전원 가셨다 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급성기 환자들이 처음 재활병원에 왔을 때 컨디션이 공동간병에 있을 만큼 좋지 않다는 것. 개중에는 개인간병을 써야할만한 상황일 때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계속은 아니지만 환자가 회복될 1달정도, 어떤 사람은 그 이상 걸리는 사람도 있다. 환자 상태가 안정되고 처음보다는 나아지면 그 때 공동간병으로 나와도 된다. 그럼에도 원무과나 병원 행정을 보는 이들은 재원 환자수에 연연하며 일단 환자를 받고 보는 경향이 있다. 보호자에게 개인간병을 써야 한다는 워닝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 보호자 입장에서는 공동간병 써도 된다고 하더니 왜 이제와서 개인간병을 쓰라고 하냐는 태세전환이 이루어진다. 그걸 감당하는 것은 병동. 그리고 병동 멤버들의 몫이다. 그렇게 말해서 알겠어요. 개인간병 쓸게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1%의 사람이다. 대부분 99%는 그러면 원무과에서는 못들었는데 왜 이제와서 말하냐. 처음했던 말과 다르다라는 반응이다. 물론 모든 보호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보호자는 개인간병은 쓰기 싫지만 공동간병에서 개인간병처럼 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이것에 어페가 있다고 본다.










70대 Y님은 등산을 매일 다닐만큼 건강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집앞에 쓰러져 있어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하고온 뇌출혈 환자였다. 나이도 많은데다가 시술이나 수술을 하면 섬망증상이 있는데 이분은 뇌손상이 있어서 그런가 그런 부분(섬망)이 특히 더 심했다. 집에 가겠다. 보따리를 싸기도 하고, 밤에도 내려오려고 하는 등, 집에 간다며 다른 환자들의 수면을 방해하고는 했다.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할 때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조무사 선생님들과, 우리는 환자를 달랬고 약물로 조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보호자에게 전화하여 우리는 알려야할 의무가 있었다. 개인간병을 환자 상태가 좋아질때까지 쓰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호자는 개인간병을 쓸만큼의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전화기를 뺏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럼 환자 24시간동안 데리고 있어보라고, 이야기로 듣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는 다르니까 말이다.





수선생님과 조무사 선생님, 그리고 병동 간호사 멤버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환자로 인해 들어오는 간병사, 같은방 환자들의 컴플레인도 커버해줬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급성기 환자라 뇌손상이 있어 그런거니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좋아질거다. 그런데 이 보호자는 약물을 쓰는 것에도 컴플레인을 했다. 환자를 재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1주일 ~ 2주일동안 증상이 가장 심했다. 그 심했던 시기 약을 쓰지 않고(이 때도 보호자가 반대했던걸로 기억한다) 간병사, 같은방 환자들, 병동 인력이 총출동해서 Y님을 케어했던 것이었다. 전지적 간호사 시점에서는 개인간병도 안하겠다. 환자 밤에 안자고 내려오려고 하고(이럴 때 보통 낙상한다. 2차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환자들도 봐야하니 계속 이 환자만 쫓아다니며 낙상하지 않도록 감시할수도 없다. 업무를 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동 간병사도 마찬가지. 그들도 밤에는 잠을 자야하고 다른 환자들도 케어해야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대도 우리 가족 편의만 봐달라는 식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밉상인.. 양심도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수선생님은 뭐 때문인지 이 보호자에게 약했다. (측은지심이 남다르신 점이 있고, 환자, 보호자에게 잘하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이 환자를 케어하는 병동 인력, 환자들의 컴플레인은 날로 더 심해졌고, 좀 나아졌다 싶다가도 Y님은 기력이 생기고 몸의 컨디션이 회복되자 인지가 왔다갔다 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 착각해서 말하기도 했다. 힘이 더 생기자 집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전보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횟수, 보따리 싸는 회수, 병실에서 걸어다니는 횟수도 늘어났다. 심지어 기저귀에 대변을 안본다고 해서 내가 닦아드린 적도 있다. 하필 그 때 간병사가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간병사도 Y님 때문에 힘들어했다. 더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수선생님은 원무과를 통해 보호자에게 개인간병을 쓰도록 권유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보호자가 했던 말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밉상 보호자의 행보는?





궁금하시다면 다음편에 계속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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