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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04. 2024

소름! 퇴사욕 펌프질하는 재활병원 입원시 질문 top4

이글을 읽는 분이 간호사거나 병원 종사자라면 반드시 읽어두면 도움이 될것이다. 어디까지나 전지적 간호사 시점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간호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울러 이글을 읽는 보호자분들이 있다면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가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재활요양병원에서 일하다보니 단골로 받는 입원시 질문을 top4로 추려보았다. 물론 병원마다 시스템 체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참고해서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병원의 특성상 재활의학과 환자나 정형외과 무릎 수술, 대퇴골 수술을 한 환자들이 많이 온다.

이분들은 단기로 재활하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보호자, 환자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 걸어서 일상생활 예를 들면 화장실 가기나 식사등을 챙겨먹는 것이 가능하냐다. 그래서 단골 질문 첫번째는 이거다.




1 언제 걸을 수 있어요?




이 질문을 듣고 첫번째 떠오르는 생각은


첫째, 내가 그걸 알면 간호사 할까?


둘째, 돗자리 피고 돈꽤나 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질문에는 의사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개개인마다 환자 컨디션, 관절이 꺾이는 각도, 회복 속도, 연령대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당장 결론을 내고 싶고 언제 걷는지가 최대 관심사라는 건 알겠지만 주치의도 간호사도 치료사도 환자를 처음 봤는데 어떻게 이 사람은 1달만에 걷습니다! 이 사람은 2달만에 걷습니다! 단번에 결론 내릴 수 있을까?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주치의는 physical(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몸도 만져보고 신체검진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을 한다. 그리고 재활치료실에서 실제로 무릎이나 고관절을 꺾어보고 점차 치료를 하면서 관절가동범위를 늘려가는 것이다. 전원 보낸 병원 의뢰서 내용에는 관절 가동범위가 100도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90도 밖에 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입원하자마자 간호사가 설명하기는 힘들다. (아무튼 한국 사람들 성격 급한건 알아줘야함)나는 개인적으로 주치의가 입원시 이런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면 보호자들의 컴플레인도 50%이상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자, 보호자는 간호사 말은 그런가보다 흘려듣지만 의사 말이라면 껌뻑 죽는게 있으니까-_-^)










© yessijes, 출처 Unsplash





2 휠체어, 워커는 병원에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같은 재활요양병원에서는 휠체어가 개인마다 필요하다. 병동 휠체어가 있지만 대수가 많지도 않거니와 거의 모든 환자들이 재활스케쥴이 있어 재활 치료를 가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체 재원 환자 대수만큼의 휠체어를 구비해놓지 않는다. 따라서 재활치료를 하러 가려면 휠체어나 워커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보호자가 대여하거나 사야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은 대여를 하고, 뇌병변 같은 진단명이 있는 경우에는 보장구 처방전을 받아 개인 휠체어를 사기도 한다. 비용은 월 3만원 정도다. 문제는 원무과에서 어줍잖게 환자 보호자를 배려한답시고 워커를 빌려주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여기서부터 사단이 일어났다. 이 사실을 몰랐던 병동에서는 일반적으로 휠체어와 워커는 대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들어오는 협력업체 명함을 주면서 연락하라고 하니 원무과에서 설명한 것과 말이 다르다며 보호자는 이때부터 빈정이 상했다. 알고보니 워커를 갖다주기로 했고 워커를 갖다주었지만 보호자의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봐도 허접했다. 보호자의 입장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무과에서 대여해주지 않은 경우에도 보통 이렇게 설명하면 왜 휠체어, 워커가 병원에 없냐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는 대학병원이 아닌걸,,, 재원 환자 모두가 재활치료 하러 가는데 그 240명이 넘는... 휠체어와 워커가 있을리가 없다.








3 재활 치료는 언제부터 해요? 하루에 몇 번해요?  



재활요양병원이다보니 당연히 보호자 입장에서는 질문할 수 있다. 주치의가 재활의학과 의사만 있으면 좋겠지만 가정의학과 의사도 있다보니 가정의학과로 입원하는 경우에는 재활의학과로 협진을 의뢰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는 환자 상태를 보고 신체검진을 하면서 엑스레이를 보고 재활처방을 내린다. 그리고 이 처방이 내려지면 재활치료실에서는 현재 공석인 시간으로 스케쥴을 잡아준다. 이런 형태라 주말이 낀 경우에는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최대한 빨리 협진, 재활처방을 받고 재활치료실에 연락하여 스케쥴을 올려달라고 한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그럼에도 동의가 되지 않는 보호자들도 있다.






4 간병사가 운동시켜줘요? 하루에 1번만 운동 시켜주면 좋겠는데



여기서 말하는 간병사란 공동 간병사다. 공동 간병사는 병실에 6:1로 간병을 한다. 즉, 6명의 환자를 보는 셈이다. 6명마다 컨디션은 다르겠지만 식사보조부터 기저귀 갈기, 양치 개인위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로 환자 1명, 우리 엄마, 혹은 우리 아빠만 딱붙어서 넘어지는지 안넘어지는지 운동을 시켜줄수는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왜 간병사가 해주지 않냐면서 당연하다는듯이 물어본다. 그러면 도대체 공동간병사가 하는일이 뭐냐고 하면서 말이다. (말했잖아요. 기저귀 갈기 등 개인위생 등등... ) 만약 그런걸 원하신다면 낙상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재활치료실에서 운동하셔야 하며, 도수치료를 해서 재활치료사가 보는 앞에서 운동하는게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물론 개인이 스스로 휠체어타기나 워커로 걷는 것은 자유다. 다만, 병원 입장에서는 낙상위험성에 대해 고지하고 추천하지는 않을뿐, 물론 우리도 환자의 안녕과 건강, 걷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지만 굳이 위험하게 걸어서 낙상했을때의 손상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조금 회복된 다음에 하라고 권유할 뿐이다.








© timmossholder, 출처 Unsplash






위의 질문 1~3까지는 정석이고, 4까지 물어보는 사람이라면 조금더 꼼꼼한 보호자라 할 수 있다. 물론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포인트는 1~4까지 설명했음에도 삐걱거리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보호자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꼭 다음날 퇴원하시는 등, 오래 계시지 못하는 이벤트가 발생하더라 하는 것이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어디? 여긴 누구? 원무과는 병동의 안티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간호사도 그것이 병원내 규정이기에 설명할 뿐, 감정 이입과 대입의 대상은 아님에도 왜 내가 욕을 먹거나, 싸늘한 보호자의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의문... 공부 더해서 의사할걸.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다음 생에는 돈많이 버는 부자 시민으로 태어나기로

 





얼마전 일이다. 이번주에도 위의 질문 4가지를 받고 보호자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이미 빈정 상했구나 라는 걸 느꼈다. 보호자가 기분이 나빴던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추측된다.



1 급성기병원에서는 무상으로 제공했던 워커를 왜 빌리라고 하냐? 원무과에서는 남아있던 워커를 준다고 했다. 그런데 그 워커가 허접하다.
2 병동내 걷기 운동은 자유나 간병사가 시켜주지 않으며 낙상위험성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의 책임이다. 그랬는데 간병사가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3 원무과에서는 병실 면회가 된다고 했는데 간호사가 임종 직전이나 와상환자만 된다고 한다.




미비 물품을 사다주러 병동에 보호자가 올라왔을 때 나는 양치중이었다. 누가 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하길래 나가봤더니 그 보호자였다. 나는 대략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간병사가 환자 운동을 못하게 한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더라도 그게 저렇게 쌍욕할만한 일인가? 싶은...) 내가 느끼기에는 보호자는 1~3까지 기분이 나쁜 상황이었고 나름 참고 있다가 폭발한걸로 보인다. 아니. 이미 그전부터 히스토리(환자 문진)를 할때부터 화가 나있었고, 병실을 보여달라고 하는 등,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당황하게 했다. 왜냐하면 코로나 상황이었고 1인실도 아니라 다인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간병사는 낙상할까봐 환자 안전을 위해 그런거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면 도대체 공동간병비 받고 간병사가 왜 있냐고 해서, 식사보조, 개인위생 보조를 한다고 말했으나 흥분해있는 그 사람의 귀에 내 말이 들릴리는 만무했다. 결국 간병사가 왜 있냐는 말의 의미는 우리 엄마 운동도 안시켜주는데 왜 돈받냐는 의미였던 걸로 추측된다.





아무튼, 다른 환자, 보호자도 있으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말했고, 민망했던 할머니는 보호자에게 그만하라고 했으나 그만하지 않았다. 결국 원무과 직원과 수간호사 선생님이 올라와서 그 보호자에게 오해였다고 하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걸로 일단락됐다. 전형적인 목소리만 크면 다 되는줄 아는 사람. 이러면 우리 엄마 못 있는다고 해서 퇴원 여부는 환자 보호자가 상의하셔서 결정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는... 하.. 원무과에서 제발 잘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을 것을 알아서 씁쓸한 하루였다.




한줄평: 우리 아이들이 간호사 한다면 이 직업 반대일세!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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