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의미 Feb 11. 2024

제발, 그녀의 응급사직을 말리지 마세요

2화에서 등장했던 A선생님의 이야기다. A선생님은 싱글 여자 사람이었다. 연령대는 비공개로 하겠다. 어쨌든 A 선생님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선생님의 고유함이 있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이 있으며 예전에 돈도 제법 버셨다고 한다. 어떤 배경으로 간호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간호대학에 가서 입학한 케이스로 추정된다. 그 이유로는 보수교육 신청시 면허번호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의사나 간호사에게 국가에서 주는 면허번호가 있다. 물론 자격시험을 통과한 자들에게만 주어진다. 나와 면허번호가 비슷했다. 나이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한다면, 나중에 공부해서 간호대에 갔나보다 라고 추정할 수 있다. 아무튼 선생님은 깔끔했으며 일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어디까지나 본인한테만 그러면 참 좋았을텐데 문제는 본인의 그런 스타일을 타인에게도 강요했으며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모두 말로 해버린다는 게 문제. 특히 조무사 선생님들에게는 사소한 일로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일상 다반사.  





조무사 선생님들은 우리 엄마 나이뻘 정도 되거나 혹은 더 많았는데 A 선생님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A 선생님의 이런 행동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더 강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어느 사람을 막론하고 그렇게 대해서 보호자나 과장님에게나 간병사, 조무사 선생님,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그럴 때가 있어서 이 사람은.. 인생의 큰 굴곡이 없어서 이러는 걸까?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행동과 말로 보호자의 컴플레인, 간병사의 컴플레인을 듣기도 했다. 민망함은 나의 몫. 사고치는 것을 수습하는 것은 수선생님이었다. 아무튼 급성기 병원이 아닌데도 무슨 할 일이 혼자 그렇게도 많은지 전산으로 인계하고 업무를 처리함에도 종이에 빼곡히 필기를 했다. 마치 수능 입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인계를 다하고 나서 되물어보는 경우가 있었기에 이해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선생님(수간호사)이 바뀌고 나서 수선생님은 약간의 개혁(?)을 하셨는데 그때마다 OO 수선생님 있을 때는 안그랬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물론 이의제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바뀌어서 더 좋아진다면 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원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A선생님의 평소 스탠스, 말투는 그래왔다. 더군다나 가끔씩 사람에게 쏘듯이 하는 말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 계속 말로 공격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 ospanali, 출처 Unsplash







예를 들면, 간병사 입실이 3pm이었다. 나는 오전 데이번이라 OOO님 간병사 대근이 5pm에 온대요 하고 이브닝번인 A선생님에게 인계를 주고 갔다. 보통 간병사 대근이 오면 신속항원검사 결과,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아둬야 하는 점이 있다. 이틀뒤 수선생님이 출근하고 와서 물었는데 A선생님이 해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 날, 나는 5pm 전에 퇴근했다. 내가 없을 때 그 간병사가 입실했기 때문에 그거 이브닝때 간병사님이 오셨어요. 그 때 연락처를 안적어놨어요? 라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A선생님왈 " 그 때, 선생님 OOO님 간병사 인적사항 안 적어놨어? " 라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 말을 듣는 순간 " 저 때 간병사가 들어왔으면 제가 했겠지만 그 간병사 이브닝때 들어왔잖아요. 들어왔을 때 적어놨어야죠. 됐어요. 제가 O병동에 전화해서 알아볼게요. " 하니 표정이 싹 굳어지며 " 됐어. 샘. 내가 할게. " 이러는 것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이 사람은 뭐지? 싶었다. 내가 근무할 때 들어오지 않은 간병사 인적사항을 내가 어떻게 알며 그걸 굳이 나한테 안했냐고 묻는 이유는? 이런 식이었다.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으며, 재활 1,2과 과장님 환자(기존 장기 환자들)를 자기 환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재활3과, 가정의학과 환자는 잘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수선생님이 바뀌면서 수선생님의 개혁중 하나가 팀널싱이었다. 각자 맡은 환자만 보지 말고 모든 환자, 즉 전체 환자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담당과만 보지 않고 근무에 따라서 바꿔가며 환자를 보자고 제안하셨다. 이미 다른 층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말은 A선생님도 FM이나 재활3과 환자를 봐야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보통 재활 1,2는 입퇴원이 적고 장기환자가 많으므로 상태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가정의학과는 정형외과나 타과 환자도 많아서 재원기간이 짧고 입퇴원이 많은 편이었다.(한마디로 재활1,2과는 과장님들 성향도 그렇고 환자도 안정직이라 꿀보직..) 그래서 예를 들면 A선생님이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재활 1,2를 봤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B선생님은 재활3, 가정의학과를 보게된다. 그런데 A 선생님이 휴무에 들어갔다가 목요일에 출근을 했다. 그런데 B가 재활1,2를 보면 A선생님이 재활3, 가정의학과를 보는 식이었다.






아마 A선생님은 까칠한 가정의학과 주치의를 담당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근무표 때문에 내가 2주 넘게 재활3, 가정의학과를 보게 됐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환자를 보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재활1,2과를 본다고 했다. 그래서 수선생님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마디 한다는게 “진짜, 이상한 선생님이네. " 이러면서 다 들리도록 신경을 긁는 소리를 했다. 그래서 나도 감정이 상해있었고 이 둘 사이를 수선생님이 중재하려고 노력하셨다. 다시 업무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정의학과는 앞에서 입퇴원이 많다고 했다. 신환 2명이 입원한다고 했다. 둘 다 가정의학과 환자였다. 그 때 A선생님은 재활1,2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신환을 받을 생각이 1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일부로 선생님 제가 이 환자 받을테니, 선생님이 이 환자 받아주세요 라고 대놓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A 선생님은 알겠다면서 그 환자를 받았다.



 





© hgudka97, 출처 Unsplash







그러던 어느날, 연휴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연휴 전 나는 3일 휴가를 받았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단톡방이 울렸다. 그러더니 OOO님이 나가셨습니다 라고 떠있었다. 직감적으로 병동에 무슨 일이 생겼는가 보다 생각했다. 수선생님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A선생님이 약카드를 보면서 근육 주사 처방을 색깔에 맞춰 딱지를 안썼다. 약처방을 받았는데 카드에 안적었다거나 내가 놓친 부분을 메꾸고 있었나보다. 거기까지는 참 감사한데 계속 궁시렁거리면서 투덜투덜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했다는 점이 포커스. 그런데 얌전히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짜증을 있는 그대로 낸다는 게 남들의 투덜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듣다듣다 못한 수선생님이 처음에는 말리고 이야기를 들어줬는데도 계속 혼자 씩씩거리면서(화를 냈다는 뜻) 조무사 선생님들에게도 오더(처방)가 바뀌었는데 확인안했냐면서 엉뚱한 사람을 잡도리 했다는 것이었다.






수선생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1절 했으면 됐지 10절이상을 하는 그 선생님의 말을 더이상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병동 분위기도 안 좋아지니 수선생님으로서는 우리는 그래서 순환근무를 하는 거라고, 전 듀티의 부족한 점이 있으면 메꿔주고 A선생님이 못하는 일이 있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메꿔준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자기 근무 들어올 때마다 그런다면서 왜 자기만 다른 멤버들이 놓친 처방을 받아야 하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근데 솔직히 나도 할 말 있는게 본인이 이브닝하면 이브닝때 할 수 있는 일도 안하고 넘긴다는 등, 네블라이저 용량을 잘못 계산해서 준다거나, 어쨌거나 이분도 실수하는 게 있었다)






그래서 그걸 중재하는 수선생님 가운데 수선생님도 목소리가 커졌고 그만하라고 하니 갑자기 그만두겠다며 그길로 가방싸서 회진 전에 나가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간호부장님을 쫓아가서 수선생님에 대한 불만, 병동에 대한 불만, 나에 대한 불만까지 미주알 고주알 말했다면서... 나중에 내가 출근하고 나서 수선생님이 말해주었다. 긴 연휴 기간에 갑자기 사직하겠다고 하는데 어디서 없는 인력을 메꾸겠는가? 그래서 결국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이 더블 근무를 하고 수선생님이 근무를 하는 등, 나머지 전체 멤버들의 스케쥴이 변경되었다. 단지, A 선생님의 갑작스런 퇴사 덕분에 말이다. 나이도 들만큼 드신(?) 어르신이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 더 경악스러웠던 것은 그 다음날 예정대로 였다면 A선생님이 오후 근무였다. 유니폼을 싹 갈아입고 오더니 화 내느라 미쳐 챙기지 못했던 본인 물품을 챙기러 들렀다는 것이었다. 정말 웃겼던 건 굳이 퇴사할 마당에 어째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왔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수선생님이 그래도 오래 일했는데 선생님들에게 인사하고 가라니까 하는 말 자기는 인사안할거라며 본인 짐만 챙겨서 유유히 퇴장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카톡으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고 단톡방에서 나갔다.. 아니 ... 무슨.. 정말 나이 이야기 안하고 싶지만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이 그런다는게 이제 갓 들어온 선생님 앞에서 병동 체면이 참 거시기했다. 모두 안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전화위복이라고 나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A선생님 퇴사후 바로 데이/이브 간호사가 구해졌다. 그리고 누가와도 A 선생님보다는 낫기 때문에(성격적으로) 그렇게 금방 A 선생님은 잊혀졌다. 그리고 시끄러운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며, 투덜거리는 소리, 주어보다는 조사를 붙여 10분만에 끝날 인계를 1시간으로 늘리는 능력, 아무튼 옆에 있으면 부정적인 말로 다른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아마 스스로도 참 피곤하게 살 것 같다. 그렇게 평생 살지 않기를 바라지만 특별한 계기나 변화가 없다면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같이 일했던 B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A선생님은 종교가 꼭 필요한 사람같다며.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했으나 글쎄. 사람이 갑자기 바뀌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그냥 그대로 평생 그렇게 사셔야 할 듯. A선생님이 퇴사하고 나서 분위기가 더 좋아진건 안비밀!






한줄평: 응사(응급사직)는 나이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람 그 자체의 문제다.  


이전 13화 소름! 퇴사욕 펌프질하는 재활병원 입원시 질문 top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