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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18. 2024

소름, 아직도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꿈을 꾼다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별별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학을 띄게 하는 범상치 않은 보호자들도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간호사가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싶은 일도 우리 입장에서는 노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오이지가 맛없으니 식당에 연락하여 설탕을 넣어 달라는지, 병실 면회할 컨디션이 아닌데 1주일에 1번은 면회하게 해달라는지, 쌍욕을 하며 전후사정은 들어보지 않고 화부터 버럭 낸다는 행동 같은 것 말이다. 병원에는 특수성이 존재하는데 환자, 보호자가 아프고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과, 감정은 그래서인지 예민하다. 그래. 그것까지는 그럴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민하다고 해서, 내가 힘들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럴때마다 내가 이 사람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공부해서 간호사가 되었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간호사 하지 않는 건데 라는 마음을 늘 품고 산다.






그동안 대학병원, 종합병원 병동, 외래 주사실, 상담 간호사, 요양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 일해왔다. 그럼에도 이건 연차가 올라가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고연차가 되도 여전히 주치의나 보호자,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 간호사 포지션이다. 굳이 말하자면 병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병원 시스템 문제도 보호자나 환자 입장에서는 간호사에게 먼저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처럼 되어버리는 일들 그 속에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죄송해야 한다고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주 있었던 그 일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은 모양이었다. 꿈에서 나이트(밤새서 하는 근무)를 하는 꿈을 꿨다. 그것도 내가 너무 싫다고 생각했던 그 병동에서 일하는 꿈. (참고로 급성기 대학병원) 꿈에서 일하면서도 스스로 질려서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한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꿈이었다.








친한 동생과 이야기를 하며 자기도 그런 꿈을 꾼적이 있다고 공감해주었다. 참고로 그 동생도 간호사다. 그 동생은 아주 힘든 곳에서 일하고 있다. 쉬는 날에도 몸은 집에 있지만 정신과 마음은 병동에 있는달까. 아무튼 그런 재수 없는(?) 소름 돋는 꿈을 꿀만큼 우리의 정신과 마음은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던 요즘이다. 30대 중반되서도 진로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는.. 현재 내가 가진 걸로 어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나 알아보는 중이다. 문제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한데, 여기가 중간 스테이지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이 중간 스테이지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방향성이 맞아야 하니까.






나는 앞으로는 쓰는 사람,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 이것과 중간 스테이지 지점과 맞느냐. 혹은 맞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1 인테리어 목공이나 필름지, 페인트칠 등을 배워서 집수리왕 되기! 어차피 투자는 계속할 것 같고, 해야할 것 같고. 최종목표는 건물주다. 이러기. 내 건물 인테리어, 투자한 집 인테리어도 해야하니 내가 하면 인건비 아끼고 좋지 아니한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2 키토 도시락 판매 - 이건 내 다이어트부터 성공한 이후 판매 시작
식단을 하면서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어쨌든 재료 넣어서 내가 생각하는 맛이 나오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왕뿌듯! 성취감 제대로


3 작가로 꾸준히 책쓰기- 쓴 책중에서 번역, 혹은 스테디 셀러가 되는 것.
이건 약간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고 어쨌든 책을 많이 쓰고 싶다 아무튼 판매부수에 상관없이 책을 많이 쓰고 싶고 내 삶을 하나씩 정리하고 싶은 남겨두고 싶은 마음은 레알 진심.
거기다 독자님의 사랑까지 받으면 일타쌍피. 같이 글쓰고 책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성장했으면 한다. 사실 나는 이 3번이 제일 좋다.


4 간호사가 할 수 있는 분야 찾기 - 어떤 분야인지는 아직 못정함.
그래서 공부를 못하겠다는 핑계도 대본다.





결국, 이 모든 것의 발단은 내가 꾼 소름 돋는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대학병원 병동에서 일하는 꿈을 꾸지 않았다면, 혹은 최근 나에게 일어난 불편한 컴플레인이 없었다면 그래도 3시 퇴근이라는 근무조건에 아이 키우기에는 시간적으로 좋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 모든 불편함은 창조력의 근원이었던가 하는가보다.






한줄평: 아무튼 병원에서 간호사는 오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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