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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09. 2024

영화<소풍>꽃은 피고 진다, 나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젊음이란 특권이다

안녕하세요. 유의미입니다. 얼마전 소풍이 개봉했다고 해서 보고 왔는데요.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속 이야기가 훨씬 더 와닿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사돈 지간인 은심을 찾아온 금순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두 노인은 허리가 아프고 파킨슨 환자이기도 하죠. 은심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사업을 한다고 엄마 건물, 엄마 돈을 가져다 쓰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아들은 사업 위기에 봉착하자 은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제 남은 건 서울 자가 집 한 채 밖에 없는 은심은 아들 며느리 손주가 집에 들어오자 그대로 금순네 집으로 가출합니다. 그러면서 두 노인의 프렌드쉽이 시작되요.







  





이들은 연락이 잘되지 않은 친구를 찾는데 수소문한 끝에 친구가 집을 나간지는 5달이나 됐고 부산에 있는 요양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은심을 좋아했던 태호를 만나게 되요. 태호역에 배우 박근형님이 연기했는데 정말.. 어쩜 이렇게 꽃중년이신지.. 제 이상형.. 저희 남편이 이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꽃할배때부터 가정적이고 너무 멋진.. 얼핏 기도하는 모습도 봤던 것 같구요. 제 마음속의 한국판 탐크루즈셔요! 아무튼 사심은 여기까지. 그렇게 요양원에 친구를 만나고 온 이 세사람은 마음이 숙연해지죠.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말이죠. 요양원에 있는 친구는 이 세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 요양원에 올 생각하지 마. 자식보다는 여기 있는 직원들이 낫지. 하지만 여기는 숨만 쉬지 살아있는 곳이 아니야. 내가 스스로 못 움직이면 집에서 있다가 죽을 생각해. 여기 절대 오면 안 돼!









© sadswim, 출처 Unsplash






1 이 두 할머니들은 본인 몸도 아프지만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한 자식들 걱정까지 해야합니다. 젊으나 늙으나 죽기 직전까지 자식 걱정. 자식 문제.


극중 은심의 아들은 구르면서 종잣돈을 모아본 경험이없는 것으로 보여요. 그렇게 고생 안하고 엄마돈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큰 난관에 봉착합니다. 친구말만 믿고 썼던 기름이 인체에 해롭다는 게 언론에 알려지자 수많은 가맹점들에서 가맹을 탈퇴하겠다고 한거죠.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가 자살합니다. 그와중에 아들은 은심의 집문서, 보험약관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등.. 30대인 제가 보더라도 답없는... 제 남동생이였으면 싸다구 날리고 싶더라구요. 금순의 아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리를 저는 장애를 입고 태어난 것 같은 설정인데요. 엄마가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사춘기처럼 비꼬아서 대답합니다. 어느날, 금순의 고향에 리조트가 들어선다며 고향에 오랫동안 살던 주민들과 리조트 직원들과의 농성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리조트 직원으로 금순의 아들이 일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세 친구들은 그런 금순의 아들을 타이르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나중에 아들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아들 하는 말, 나도 우리 가족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 이 대목에서 코끝찡. 아들의 마음도 이해가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도 모두 이해되는 K며느리이자 K아내, K장녀의 마음







2 은심은 파킨슨, 금순은 허리뼈 자체가 삭아서 수술할수도 없는 지경입니다. 두분다 연로하셔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아픈 곳이 꼭 하나 둘 이상은 있다는 것!


극중에서 두 할머니가 같이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는데 금순이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며 기저귀를 대어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저귀를 대기도 전에 금순은 대소변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은심도 파킨슨이 있어 한 쪽 손을 떨어서 신속하게 금순의 기저귀를 갈아줄 수 없다는 것이에요. 이 대목에서 너무 슬펐어요. 바로는 못 갈아주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도 은심의 파킨슨 증상이 완화되고 나서 치워줬을 것 같아요. 극중에서 은심이 금순의 목욕을 씻겨주고 빨래를 빨아서 널어두는 장면이 나와요. 목욕씬에서 두 할머니의 우정 서사가 나와요. 금순은 은심이 힘들어 할때마다 멘탈을 붙잡아 주었던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였던 모양이에요. 이 둘은 서로 아들, 딸이 결혼한 사돈지간이기도 하죠. 사돈지간인데도 이렇게 친하다니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은. 아무튼 두 분의 우정 서사만 놓고 보자구요.






3 두 할머니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삶을 정리할 준비를 합니다. 마치 언제 죽을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채로 말이죠.


금순은 척추뼈가 많이 상한 상태였어요. 골다공증이 심해서 수술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두 할머니는 서로를 의지해요. 자식들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은심은 금순을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합니다. 금순이 좋아지고 퇴원했을때 은심은 소풍을 가자고 해요. 그러나 두 할머니 파킨슨에, 허리통증 그 외 기타 삭신 쑤심이 있어서 당장 그 날 출발은 못합니다. 아이고 하는 그 장면에서 눈물과 웃음이 피식 나왔어요. 아무튼 결국 중학생때 갔었던 그 산? 그 장소로 소풍을 가는데 보면서.. 지팡이 짚고 굳이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셔야 하나, 평지나 낮은 곳, 꽃 많이 펴서 예쁜 곳도 많은데 하는 지극히 T적인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설정상 그 장소가 은심과 금순, 태호가 같이 사진을 찍고 추억이 있었던 장소라 그곳에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팔각정 같은데서 직접싼 김밥을 먹는데 서로 꼭꼭 씹어먹으라고 하는 말이.. 제가 마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라고 하는 말과 똑같아서 빵터짐과 동시에 안쓰러움이 밀려들어왔어요. 또 그 와중에 굳이 김밥을 직접 만드셔야 하나.. 몸도 아픈데.. 김O 천국, OOO 김밥 맛있는 김밥 많은데 하는 생각도... 그렇지만 두 할머니 모두 내가 움직일 수 있을때 가장 예쁜 모습으로 소풍 간다는 설정을 하니 그래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스스로 납득했습니다. 세 사람이 중학생때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귀엽더라구요. 그래서 참 시간이 야속하게도 빨리가는구나 지금 나는 꽃으로 비유하면 어디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젊음이 유한하지 않겠구나라는 것을 점점 피부로 느끼고있어요.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 잘살고 다른 사람들 많이 도와주고 베풀어야 겠다는 생각도요. 아울러 자식 농사. 잘해야겠다. 스스로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재산도없지만 절대 애들에게 유산 물려주고 떠나지 말아야겠다. 도와주더라도 조금만? ㅇㅋㄷㅋ?  









© shutterghost, 출처 Unsplash







또 이제 여기저기 아프신 양가 부모님들과 앞으로 우리가 겪을 부모 세대의 늙어서 몸이 아프게 되는 것. 이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어떻게 삶을 정리하고 준비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실생활 같아서.. 너무 찰졌어요. 그래서 더욱 슬펐다는...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배우님 이 세 분이 주연이라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영화에서 노인분들은 조연이었던 영화가 많았는데 그만큼 노인 문제, 생명이 연장되면서 나타나는 우리네 현실을 잘 그린 영화라고 판단됩니다. 극 하이퍼 리얼리즘 주의.. 자식입장으로서의 부모님의 노후에 대한 부분, 부모 입장에서 자식에 대한 부분, 나의 노후에 대한 부분 모두 세가지 입장으로 바라보면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결국, 사람은 모두 죽습니다. 그 사실이 변하지는 않죠. 그런데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사소한 것에도 상처받기도 하고 상처 주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미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가고 있음에도 말이죠. 특히 저는 직업 특성상 노인, 혹은 사람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하는 편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입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베풀었느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게 남더라구요. 환자중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잘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누워 있는 환자중에 저마다의 사연이 없는 환자는 없습니다. 젊은 사람도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아픈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건강할 때 건강관리도해야하며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걸 가장 크게 느낍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밥먹고 화장실 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여러분의 계절은 어디쯤 왔을까요? 꽃으로 비유한다면 아직 피었을까요? 꽃봉오리일까요? 결국 꽃이 피고 나면 남는 것은 낙화밖에 없습니다. 태어나면서 늙어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거스를 수없는 숙명일 거에요. 그래서 이 시간, 이 젊은이 유한하지 않기에 오늘 내가 혼자서 밥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것은 특권입니다. 이 특권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는 연휴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줄평: 극 하이퍼 리얼리즘 주의! 있을때 잘하자 국룰 더하기 살아 있을 때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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