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당신은 최고에요
어느 휴일, 잔잔한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이것이 지친 병동에서의 일상을 잘 감내한 보상이랄까. 나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중 하나다. 첫번째, 소설책이나 웹툰 정주행. 조금 상태가 좋을 때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를 읽기도 한다. 오후 3시, 오잔 호텔로 오세요는 애프터눈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도 호캉스, 애프터눈티에 관심이 많은지라 책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다고나 할까. 스즈메라는 호텔리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호텔에서 일어나는 정직원, 아르바이트 등 여느 직장생활과의 처세술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책에서 스즈메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애프터눈티에 진심인 호텔리어다. 의욕도 있고 일도 열심히하고 사람들과도 잘지내는 편.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기념 애프터눈티 메뉴를 준비하면서 스즈메의 홀라인과 요리부, 즉 파티셰인 아스카이와의 의견충돌이 있다. 나름 잡지와 책을 찾아보며 열심히 준비한 기획을 크리스마스 푸딩을 아스카이는 손이 많이 가고 생각보다 맛있지 않다며 일축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스즈메는 상처를 받지만 애프터눈티를 먹고 좋아하던 혼자오던 손님들을 생각하며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 그래서 결국은 투트랙으로 애프터눈티를 출시하게 되는데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스카이의 난독증을 알게 되고 스즈메는 이걸 트집잡거나 이용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아스카이를 돕는다.
정신없이 애프터눈티를 준비하고 일하는 동안 스즈메는 홀에서 의지했던 스이린이 그만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고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말도없이 그만둬서 스즈메는 내심 서운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잡지를 보고 모 외국계 호텔에서 자신이 낸 크리스마스 애프터눈티 기획을 보게 된다. 알고보니 스이린은 그 외국계 호텔에 입사했고 애프터눈티 메뉴로 스즈메가 낸 기획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나중에 스즈메는 스이린을 만나게 되고 스이린이 왜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는지 사정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스즈메가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점. 그렇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이용될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현타가 왔던 스즈메는 할아버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된다. 할아버지는 기죽어 있는 스즈메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너가 좋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했으면 그걸로 되지 않냐고. 사람들의 반응이 비록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르더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기운내라며 디저트를 내민다. 읽으면서도 한국정서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아버지한테 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방기한. 어쨌거나 굉장히 가족애가 좋은 일본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내심 부럽기도 했다.
© donhu06, 출처 Unsplash
그러면서 이야기는 파티셰 아스카이가 어째서 파티셰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의 어린시절과 파티셰가 되기까지 오잔 호텔로 이적하기 전까지의 행보를 말한다. 아스카이는 난독증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는 공부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일찌감치 기술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보수적인 일본부모님을 설득하기는 어려웠으나 어쨌든 동네 제과점에서 빵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파티셰로써 성장할수 있는 학교를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기에 교수의 총애를 받는다. 그리고 국내 호텔 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꼭 어딜가나 시샘하는 사람은 있는 법, 그는 난독증이 있기 때문에 언어나 레시피 등을 말이나 몸으로 직접 깨우쳤다. 이게 말이야 쉽지 남들보다 2~3배는 더 노력해야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친한 동료에게 말하게 되는데 문제는 아스카이가 해외 요리대회에 뽑히게 되면서 동료들의 시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스카이의 난독증을 약점 마냥 퍼뜨리고 대회에 나갔던 아스카이는 훌륭하게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난독증으로 인해 배려를 받았다는 걸 알게된다. 당시만 해도 혈기가 지붕뚫고 나갔던 아스카이는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대회장을 뛰쳐나온다. 그런데 오잔호텔에서 그 대회 시절 심사위원이었던 프랑스 파티셰를 만나게 된다. 그 파티셰는 자신의 농장도 가지고 있으며 가게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때 아스카이가 만든 디저트를 칭찬하면서 원한다면 내가 있는 가게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아스카이에게는 유학과 파티셰로서의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스카이는 고민하지만 결국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나서 스즈메는 어떻게 됐을까?
아스카이도 스즈메도 서로에 대한 마음은 확인하지만 아마도 아스카이가 프랑스에서의 유학생활을 끝난후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보면 각자 왜 인물들이 그런 성향, 스타일을 가질수밖에 없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스이린은 스이린대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고, 스즈메는 스즈메대로 자신의 곧은 성품으로 사람들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태도와 마음을 가졌다는 것. 그래서 이 영향으로 아스카이의 난독증을 발견했을때도, 스이린의 자신의 기획을 훔쳐서 다른 호텔에 기획안으로 제출했을때도 현타는 왔지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아스카이는 아스카이대로 그런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에 오잔호텔에서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자신의 해야할 일만 했을 것이다. (소설을 읽어보면 그런 배경이 나온다.) 아스카이 또한 아주 밑바닥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여자라던가, 사람을 유학 배경이나 조건을 보고 동료들을 판단하지않았다. 아스카이도 처음부터 부모님, 사람들에게 인정받은게 아니라 외롭게 파티셰 외길인생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애프터눈티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생각하다니 작가님 천재! 애프터눈티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호텔 애프터눈티는 일반 카페보다 비싸다. 그렇지만 왜 애프터눈티를 혼자 즐기는가에 대한 서사가 나온다. 책에서 손님들은 월급에서 아끼고 아끼고 모은 돈으로 시즌마다 애프터눈티를 먹으러 방문한다. 사람에 따라 그걸 그 돈주고 먹는다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이들에게는 수고한 나자신에게 주는 유일한 보상이자 휴식. 그래서 혼자서 즐기는 것도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엄마랑 갈 생각이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꼭 혼자서 애프터눈티 도전할 계획이다.
아무튼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와 다르지만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뿐. 이해하지 못할 인생이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상처입고 아프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기대에 상관없이 나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는(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모두가 같은 외길 인생으로 가야하는 줄 알았다. 대학에 가야하는 줄 알았고 취업을 꼭 해야하는 줄 알았다.
물론 지금도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이후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유투브님의 호황 및 각종 컨텐츠 발달로 집에서 돈을 버는 소위 프리랜서들이 많아졌다. 결국 직장도, 직업도 선택일 뿐, 반드시 대학을 졸업해야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직장이라는 프레임, 타이틀을 쟁취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결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선택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에게 달렸다. 아무튼 나도 대졸 -> 취업 -> 결혼 코스를 밟기는 했지만 지금은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혹시 흔들리는 청춘, 방황하는 청춘들이 있다면 그냥 지금 당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고,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 요즘같이 변화의 속도가 어마무시한 세상에서는 대학도, 직장도 끝까지 갈 수 있는 답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경험해보면서 계속 계속 배우고 성장해나가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위기라고 생각했을 때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이다. 그 위기가 어떤 모습을 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날 지는 모른다. 삶을 얼마 살진 않았지만 영원한 위기, 어려움도 없고, 영원한 승리, 영원한 영광도 없다. 그저 각각의 그 시기에 맞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할지 우리가 정하는 것일뿐. 오늘 하루도 숨가쁘게 달려온 당신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줄평: 때로는 내가 생각한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 또한 기대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 진심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