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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03. 2024

오슬롭, 고래 상어의 물맛

오슬롭에 도착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고래상어 보러온 것 같은 인파. 새벽 5시가 갓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한국말로 방수팩 하며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오슬롭 패스트 트랙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이길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의자에 착석할 수 있었다. 여행사도 다양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행사 사장님들이 몇몇 있었다. 막상 대기하고 있으니 보이는 대형 여행사와 우리 여행사를 포함한 다른 여행사와의 갈등. 누가 줄을 먼저 서서 손님을 먼저 입장시킬 것인가를 두고 싸우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 이야기 그만했으면 좋겠는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사장님은 우리를 위해서 싸운 거지만 반복되다 보니 동생도 나도 왜 저러나 했다. 결국 대형 여행사 사장님이 우리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인데 잘 지내자.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이며 일단락 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대형 여행사는 사람이 많아 우리가 입장하고 나서 돌아올 때까지도 긴 줄 행렬이었다. 대형 여행사를 선택하지 않았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오슬롭 고래 상어를 만나는 배에 올라탔다. 배에 타기전 나처럼 맥주병인 사람들을 위해 구명조끼를 주는데 왠 걸, 앞에 사람이 썼던 장비라 모래 묻고, 상태가 깨끗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아묻따 하고 장비 착용. 여행사 가이드들이 장비 착용에도 신경을 써준다. 핸드폰을 사장님에게 맡겼다. 어차피 고프로(방수 카메라)로 촬영할 거니까 말이다. 나뭇배에 올라타면 노를 저어주는 사람들이 3명 있는데 그 중 1명은 나중에 고프로 촬영 전담기사가 된다. 나머지 둘이 노를 저어 고래 상어가 나올 것 같은 지점으로 관광객들을 데려간다. 스노쿨링 장비도 주지만 우리는 누가 입을 댄지 알 수 없는 장비를 끼고 싶지는 않았다. 미리 준비해간 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했다. 





물론 입수전 가이드에게 스노쿨링 장비를 어떻게 착용하며 어떻게 물에서 숨을 쉬는지 들었다. 그런데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분명히 설명 들었는데 들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거. 당시 나의 상태가 딱 그랬다. 어떻게 해야하지? 물에서 내가 이 장비로 숨 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트에서 노젓던 그들이 말했다. 지금 여기서 내리라고 말이다. 그 말은 즉슨 바로 고래상어가 나오는 지점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고래상어고 뭐고 나는 죽을 것 같았고 조끼를 입어서 가라앉지는 않지만 몸이 눕게 되므로 물을 먹게 된다. 그런데 심지어 수심이 많이 깊었다. 내 키로 서있었을 때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장비 끼고도 나는 숨을 못쉬겠고 그래서 배 옆에 뗏목 나부랭이 같은 나뭇가지를 의지했다. 






그런데 띠용. 이게 무슨일? 갑자기 고래상어의 스팟이 달라졌다며 노를 저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먼저 뛰어들었던 나는?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계속 뗏목 나부랭이를 잡고 의지하고 있었다. 나만 뗏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였다. 동생은 겁에 질린 내 모습을 포착하고는 괜찮냐며 물어봤는데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코나 입에 물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공포. 죽지 않으려고 전완근과 온몸의 근육을 끌어올려 뗏목을 잡았다. 내가 1번이라 나부터 고프로 촬영을 시도했는데 구명 조끼를 입고 잠수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자꾸 몸이 물에 뜨니까. 그래서 카메라맨이 잠수하라고 사인을 주는데 장비 끼고도 숨 못쉬는 사람이 어디있냐면 바로 나였다. 결국 사진 촬영도 제대로 못하고 정말 죽지 않을만큼만 잠수해서 겨우 겨우 사진 촬영. 나중에 여행사에서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 수영 못하는 같은 방향 차량 탑승 4인조는 20%고 다이버였던 다른 팀 2인조가 거의 80%였다.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수영복들이 있었으니 외쿡인들의 수영복이었다. 도대체 왜 스노쿨링을 하러 와서 비키니를 입는지 모르겠지만 내 몸 가지고 내가 입겠다는데 내가 뭐라 할수는 없는 거였다. 그 비키니가 일반적인 비키니였으면 아 이 분들은 내 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겠지만 그 비키니란 일반적인 비키니가 아니었다. 정말 중요 부위만 가리고 엉덩이가 거의 다 보이는 뒤에 내가 찍은 사진에서도 외쿡인의 엉덩이가 찍혔는데 동생과 보면서 와.. 대박...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내렸댔다. (물론 농담입니다. 저도 동생도 남자 사람 좋아라 합니다. ) 그 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결국 뗏목 나부랭이를 잡고 있던 내가 불쌍해서 였는지, 배위에 있던 직원이 올라오라고 했고, 동영상 촬영을 마치고 배 위로 올라오니 살 것 같은. 하지만 땡볕 싸다구는 덤. 머리부터 몸까지 너무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만 아까와 같은 물참사를 맞고 싶지는 않았다. 동생은 고래 상어가 있다며 들어오라고 했지만 다시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마 초반에 숙소에서 수영 연습을 조금이라도 했었고 장비에 익숙해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모알보알에서는 훨씬 나았으니까 말이다. 여러분들은 꼭 연습하고 가시길. 그래야 수중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 그래서 갑판 위에서 선원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먼저 그 사람이 말을 걸었던 걸로 기억?!, 어디에서 왔냐? 초등 3학년 영어책을 펼치면 나오는  where are you from? 과 같은 고루한 문장들을 주고 받았다. 






korea 라고 하니 north korea 냐고 해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아쉽게도 south korea라고 했다. 나 아까 물에서 너무 무서웠다. 그렇고 말하고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누구랑 왔냐부터 선원은 낯선 이방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듯 했다. 한국에서는 무슨 일 했냐? 약간 호구조사 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아무렴 어때. 오늘보고 안 볼 사이 인데. 만약 한국에서 물어봤더라면 이 사람 뭔데 나한테 이런거 물어보지? 싶었겠지만 낯선 나라와 이방인이라는 위치가 주는 자유함이 있었다. 간호사라고 하니 very nice. 방금전 배 밑에서 물먹고 어푸어푸하던 내가 달라보였던 모양이다. 직장 동료랑 왔다고 하니 더 놀래면서 그럴싸한 리액션을 해준 그. 이름도 못 물어봤네. 동생이 고래상어와 포토타임을 갖는 동안 배 위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가 육지로 돌아오고 나서도 아직도 줄서 있는 긴긴 행렬은 계속되었으며 한국 같은 샤워실이 없는 이곳에는 적당히 물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왔어야 했다. 줄서 있는 사람이 일단 엄청 많고, 그 물이 씻는다고는 하지만 정말 깨끗한지도 모르겠어서 말이다. 가이드는 생수를 건네며 이걸로 대충 몸을 씻으라고 했다. 그렇게 건네준 생수가 500ml 였다는 게 함정. 너무 시원했던터라 추웠지만 어쨌든 그걸로 물도 먹고 고양이 샤워 까지 완성! 수건으로 몸을 돌돌 말고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 ~ 순간 내가 이 투어를 왜 신청했나 싶었지만 모알보알에서는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생각없이 다시 차량 탑승. 여기서부터 다시 엉덩이 고난 2탄은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 고래 상어 보러갔다가 고래밥 될 뻔. 그렇지만 브이는 포기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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