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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03. 2024

충격, 세부 화장실에서 생긴일

여자들은 집을 볼 때 가장 먼저 어디를 보는가? 첫번째가 화장실 이라면 두번째가 싱크대. 바로 주방이다. 나 역시 그런 기준으로 집을 골라왔다. 화장실이 깨끗한 것은 어디를 가나 제일 중요한 어떤 것이었다. 그러나 관광지의 화장실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깡시골에서나 봤을 법한 푸세식 화장실. 그런데 심지어 변기는 양변기라 잘못 보면 뭐. 그래도 괜찮네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양변기는 변기 커버나 변기 뚜껑이 없는 데도 많다. 양변기만 아메리칸 스탠다드면 뭐하냐고. 변기 뚜껑이랑 커버가 없는데. 그러면 엉덩이를 들고 볼일을 봐야하는 허벅지의 근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큰 거라도 보면 이 응아는 내려가지도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민폐를 끼칠 수 없었기에 관광지에서는 필사적으로 큰 거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외쿡이어서 그런 건지, 필리핀이라 그런 건지 잘 못 걸리면 그런 변기에 당첨. 심지어 우리 나라처럼 화장실이 많은 것도 아니라 꼭 그런 곳은 변기가 1개 밖에 없더라. 그것도 줄 엄청 길게 서야하는





지난 번 엉덩이 고난 편에서 말한 것처럼 갑자기 급 쉬아가 마렸던 나는 운전수에게 화장실 가고 싶다고 영어로 말했다. 그는 열심히 주유소를 들락날락 하며 화장실을 찾았지만 화장실은 없었고. 역시. 대한 민국 주유소 최고.  20분 정도 달렸을까. 웬 관광지 같은 곳에서 화장실을 발견한다. 기쁨도 잠시. 그 화장실도 역시 양변기의 탈을 쓴 푸세식 화장실이었고, 수도꼭지와 친숙한 바가지가 있었다. 바가지에 물을 퍼서 담으면 되는... 마치 예전에 선교가서 물을 담아 내릴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놔... 그렇게 바가지에 물을 담아 물을 내렸고 한결 시원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쉬아는 자주 마려운지, 일부러 수분 섭취를 제한 했음에도 판타유판 폭포에서 다시 한 번 화장실에 가야했다. 폭포 화장실에는 먹을 것도 같이 팔고 있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푸세식. 우리가 도착하기전 이미 외국인들로 만석. 덕분에 화장실도 긴 행렬로 줄을 서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1칸 짜리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으니 냄새는 얼마나 심했을까. 나는 숨을 쉬지 않고 휴지로 코를 막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기도를 올리고는 했다. 그러다 호흡조절에 실패하면 냄새를 들이마시고는 비위가 약해 오웩.. 하고는 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생각나는 판타유판 폭포 화장실의 냄새와 그 옆에서 코인 노래방인지 모르지만 열창하고 있던 어느 필리핀 청년의 열정... 너무 시끄럽고 냄새에... 땡볕에.. 푸세식 화장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필리핀 화장실의 한 단상이다. 모알보알에 갔을 때도 화장실은 비슷했는데 한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갔었다. 그곳에서 장비도 착용하고 화장실도 가고 음료와 제육볶음,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화장실이.. 영..위생상태는 상상에 맡기겠다. 기대하지 마셔라. 여기도 마찬가지로 친숙한 바가지 양동이, 수도꼭지가 있었던 건 안 비밀이다. 그래서 난 그곳에서 나온 음식의 청결 상태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먹고 싶지 않았다. 조금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결국 처음에는 그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냄새 때문이었다. 코를 막고 해보려고 해도 주변이 더러웠고.. 바로 앞 사람이 큰 걸 보고 나왔는지... 눈에 보이니 더 속이 안좋아지는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쉬아를 해야했기에. 그리고 여기서 안하더라도 숙소 도착하기전 어디라도 해야하니까. 그리고 그 어디라도 해야 하는 그 화장실이 이 화장실보다 더 좋다는 보장이 없기에. 두번째 시시도 만에 화장실 가기 성공했다. 혹여 물이 내려가는 곳에도 수압이 한국보다는 약하니. 주의. 큰 것은 호텔이나 숙소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역류하는 대참사를 막을 수 있다.





참고로 물빠짐이나 샤워실 수압도 한국보다는 약한 편이다. 내가 있던 호텔은 세부 쪽이었는데 그래도 좋은 편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음에도 객실 내 수압, 화장실 수압, 배수구 물빠짐은 아쉬운. 후에 귀국해서 남편에게 말하니 자기가 있던 지역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해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 속에는 그러게 왜 필리핀을 갔어? 나빼고. 이런 표정이었음. 샤워기에는 꼭 필터를 끼어서 사용하셔라. 우리는 준비해간 필터를 사용했지만 그래도 호텔인지 깨끗해서 필터에 걸러지는 것은 없었다. 마사지 샵에서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는데 샤워실의 배수구 물빠짐이 느리고 시원시원하지 못해서 샤워를 하면 그 주변이 한강이 되는 일은 경험할 수 있다. 필리핀 화장실 대참사를 겪고 나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 집 떠나면 고생이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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