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실에서 만난 사람들(4)

주사실 헬퍼 K 선생님

by 유의미

K 선생님은 소아과 선생님이었다. 아들 1명을 키운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내 친구와 느낌이 비슷해서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들었다.

외래 간호사로 막 입사하기 전, 나는 독서법 책을 출간하게 됐는데

어쩌다 L선생님을 통해 외래간호팀에 알려지게 되었다.

주사실은 헬퍼 간호사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과 선생님도 알게되었다.

K 선생님은 쿨했고 재미도 있었고 나와 말도 통했다.

그러면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점도 호감형이었다.





어느 날 K 선생님의 친정 엄마가 검진을 받으러 우리 병원에 오게 되었다.

딸을 생각한 친정 엄마는 떡을 한 박스째 가져 오셨다.

K 선생님과 검사 장소를 안내해드렸다

친정엄마는 다리가 불편하셨는 지 당시 내 눈에는 무릎이 아파서 내려가실 때 천천히 내려가시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엄마, 할머니 생각이 났고, K선생님 엄마의 떡상자를 들어드렸다.

그 모습을 봤던 K선생님은 웃었다.





그리고 며칠 뒤였을까. K 선생님은 삼촌이 방송국 PD로 일한다고 하면서

우리 삼촌 방송에 내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알아봐 줄까 해서 알겠다고 했고 그냥 지나가는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얼마후 방송국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K선생님을 통해 라디오 방송이기는 했지만 책 출간후 방송녹화도 하게 됐다.

책과 저자를 모시고 질문 등을 하는 토크? 식으로 진행되는 방송이었고

나는 나대로 책과 관련된 예상 질문을 준비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알고보니 K선생님 엄마의 남동생이 방송국 PD님이었다.

이래서 사람일은 알 수 없다고 했던가. 작은 친절로 이렇게 동료덕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도 K 선생님은 간간히 주사실 헬퍼로 왔고 우리는 같이 커피도 시켜먹고 일도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그 전부터 경제적 자유와 글쓰기 부동산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 때부터 퇴사프로젝트를 세우고 있었다.

K 선생님은 나의 그런 이야기를 들어줬었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본인 동료의 예를 들어주시며 이렇게 사업하는 방법도 있더라하며 소개시켜줄까? 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사업에 대한 마음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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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ttygritty_photo, 출처 Unsplash








뭔가,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었을 때

생각지도 않게 K선생님이 도와줬던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다.

내가 밥을 사달라고 하면 사줬고 ㅋㅋ 물론 자주 먹지는 못했다.

둘다 집에 가면 돌봐야 하는 어린양이 있었으므로…

커피를 사달라고 하면 커피도 사주셨다.







나는 ㅇㅇ언니라고 따르며 K선생님을 좋아했다. S를 좋아했던 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K 선생님만의 신비함.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선이라는 게 있었다고나 할까.

선이라기보다는 그 분도 자기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는 분이었다. 그 생활을 타인으로 인해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는 듯 했다. 나도 그런 편이라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후에 K선생님은 계약기간이 끝나 우리 지역에 모 대학병원 외래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나는 계약 만료후 요양병원에 취직하기도 하고 둘째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간간히 K 선생님과 연락했었다.

임신 중에 만나기도 했는데, 그 때도 K선생님이 브런치를 사주셨다.

본인은 정규직이고 이제 연봉 어느 정도 받는다며 돈 이제 많이 버니까 이번에는 내가 낼게라고

걸크러쉬 뿜뿜 내뿜는 선생님이었다.






여기는 간호부가 약해서 진료부에 굽신굽신이고 안 좋은 점은 있지만

사학연금 나오고 복지와 연봉등에 대한 정보를 브리핑해줬다.

너도 관심있으면 외래 정규직 뽑을 때 알려주겠다고 했다.

물론 선생님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간호사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는 방법은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글쓰기, 나의 컨텐츠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병원에 가야할 까?

어떻게 밥벌이를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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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lesdeluvio, 출처 Unsplash









그리고 나서 몇 달 후, 선생님이 계셨던 대학병원에서 공채가 올라왔고

외래 간호팀이 아닌 병동 간호팀에 지원하게 됐다.

사실 지원을 안하려고 했는데, 공고가 뜨고 마감되기 전날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병원 공고 떴는데 지원할 생각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이다.

당시 둘째맘이었고 3교대 근무에 대한 부담감. 정말 몇 년 만에 하는 병동 근무에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공부도 엄청 해야할테고 액팅(처치 주사, 피검사 등등 간호행위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되야 할텐데 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때 면접 때도 준비하지 않았던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간호사 면접 공부를 하고

병원 비전 미션을 외웠다. 다시 취준생이 된 느낌이랄까.

물론 이 병원 말고도 다른 대학병원들도 지원했었다. 서류에서 떨어진 곳도 있고 서류통과후 면접을 보러오라는 곳도 있었다.

면접을 그래서 서울로 보러갔는데 운전하러 가는 길, 주차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적인 막히는 구간이라 3교대하면서 운전할 거리는 아니다 싶었고 일단 면접은 봤다.

붙었다 하더라도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시 본 이야기로 들어와서 나와 K 선생님의 인연은 최종면접에 붙고 선생님과 같은 병원에 입사하게 되면서까지 이어졌다.






선생님은 내가 면접보는 날에도 잠깐 시간을 내서 나를 보러와줬다.

근데 뭐랄까. 그러니까 정말 힘이 되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아무도 모르는 이 병원에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응원한다는 마음은 굉장히 선생님에게 감사하게 됐다.

긴장도 덜하게 되고 그래 난 할 수 있어. 여기서 내가 안 붙으면 누가 붙어?

하는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 덕분에 단점이 될 수도 있었던 질문을 장점으로 바꾸어 대답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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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dswim, 출처 Unsplash








이렇게 적고보니 진짜 더 K 선생님이 생각나는 날이다.

내가 해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줘서 다음에 잘되면 자필 사인한 내 책을 들고 찾아가야지!

싶은 사람. 안 그런척 하는 따뜻한 사람. 츤데레인 것도 나랑 닮은 선생님.

지금 생각해보니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줬지 싶은데

K 선생님도 나를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서로 좋아했지만 서로의 개인영역에는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은 사이를 유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내 생각이고 K 선생님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사실 헬퍼 K선생님 마침.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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