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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Nov 25. 2015

interlude #1

미국 영어는 어려워

interlude #1. 미국 영어는 어려워


아… 어제는 힘든 밤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관광 영어에 익숙해지며 조금씩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무너뜨려가고 있었다. 음, 대충 다 알아듣네? 음, 대충 다 들리네? 좋아, 하고 체크인한 부다페스트의 한 호스텔 6인실엔 그들 표현으로 ‘스테잇츠(States)’에서 왔다는 미국 남자 2명과 여자 3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알렉스란 남자 녀석이 아시아인 성애자인지 질문을 겁나 던지는데… 처음엔 좀 천천히 하다가 곧잘 대답을 하니 내가 영어를 조금 한다 싶었는지 갑자기 에미넴이 된 것처럼 속사포 질문을 던진다. 못… 못 알아듣겠어….


조금 있다 보니 술병을 들고 미국 여자 3명이 추가 입장. 이에 알렉스 녀석이 나에 대해 장황하게 소개하다가 “좌니 허?”라고 내 이름을 왜곡하더니 “너 이름이 너무 어려운 거 같아. 그냥 존이라고 불러도 돼?”란다. “예스… 노… 노 프라블럼…”이라고 했더니만 여기저기서 “존” “존” 거리는데 돌아버리는 줄….


여행지를 묻길래 그동안 거쳐 온 도시를 하나씩 말하는데 하나 말할 때마다 “오~” “그레이트!” “쿨~”이라며 함성을 쏴대는 게 혹시 약을 한 사발씩 하신 건 아닌가 싶었음…. 씻고 나오니까 자기들끼리 방안에 술판을 벌여놨는데 “존, 오늘밤 계획 있니?”라고 묻길래 지금부터 잘 거라니까 “오우~”라면서 술병을 다 싸서 나간다. 8명이 방을 나가면서 “굿나잇! 존!” 8연타를….


아… 미국 영어는 큰일 나는구나…. 큰 깨달음을 얻은 존은 새벽같이 깨서 씻고 울면서 호스텔을 뛰쳐나왔습니다. 슬피 우는 존과 부다페스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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