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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Nov 29. 2015

interlude #3

고마운데… 나는 코리안이야

interlude #3. 고마운데… 나는 코리안이야


뮌헨의 숙소에서 샤워를 하다가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깨졌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수리점을 찾았다. 수리점은 온갖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업체로, 초등학교 때 가던 구멍가게 크기의 절반 정도 크기였다. 빵을 오물거리면서 커피를 홀짝이던 주인은 내 간절한 표정과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더니 슈어 슈어 아이 언더스탠드 유라며 스마트폰 액정을 꺼내왔다. 그런데 네 폰은 하얀색이고 이건 검정색인데 괜찮겠니? 야 인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슈어 슈어 아이 언더스탠드 유!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 달마시안 리미티드 에디션 정도로 생각하지 뭐….


수리비용은? 내 질문에 갑자기 빵을 오물거리길 멈춘 주인은 아주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180유로를 불렀다.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충격을 받은 내가 어… 원… 헌드레드… 왓? 이라고 하니 겸연쩍은 표정으로 찾으러 올 때 줘도 된단다. 2시간 후에 찾으러 와. 씨 유 댄!


그래도 유럽에서 당일에 고치는 게 어디냐 룰루 하면서 두 시간 후 찾아간 수리점…. 주인은 날 보더니 가게 안쪽에서 황망히 뛰쳐나왔다. 데어 아 섬 프라블럼스…. 야, 슈어 슈어 라더니 뭔 문제? 이게 겉모습은 같아보여도 네 스마트폰은 너희 나라용으로 출시된 거고 내가 가진 액정은 유럽용으로 출시된 거라 서로 호환이 안 돼. 야, 내가 뜯어보고 알았다. 미안해…. 이런… 야, 그러면 난 이거 뮌헨 뿐 아니라 독일, 아니 유럽 어디서도 못 고치는 거니? 내 질문에 주인은 이렇게 답했다. 고칠 수야 있지…. 그런데 액정을 너희 나라에서 받아야 하니까 한 달 정도 걸릴 거야. 하루 만에 바로 고칠 수 있는 곳은 너희 나라, 그러니까 차이나밖에 없어.


….

야, 그래…. 어쨌든 친절한 설명 고마운데… 나는 코리안이야….


오우,

아임 쏘리….


댓츠… 오케이… 그럼 중고 스마트폰 살 수 있는 데나 좀 알려줘… 라고 물어 찾아간 곳에서 85유로를 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구형 스마트폰을 샀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짜증나진 않는 게… 이것이 여행자의 마음인가 싶고 조금 느리긴 하지만… 어쨌든 해결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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