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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Dec 01. 2015

interlude #4

Old Stephen and big head JK

interlude #4. Old Stephen and big head JK


“음… 정말 너무 큰데?”

걱정 말라던 ‘스페셜 파트너’ 스테판은 머리를 긁적였다. 거봐, 내가 분명 작을 거라고 했잖아….


여기는 스위스 인터라켄. 어제는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이날 오후 2시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 중 내 나이가 가장 많아서인지, 내 파트너도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배정됐다. “아임 스틸 스트롱 이너프”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실실 웃는 흰 머리의 스테판이 바로 그.


넌 이름이 뭐니? 내 이름은 자경 허야. 좌컹… 왓? 그래… 발음이 어렵지… 유 캔 콜 미 저스트 제이케이. 오케이 제이케이. 여기 네 헬멧 있다. 음… 스테판, 이 헬멧은 나한테 작을 것 같은데? 아냐, 이 헬멧이 작아보여도 뒤쪽 끈을 아주 많이 늘릴 수 있어. 수많은 사람이 이걸 썼고 그 중 헬멧이 작았던 사람은 없었으니 걱정 마.


(약 1분 후)


“와… 제이케이, 너 정말 머리가 크구나!”

….


결국 스테판은 새로운 헬멧을 구해 건네줬고, 나는 그때부터 스테판으로부터 ‘빅 헤드 제이케이’로 불렸다. 동영상을 찍을 때도 “헤이, 코리안스~ 히어 위 아! 올드 스테판 앤 빅 헤드 제이케이!” 이런 구호를 외쳐서 날 슬프게 만들었다. 너 이 동영상 팔 생각은 있는 거니?


패러글라이딩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이 편안하고 아늑했고, 융프라우를 품은 인터라켄의 눈부신 경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한가로웠다. 조용히 경치를 보다가 물었다. 스테판, 너 하루에 패러글라이딩 몇 번이나 하니? 윈터 시즌엔 보통 5번 정도 하는 것 같아. 오늘은 제이케이 네가 넘버 4야. 그럼 나 다음에 또 있어? 아니, 오늘은 너 내려주고 퇴근이다. 오, 축하해!


융프라우를 내려다보며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이케이, 왓 두 유 두 포 어 리빙? 넌 뭐하는데? 난 백수야. 기자였는데 관뒀어. 신문 기자? 응. 내년에 한국 가는데 새 직업 구해야 돼. 그렇구나… 기자는 터프한 직업이라고 알고 있어… 또 기자할거니? 아니, 기자는 안 할 생각이야. 그럼 뭐 할 건데?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음… (뭔가 생각하는 스테판) 제이케이, 너를 위한 좋은 직업이 생각났다. 뭔데? 레포츠 전문 기자를 하는 거지.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이런 거. 좋잖아? (이게 도대체 뭔 소리지…?) 그래… 좋은 생각이네… 넌 이거 좋니? 난 아주 좋아하지!


그렇게… 두둥실 거리다가 우리는 땅에 사뿐히 착륙했다. 착륙 후, 스테판은 동영상과 사진을 넘겨주려 자신의 태블릿PC를 만지작거리다가 놓쳐 액정을 깨먹었다. 네 번의 패러글라이딩 후 손이 떨렸던 걸까? 아… 그의 흰 머리와 슬픈 표정은 왠지 짠했는데… 애써 “괜찮다”라는 스테판에게 “나도 얼마 전 스마트폰 액정을 깨먹었다”라는 말로 위로를 건넸다.


스테판은 몇 살일까? 아무튼 그가 좋아하는 레포츠를 오래오래 건강히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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