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최고의 명약이라 불리는 ‘걷기’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던 네오에게 말했다.
우리는 머릿속으로는 온갖 아이디어를 상상하고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몸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기도 하지만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과 그 책임을 미리 회피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후회한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
걷기가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행동했을 때만이 걷는 의미를 발견한다.
최근에는 만보 걷기가 유행처럼 번져 한번쯤은 시도한 사람들이 많다.
며칠 혹은 몇 달은 할 수 있지만 꾸준하게 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왜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가 어려울까?
나의 '만보 걷기'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걸을 수 있게 된 과정을 살펴본다. 우선 만보 걷기를 어떻게 시작하여 습관화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나 자신에게 질문부터 한다.
‘나도 일찍이 걷기가 좋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동안 왜 못했을까?’
걷기가 몸에 좋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먼 나라 사람들의 일로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 필요성을 몰랐다. 특별히 몸도 불편한 곳이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과격한 것을 즐기기 위해 테니스와 수영을 즐겼다. 생의 시기마다 운동의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테니스와 수영도 습관을 들이지 못하였다.
기분이 내킬 때만 수영했다. 일단 30분 이상을 차를 타고 가야 수영장에 갈 수 있기에 언뜻 내키지 않는다.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수영하고 난 다음 귀가 이상해 병원에 가니 ’ 중이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중이염을 앓아왔기 때문에 귀에 물이 들어가면 자주 탈이 났다. 의사는 가능한 귀에 물을 넣지 않도록 당부하면서 수영도 당분간 끊으라고 매몰차게 얘기한다. '그래 오히려 잘되었다'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 와중에 우연한 기회에 걷기에 취미를 붙였다.
연구실에서 의자에 앉다가 미끄러지면서 낙상을 하였다. 다음날부터 엄청난 두통이 왔다. 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다. 너무 답답하여 밖으로 나가 걸었다. 놀랍게도 통증이 잦아들었다. 두통이 해결되고 난 다음에도 계속 걸었다. 일단 걸으면서 두통이 없어지는 효과를 몸으로 체험했다. 게다가 머리가 맑아졌다. 걷기를 계속하면서 어느 순간에 '즐겁다'라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즐거우니까 아예 목표를 정하고 싶었다. 매일 만보를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즐겁고 걷고 나면 몸이 상쾌하니 그다음은 습관이 되었다.
요즈음에는 굳이 만보를 채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에 최소한 5일 이상은 걸으려고 노력한다. 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가 걷는다. 아마 앞으로도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평생을 할 것 같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즐거움을 몸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결심만 한다고 습관화되지는 않는다. 아직 걷기에 대한 생각만 하고 시작하지 못하거나, 시작하였더라도 계속 꾸준히 할 자신이 없는 사람을 위해 내가 경험한 것을 소개하려고 한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고리’라는 이론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또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습관의 재발견>을 읽으면서 지난 3년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함께 설명한다.
습관을 갖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게다. 다른 방법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듯이 습관을 들이는 방법 또한 다를 수 있다. 다만 이런 방법도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한다. 물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첫 번째, 시작은 작게 하라.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한 걸음씩 노력하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실천은 무척 어렵다. 처음부터 의욕을 가지고 3개월 혹은 1년간 ‘만보 걷기’ 계획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한 달간 만보 걷기를 할 수 있다. 포기할 확률도 높다. 굳은 의지가 필요한 조건이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아니 석 달 정도는 가능하다. 그다음 한 달, 또 그다음 달은, 그 후는 어떻게 될까? 평생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 스티븐 기즈는 “습관은 작은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면 그 긍정적 영향에 의해 힘과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매일 푸시업 한번 하기’를 목표로 시작했다. 그 효과는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하게 컸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지킬 수 있는 사소한 행동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경우도 ‘매일 동네 한 바퀴만 걷고 온다’라는 아주 단순한 시작이었다.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걷다가 보니 머리가 맑아졌다. 다음 날은 조금 더 멀리 걷게 된다. 어느 순간 걸어가는 그 시간이 즐거워졌다. 매일 조금 더 하다가 어느 날 만보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도 매일 만보를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두 번째, 중강도의 수준으로 근육에 자극을 준다.
<백 년 운동>의 저자 정선근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이란 근육을 반복적으로 강하게 움직여서 근육과 장기에게 자극을 가하고, 운동 후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자극을 받은 근육과 장기가 더 튼튼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운동에 대한 정확한 정의다. 걷기를 통해 근육과 장기에 자극을 주려면 중강도 수준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중강도 수준으로 걸으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중강도 수준이라 함은 옆 사람과 대화하기가 불편할 정도를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파워워킹’이라고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걷지만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장 좋다. 발 뒤꿈치를 먼저 땅에 닿도록 하면 허리가 자연스레 펴지고 아랫배에 힘이 들어온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인다. 나의 경우는 경사가 낮은 산을 오른다. 해발 200미터도 되지 않는 동네 뒷산이다. 중강도 수준이다. 그때 ‘만보 걷기’ 목표를 정해 걷는다. 목표가 없으면 예전의 게으름 피우는 습관으로 인해 도중에 그만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느리게 산책하면서 걸으면 운동 효과가 없다. 물론 산책하면서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다. 사색을 즐기면서 습관이 될 수 있다. 철학자 칸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산책을 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는 것을 보고 시간을 맞추었다는 확인되지 않는 스토리도 있다. 산책에서 사색의 즐거움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산책 정도의 저강도는 중간에 그만 둘 확률이 높다. 즐거움이 따르지 않으면 습관이 되지 않는다. 걷는 것도 리듬이 필요하다. 산책 정도의 저강도 수준과 숨이 약간 차는 중강도 수준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하여 차츰 걷는 강도를 높여서 걸으면서 마무리는 다시 산책하는 속도로 걷는다면 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찰스 두히그에 의하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신호, 반복행동, 보상”이라는 사이클의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 '걷기의 즐거움'을 몸으로 체험한다.
뇌가 습관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뇌 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함이다. 일상의 루틴 한 일들은 전두엽에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고 세수하는 것은 이미 판단이 필요 없는 ‘습관의 영역’이다. 미국 듀크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 행동의 45퍼센트 이상이 습관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대뇌에는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습관을 맡고 있는 기저핵이 있다.
기저핵은 운동을 통제하고 습관을 형성하고 습관을 관장하는 부위다. 기저핵에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행동을 반복하고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일상의 90퍼센트 이상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한다. 그것의 대부분이 습관이고 감정이다. 나머지 고작 10퍼센트가 이성이 작동한다. 일상의 행동마다 고민하고 판단하려면 뇌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뇌의 효율성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대뇌의 기저핵에서 습관을 만들어 낼 것인가?
매일 아침 걷기를 하고 싶다면 단순히 ‘체중을 줄이겠다 ‘라는 습관의 첫 고리인 ‘신호’를 작동하여 습관을 얻기 어렵다. 왜냐하면 며칠은 ‘굳은 결심’ 통해 습관의 고리인 ‘신호’를 받으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굳은 결심’은 사라지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의 신호’까지 오지 않는다. 재미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의지도 필요하지만 보상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즐거움이 보상이다.
작은 목표를 성취한 후 즐거움을 느끼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뇌신경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를 생성하고, 그 목표에 도달함으로써 성취감을 불러일으켜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몰입을 했을 때 사람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중강도 이상으로 걸으면 호흡이 가빠지는 시점이 있다. 그 순간에 나의 호흡만을 느끼면서 주위 세상이 모두 고요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간이 오래가지는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어 즐길 수 있다. 이 순간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즐긴다. 인간은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있어 기억하지 못하면 경험한 순간도 사라진다. 이성이 필요한 순간이다.
몰입의 순간이 지나고 차츰 속도를 줄이다가 호숫가 벤치 혹은 어디라도 앉아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햇볕을 받으면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면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이때의 평안한 기분 또한 마음껏 즐겨야 한다. 그러면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다시 걷고 싶어 진다. 뇌신경학자들은 이 순간 뇌에서 세로토닌이 나와서 평안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이 되었던 즐거움과 평온함을 느끼는 ‘보상’의 시간을 확실히 가져야 습관이 될 수 있다고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강조한다.
그래 맞다.
내가 계속 만보 걷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확실한 ‘보상’의 순간인 즐거움과 평온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아무리 강요하고 스스로 굳은 결심을 하여도 즐겁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즐겁고도 평온한 순간을 느끼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네 번째, 생각지도 못한 다른 습관을 얻었을 수 있다.
좋은 습관은 계속 연결되어 또 다른 습관을 쌓을 수 있다.
한 번 습관을 경험하고 나면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겨 다른 것에 도전하기가 쉽다. 걷기를 해 보니 심폐기능은 확실하게 강화되지만 코어 근육과 상체 근력 강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헬스클럽에서 PT(Personal Training)라 불리는 개인 트레이닝까지 받았지만 그때뿐이고 습관이 되지 못했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것이 일명 “홈트레이닝“이라고 하는 ‘스트레칭과 근력강화 루틴’이다.
예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스트레칭을 했다.
그렇지만 습관이 되지 않았다.
만보 걷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면서 홈트레이닝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일 연간, 스트레칭과 근력강화 과정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이 루틴을 더 강화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시작하여 누워서 브릿지와 크런치, 레그 레이즈로 복부와 허리 근력을 강화하고, 엎드려서 덩키 킥과 플랭크를 이용한 힙과 코어 근력 운동까지 한다. 플랭크는 1분씩 3회를 한다. 마지막으로 상체 근력을 위해 푸시업을 아주 천천히 50~60회를 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초기에는 푸시업을 5개 정도 했을까? 나만의 루틴이다. 이 새로운 습관을 일 년 이상 하고 있다.
이 루틴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대흉근이 조금 보이고 뱃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대사증후군으로 시달리는 배불뚝이 늙은 중년은 되고 싶지 않았다. 주위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고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가장 눈이 띄는 효과는 무릎과 허리 근육이 강화되면서 관절통과 요통이 사라진 점이다. 이제는 앉거나 일어설 때 통증이 없어졌다. 정선근 교수에 의하면 "운동으로 좋아지는 허리는 없다. 단, 걷기와 달리기는 디스크 속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허리에 가장 좋다. 특히 걷기는 신이 내린 최고의 명약"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새로운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해야 한다. 습관을 가지려면 최초 3일, 3주, 3달, 3년이라고 한다. 물론 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동기는 스스로 필요함을 느끼고 선택하는 '자기 결정권'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굳이 만보를 채우려고 걷지는 않는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왔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주 작게 시작하고 조금씩 강도를 높이면서 즐거움을 체험'하면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단지 걷기 습관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배우고 익히는 과정과 직장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업무를 해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방법이다. 만보 걷기는 지난 3년간 실험한 나의 경험이다. 여러분은 일단 3개월의 시간을 갖고 걷기, 독서, 글쓰기, 요리 등 무엇이던 실험해 보길 바란다. 작은 시작으로 사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실천하면 어느 날 "1만 시간의 법칙"에 도달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