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다닌 헬스클럽을 탈퇴한 후
몇 년 전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이 서점가에 넘쳤다.
너도 나도 독서 모임을 가지면서 읽기와 쓰기의 열풍이 불었다. 브런치를 비롯하여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글로 남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글 쓸 수 있는 환경도 아주 다양해졌지만 통계에 따르면 결국 읽는 사람만 책을 더 읽고, 쓰는 사람만 더욱 맹렬하게 글을 쓴다. 이곳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글은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많은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면서 농밀하게 익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책을 읽기만 하면 지식은 쌓이겠지만 정리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사색의 과정이 없으면 나의 글로 만들어낼 수 없다.
글쓰기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이곳 브런치에서는 빠른 시간에 조 횟수와 라이킷을 통해 반응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이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나와 비교한다. 어떤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하는지 혹은 외면당하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같은 과정이 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혼자 걸으면서 생각하고 질문하고 사색하면서 떠오르는 것을 글로 쓴다.
약 3년 전, 사고로 인해 심각한 두통을 앓으면서 걷기 시작했다. 동네 공원으로 조금씩 걷고 나니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20분간 잠깐 걸어도 두통이 완화되었다. 걷는 것에 대한 보상을 즉각적으로 받았다. 마침 그즈음에 ‘걷기 열풍’도 함께 왔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하정우는 걷기 전도사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만보 걷기’에 도전하였다.
나 역시 '만보 걷기'를 하면서 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처음에는 '한 걸음만 걸을까'로 시작하여 하루, 이틀, 한 달을 걸었다. 그러다 3년을 두고 실험을 하였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동안 25년간 열심히 다녔던 헬스클럽도 탈회하였다. 그리고는 거의 매일 걸었다. 공원으로 들판으로 산으로 계절의 변화를 음미하고 꽃내음을 맡으면서 걸었다. 온전히 그 순간들을 즐겼다. 걸으면서 물음이 떠 올랐다.
왜 누구는 좋은 습관을 들여 평생을 함께 하는데 많은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통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메타인지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자신의 상태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아는 힘이다. 메타인지는 학습, 독서, 외국어 공부, 연구를 하는 등의 머리를 쓰는 과정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운동에도 필요하다. 운동 능력을 키우고 습관을 들이는데도 똑같이 메타 인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운동을 하면서 느꼈다.
메타 인지력을 통해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 즐겁다. 그 즐거움은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생각하지도 않았던 경험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3년의 실험을 통해 일어난 연쇄 반응은 내 삶의 습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몸으로 경험한 습관을 들이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자, 그러면 단지 '만보 걷기'를 시작하고 25년간 다닌 헬스클럽을 탈회하면서 내 삶에 어떤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는지 그 얘기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