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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재균 Dec 25. 2022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마네는 그 흔해빠진

아스파라거스를

보고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흐는 자신이 신었던

그 해지고 낡아빠진

한 켤레 신발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림은

익숙한 것과

이별하여

새롭게 세상을

보게 한다.


겹겹이 쌓여버린

타성에

선함과

아름다움을 놓치고

쉽게 지루해하고


당신을 안다고

이해한다고

느끼는 순간

사랑의 마음은

오히려 멀어지고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에

더 이상

감탄하지 않고


밤새 소리 없이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도

출근길 교통에 짜증이 앞서

더 이상

마음이 설레지 않고


잔잔한 호수 수면 위를

날아가는

고니를 보아도

더 이상

감동하지 않고


원래 그런 걸

무시하고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린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


선함과

아름다움을 보고

느꼈던

그 여린 감각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미 와버린

미래

그 시간의

굴레 속에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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