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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May 30. 2024

촌개구리의 삶 (15)

아직도 군대친구 만나세요?

올해로 군대를 제대한 지 41년이 되었다. 강산이 4번 바뀔 정도로 긴 세윌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군대생활을 되돌아보면 좋았던 추억보다는 고생한 기억이 더 많다.  복무한 곳이 수송부라 군기가 센 덕분에 다양한 기합도 많이 받았다.


3월로 기억되던 유난히 바람 불고 쌀쌀했던 어느 날 누가 사고를 냈는지 군기가 빠졌다며 수송대 전원 집합시켜 팬티바람에 수영장 같이 생긴 세차장에 몰아넣었다.


찬물이 가득 찬 세차장에 들어간 지 5분 정도 지나자 여기저기서  '꺽꺽' 거리며 물개 우는 소리가 나는데 사람입에서 나오는 생소한 소리에 나도 놀랐다.


군대생활은 겨울이  힘들다. 겨울에 저녁 먹고 히터가 잘 들어오는 교육장에 집합시켜 정신교육을 시키는데 피곤한 하루일과를 마친 청춘들이 얼마나 졸리겠는가...


하이에나 같은 선임이 군기 잡겠다고 조는 사람만 골라내 별도로 얼차려를 가 하는데 졸지 않기 위해 허벅지에 멍이 들 정도로 꼬집었던 웃픈 기억이 난다.


이처럼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인연이 끊기지 않고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니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주변에서는 군대친구 만나러 간다면 "아직도 군대친구 만나세요?" 반문하며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보는데 이번에는 황병장 덕분에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에 다녀왔다.


다행히 전우 4명이 모두 골프를 좋아해 3일 내내 총 대신 골프채를 들고 제주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5월의  푸른 잔디 속에서 전우애를 다졌다.


운동하고 먹는 음식은 뭔들 맛없겠냐마는 황병장의 맛집 리스트에 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갈치조림, 고등어회와 탕, 돔베고기와 고등어 구이가 포함된 쌈밥 등 카페에서 디저트까지 정말 잘 먹었다.


저녁에는 소주 한잔 기울이며 당일 라운드한 내용을 복기하고 다음날 전의를 불태우고, 예전 군대생활 고생한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웠던 추억도 소환했다.


첫날은 비가 내렸지만 운동하는 삼일 내내 날씨가 도와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에어쇼하듯이 구름경연을 펼치는데  중간중간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다 담을 수 없어 일부는 가슴에 담아왔다.


늘 그렇듯이 골프를 잘 치고 못 치고는 중요하지 않다.  친구들과 잔디를 밟으며 '히히 하하' 웃고 떠들며  새소리와 꽃 항기가 있는 자연 속에서 굿샷을 외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


이렇게 전우들과 3박 4일 동안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전우애를 다졌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필드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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