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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Jul 10. 2024

촌개구리의 삶 (18)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직장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월 마감일이 다가오면 집에서 츄리닝과 세면도구를 챙겨 밤을 새우는 직원이 있었다.


다음날 출근하면 내 책상 위에 밤새 고생해 올린 결재서류가 밤을 새우지 않은 직원에 비해 너무 빈약해 내가 얼른 서랍에 넣고 감춰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업무능력이 좀 부족해도 과거 호봉제 시절에는 짬밥에 따라 승진도 하고 급여도 올라가므로 그냥저냥 묻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연봉제로 바뀐 후에는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므로 일 년 내내 전쟁터 같은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연봉협상 시기와 성과급인 PI, PS 나오는 날이면 늘 괴로웠다.


한해 고과를 못 받아도 다음 해 분발해서 잘 받아 패자부활이라도 하면 좋은데 결혼해 부양가족이 있는 중견사원이 계속 바닥에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늘 밝은 얼굴에 긍정적인 직원이라 아픈 손가락처럼  더 마음이 갔고 직장상사이기 전에 인생선배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그 직원을 위하는 길이라 여기고 날 잡아 면담을 했다.


"솔직하게 내가 보기에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은데 인생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한 달 정도 지나 이 직원이 나에게  "10년 넘게 직장 생활했지만 다들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만 했지 팀장님처럼  솔직하게 조언해 준 분은  처음입니다"라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음 달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퇴직 후에는 뭐 할 거냐고 물으니 친구가 하는 사업에 투자해 동업을 해 볼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스크가 많은 것 같은데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적성에 맞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그 직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했다. 그 후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서 일자리를 찾아 속전속결로 이직을 시켜주었다.


요즘도 가끔 씩씩한 목소리로 "팀장님 덕분에 잘 다니고 있으며 시내에 나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밥 한번 사겠습니다"라는 이야기 들으니 그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 가장들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는 일이 적성에 맞던 안 맞던 일에 몸을 맞춰가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적성에 맞고 능력을 발휘하며 보람도 느끼는 일을 찾아 사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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