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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개구리의 삶 (41)

오늘도 천사를 만났다

by 촌개구리

10여 년 전 전남 장흥 '로하스타운'이라는 전원주택단지 홍보투어에 일박이일 참석한 적이 있었다.


노후에 따듯한 남쪽 나라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 찾아갔던 곳을 4년 전 장흥 보름살이 하면서 다시 찾아갔다.


10년이 지난 전원주택단지를 돌아보니 일률적인 스타일에 노후화된 반면 새롭게 들어서는 전원주택 단지는 건축주 개인이 직접 짓다 보니 다양하고 개성 있는 주택이 들어서고 있어 보기 좋았다.


집구경 하려고 아내와 같이 단지 이곳저곳 둘러보다 스페인 풍으로 지은 멋진 주택 앞에 머물러 집안을 들여다보는데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는 외국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집구경 좀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나도 모르게 집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마침 청소 작업을 지휘하던 관리소장님을 만나 집안 곳곳 설명을 들으며 집구경하고 나오는데 더 좋은 집을 보고 싶으면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내친김에 따라나섰더니 보여주고 싶은 집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라며 소개하는데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퇴직 후 5년간 남도 여기저기 다니며 터를 직접 골라지었다는데 스페인 풍에 전망도 좋고 마당도 넓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집구경 다 하고 차 한잔 하며 전원주택에서 눈이 마주친 외국인 청년의 미소 때문에 집으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자 그 친구는 네팔에서 온 청년인데 '부처'라고 이야기했다.


'부처요?'라고 반문하자 인간은 누구나 천심(天心)

과 천안(天眼)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아는 눈과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곧 부처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소중한 보석은 다 내팽개치고 쓰레기를 모으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추가로 주었다.


부처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외국인 청년의 미소가 장흥의 현인(賢人)을 만나게 해 주었고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연말 한 달간의 태국여행 중 미소가 아름다운 부처 같은 청년을 많이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살펴보면 천사와 부처 같은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낮에 엘리베이터에서 유치원을 다녀오는지 쪼그만 가방을 멘 귀여운 어린아이가 '안녕하세요'라며 배꼽인사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름다운 천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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