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박이일 60회
2013년 3월 해남 파인비치부터 시작한 일박이일 골프투어 60번째 모임을 경북 칠곡에 있는 세븐밸리로 다녀왔다.
12년 동안 진행한 일박이일을 되돌아보면 4~6월, 9~11월 전국에 안가 본 골프장 중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아 예약하고 4~5팀 참석자 모집이 끝나면 역시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아내 순위를 정하면 1 단계가 끝난다.
2 단계는 참석자 중 고수, 하수를 적절하게 나눠 첫날 조편성 내용을 공지하고 예약금이 있는 골프장은 취합해서 보내주고 출발일이 다가오면 날씨 체크하고 각 지역별 최소한으로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챙기고 우천 시 비상대책도 세워둔다.
3 단계는 첫날 라운드를 마치면 숙소 인원배정과 둘째 날 조편성을 골프장에 통보하고 둘째 날 라운드 후 점심 먹으며 소감도 듣고 찬조한 사람 소개와 일박이일 비용 정산하고 차기 일정을 공지하고 귀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동안 골프를 통해 퇴직한 선후배님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한다는 생각으로 60회를 진행했는데 가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선후배님들이 협조를 잘해주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 일박이일도 첫날 점심 장소에서 전국 각지에서 온 4팀 16명이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최근 홀인원한 김 프로님이 두부정식으로 쏘셔서 맛있게 먹었다. 이어서 클럽하우스도착 환복하고 스타트하우스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13시 32분 티오프로 출발했다.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후반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고 구장 컨디션은 페어웨이와 그린상태는 좋았지만 다소 느렸다. 일부 티박스에 상태가 안 좋은 매트가 깔려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밸리코스 보다 세븐코스는 좀 더 길고 난이도가 있어 나름 재밌었다.
각 조별로 그늘집 내기와 파3 니어 먹기, 캐디피 내기 등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해 치다 보니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 골프라 어느 조는 마지막 홀에서 7타를 뒤집는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골프에서 고수가 무너지고 하수가 고수를 잡는 이변은 늘 발생하고 첫째 날 스코어 순서대로 둘째 날 조편성이 이루어지므로 18홀 동안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끝까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첫날 라운드를 즐겁게 마치고 박프로님 친구가 추천한 장어집에서 라운드 내내 흘린 땀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강하고 둘째 날 선전 의지를 다지며 럭셔리한 빌리지 숙소 분위기(?)에 맞게 조용히 취침했다.
둘째 날은 7시 7분 티오프 시간보다 일찌감치 골프장에 도착하여 아침을 황태해장국으로 든든하게 먹고 첫날 스코어로 짠 조편성대로 라운드를 시작했다.
날씨는 아침인데도 후덥지근 첫날 보다 더 더웠다. 첫날 밟아 본 코스라 눈에 익어 어떻게 공략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골프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꼈다.
특히 올해 들어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한 왕프로가 올해 나와의 승률을 언급하며 도발하는데 후배의 구찌에 결국은 전투력을 배가한다는 것이 모든 샷에 힘이 들어가 OB, 해저드, 벙커 등에 빠지며 의문의 1패를 더해 올해 2승 4패로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사기캐릭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장타를 날리며 1조를 넘나들던 문프로님이 첫날 104타로 3조로 내려가더니 오늘은 12타를 줄이며 공동 3위로 올라섰고 예전에 제법 치던 동기인 김프로는 오랜만에 백돌이로 컴백하더니 오늘은 더 추락해 최하위 도시락이 되어 15명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처럼 오늘도 각 조별로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농담을 해도 부담 없는 즐거운 멤버들과 히히 하하 웃으며 치다 보니 어느새 18홀이 끝나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다음엔 잘할 수 있다는 마음에 또 도전하나 보다.
점심은 일박이일 멤버 중 가장 목소리가 크고 재밌는 김프로 님과 똑같은 '정만경'이란 이름에 꽂혀 예약했는데 운동 후에 먹는 음식이 뭔들 맛없겠냐마는 연잎밥정식으로 정말 맛있게 먹고 칠곡 세븐밸리 일박이일 행사를 모두 마쳤다.
이번에는 60회를 기념한다고 5기 동기들이 식사비용 찬조도 하고 부산에 사는 박프로님은 정성이 담긴 부산어묵을 준비해 오셔서 대회를 더욱 빛내주셨다. 이외에도 참석한 모든 분들이 60회 진행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격려해 주어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모두 건강관리 잘해 100회를 돌파하는 날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