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과 성장
20대 후반 입사하여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회사의 발전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주말 근무와 야근을 밥먹듯이 할 정도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근면성실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모두 경쟁적으로 열심히 일하던 분위기라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나는 그냥 하루하루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했지 남보다 빨리 승진하겠다는 욕심, 성공하겠다는 목표의식이나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도 없었다.
그래도 좋은 상사를 만난 덕분인지 아니면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이라 그런지 때에 맞춰 진급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라는 보직을 맡게 되었을 때 리더로서 팀원을 이끌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 반문한 적이 있었다.
하기야 군대에서도 짬밥이 쌓이다 보면 병장으로 진급하게 되고 내무반장이라는 완장을 차면 어리바리했던 친구도 내무반장 역할을 잘하던 모습이 생각나 주변 선배 팀장에게 배우고 따라 하며 리더역할을 수행해 나갔다.
그 후 필드에서만 근무하다 어느 날 본사 스텝부서 중책을 맡게 되었는데 나에게 맞지 않은 큰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모래성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뒤늦게 스텝형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책도 읽고 온라인 MBA 과정도 등록해 주경야독으로 공부하고 주말에는 명사들의 특강을 찾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그때 깨달은 것은 인생을 살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잠시 회피할 수 있어도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므로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책도 많이 읽고 자기 계발을 충실히 해놓았으면 뒤늦게 고생 안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처럼 직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반강제로 공부하다 퇴직하고 자유인이 된 지금은 일부러 공부할 필요가 없지만 나이 들수록 성숙해지고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재미에 빠져 자발적으로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으니 뒤늦게 철이 들었나 보다.
누군가는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눈이 나빠져서,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떨어져서,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힘들다고 핑계를 대는데 공부에는 때가 없으며 오히려 살아온 지혜가 무르익었을 때 하는 공부는 성장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죽는 날까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어제보다 오늘이 성숙해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성장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