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세월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풀 먹으면 속 편하고 자고 나면 털 빠지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인사가 '건강하세요'라고 바뀐 지 오래되었다.
원래 어려서부터 약골인터에 결혼 후에도 여기저기 잔병이 많아 아내는 나를 '종합병원'이라고 부른다.
환절기에는 가장 오래된 지병인 알레르기 비염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여지없이 재채기와 콧물이 쏟아져 휴지가 쌓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20대 후반에는 직장 생활하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이라 불규칙한 식습관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일찌감치 위장이 망가졌다.
물론 가족력도 있고 위가 안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영향도 있지만 역류성 식도염,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진단을 단골로 받다 보니 살아가며 멀리해야 하는 것들이 생겨 슬펐다.
한 때는 하루에 5잔 이상 마실 정도로 좋아하던 커피를 비롯하여 술, 탄산음료, 튀김, 밀가루 음식 등등 자제하며 살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집 토끼들은 좋아하는 피자, 치킨, 짜장면, 햄버거를 다른 집 애들보다 덜 먹게 되었다. 나도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토끼들은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리고 30대 후반에는 직원들과 축구하다 다친 왼쪽무릎도 고질병이 되어 10여 년 전 사무실 근처 정형외과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인간의 내용연수는 60세 정도인데 60 넘어 여기저기 아픈 것은 당연하므로 잘 관리하며 써야 한다"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현명한 원장님 말씀대로 60 넘으니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도 걸리고, 수면무호흡, 안구건조증에 눈도 침침하고, 일 년에 한두 번씩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건강에 대한 정보가 옥석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넘쳐나고 몸에 좋다고 일일이 다 따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강박증에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스스로 내린 결론은 제 때 건강검진받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관리 루틴을 지키며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욕심과 근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5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작년에는 관리 차원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받고 있는 위내시경 결과 경미한 위염만 있다고 해서 의사가 다른 사람 결과를 잘 못 본거 아닌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놀랐다. 위장도 자연 치유력이 있을 뿐 아니라 마음과 몸은 일체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제는 두 눈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두 발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