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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개구리의 삶 (37)

편안한 관계

by 촌개구리

해가 바뀌거나 폰을 바꾸게 되면 연락처를 들여다보며 한 명 한 명 정리하다 보니 연락처가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누구는 일 년에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은 모두 삭제한다고 하는데 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렇게 모질지 못해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만날 때마다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집은 몇 평인지, 차는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하여튼 물질적인 것에 집착했던 불편한 친구는 연락처에서

삭제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어도 여전히 명함이나 타이틀을 내려놓지 못하고 과시하는 친구도 연락처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나이 들수록 유연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깊어지는 주름살처럼 편협해지거나 나오는 뱃살처럼 욕심이 늘어나는 친구를 만나면 불편해서 연락처에서 지우고 싶다.


그러면 연락처에 오랫동안 저장하고 싶은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남녀노소를 떠나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서로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는 한마디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친밀한 관계란 어떤 가식 없이 대하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고 그저 상대방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관계 말이다.


여행이나 골프장을 찾을 때는 미지의 땅을 밟아 보는 설렘이 있는 새로운 곳을 선호하지만 인간관계는 새로운 사람보다는 여행도 함께 다니며 검증된 즐겁고 편안한 사람이 좋다.


물론 새로운 사람과도 편안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나부터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나이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성별, 나이를 떠나 만나면 반갑고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연락처에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은 인생. 나부터 편안한 상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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