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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개구리의 삶 (38)

폭싹 속았수다

by 촌개구리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서 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한다.


예전 직장 생활할 때는 매일 야근에 주말도 반납하며 일하느라 드라마를 가까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뽑히는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나마 때를 놓친 영화는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보곤 했지만 공중파시절에는 지나간 드라마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찾아보긴 어려웠다.


세상이 달라져 이제는 케이블방송을 뛰어넘어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넷플릭스에 점령당해 우리나라 안방에서도 OTT서비스로 시도 때도 없이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1998년 온라인으로 DVD, 비디오를 주문받아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2007년부터 스트리밍서비스로 발전했다고 하는데 창업자의 선구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여튼 큰 딸 덕분에 넷플릭스로 개봉한 오징어게임도 보고 가끔 지나간 영화와 드라마도 보고 있는데 최근에 개봉한 드라마가 나를 울렸다.


드라마 제목은 제주방언인 '폭싹 속았수다'로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정말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첫사랑과 결혼하여 손자손녀까지 보며 살아가는 여자의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매주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았다.


동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드라마 시그널뮤직인 신중현 작곡 김정미의'봄'이 흘러나오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드라마에 푹 빠져 배경과 작은 소품 하나에도 어려운 시절 고생하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많이 울었다.


4주 동안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에 눈물샘이 터졌던 드라마도 끝나고 풍요롭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각자도생'인 현실로 돌아오니 다들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없는 살림에도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사랑했던 시절이 그립다.


그런 시절을 살다 이제는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흘러 어느새 머리는 희끗희끗,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지며 손자볼 나이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너무나 어려웠던 시절 태어나 당신의 꿈을 접고 자식들을 위해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 참아가며 고생만 하다 하늘의 별이 되신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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