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눈물로 이룬 꿈
8월 말에 접어들었지만 연일 폭염에 꼼짝없이 발이 묶여 에어컨 켜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데 그나마 3주간 PGA투어 플레이오프 보는 재미로 더위를 이기며 보냈다.
PGA투어 플레이오프는 올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로 1차전은 70명, 2차전은 50명, 최종 3차전은 30명만 출전해 상금 1,000만 달러(약 140억 원)가 걸린 최종전 파이널라운드가 오늘 열렸다.
오늘도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내가 응원하는 토미 플릿우드(Tommy Fleetwood) 선수가 러셀 헨리와 함께 마지막 챔피언조로 출발하여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토미는 PGA 투어 입문하여 163경기 동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승자의 환호소리를 들으며 18번 홀 그린을 내려오며 흘린 눈물만 해도 큰 강을 이루지 않았을까 그러나 사슴 같이 선한 눈망울을 가진 34세 영국신사가 패자의 품격을 잃지 않고 인터뷰하는 모습에 팬이 되었다.
오늘도 2위 러셀과 2타 차 앞선채 출발했지만 보는 내내 안심이 안되었다 파이널라운드에서 앞서 나가다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만 6번, 올림픽 은메달, 3위도 6번이나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상금을 번 선수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가슴 조이며 보고 있는데 마의 15번 아일랜드 홀(파3)에 토미가 들어섰을 때 긴장도는 최고로 올랐다. 이미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는 물에 빠트려 우승은 물 건너갔고 토미도 어제 물에 빠트려 2타를 잃었기 때문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다행히 아이언샷이 그린을 넘어가긴 했지만 살아서 보기로 선방하고 16~18번 홀을 차분하게 파로 막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데 전율을 느꼈다.
그동안 PGA 파이널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여러 번 무너져 주변에서 새가슴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텐데 그토록 갈망하던 PGA 투어 첫 우승과 별들의 전쟁인 왕중왕전에서 페덱스컵을 동시에 들어 올려 진정한 챔피언이 된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PGA대회에서 우승경험이 없는 선수가 '왕중왕'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선수도 최초라니 깨지기 쉽지 않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운 것도 대단하다. 우리나라 안병훈 선수도 PGA 218번 출전 준우승만 5번으로 우승이 없는데 이 기록도 깨지길 바란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기자가 “164번째 대회 만에 드디어 첫 우승을 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늘 내가 자랑스러웠다. 오늘 해냈다는 게 기쁘고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패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골프는 인생과 많이 비교하기도 하는데 우리네 보통 사람들도 반복되는 실패에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게 되는 월요일 아침이다.
사진: 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