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머리 올려준 날
오늘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날씨에 4년 만에 원주 공군체력단련장을 다녀왔다.
멤버는 고등학교 친구 중 가장 늦게 골프에 입문하여 3개월간 열심히 배워 드디어 머리 올리는 친구와 그 친구 형님, 그리고 2년 전 머리 올려 주었던 친구로 구성했다.
이 친구는 베프로 만날 때마다 골프 배우라고 노래를 했었는데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되냐면서 그동안 축구에 빠져 지내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으니 늦게나마 신세계를 맛볼 수 있어 다행이다.
덕평휴게소에서 10시에 만나 함께 원주로 가는 동안 골프에 대한 룰과 에티켓 등 매너가 중요한 운동이고 늦게 배운 만큼 남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12시 12분 티오프로 친구는 티박스에서 연습한 대로 치지 못하고 힘이 잔뜩 들어가 첫 드라이버 티샷은 그만 우측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갔고 3~4홀 지나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정상궤도로 뜨고 아이언도 몇 차례 잘 맞았다.
그러나 대부분 샷은 탑볼, 뒤땅 좌충우돌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20여 년 전 공사체력단련장에서 내가 처음 머리를 올리던 날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추억이 생각났다.
오늘 또 느낀 것은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특히 골프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늦게 입문한 후배님 왈 선배님이 때려서라도 빨리 배우도록 해주지 왜 신사적으로만 권유했냐고 원망 아닌 원망을 들은 적도 있다.
오늘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한낮엔 조금 더웠지만 청명한 하늘에 구름도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데 골프 치기 너무 좋았다. 페어웨이 잔디도 촘촘하니 밟는 맛도 있고 그린이 약간 느리긴 했어도 컨디션이 양호해 수도권 회원제골프장 못지않아 동반자 모두 좋아했다.
후반 9홀은 티박스와 그린을 달리 사용해 지루하지 않았고 오늘은 지역주민의 날로 가성비도 좋았지만 노캐디라 캐디 눈치 보지 않고 필드 레슨을 해 줄 수 있어 머리 올려주는 곳으론 최적의 골프장이었다.
이렇게 친구는 18홀 내내 볼도 많이 잃어버리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만만하게 봤던 골프에게 톡톡히 혼나는 역사적인 첫 라운드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운동 끝나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필수코스 꿀맛 같은 저녁은 인근 맛집에서 오늘 라운드에 대한 소감도 듣고 덕담도 나누며 친구 형님이 쏘신 더덕정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아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발길을 돌렸다.
내가 골프를 시작하며 입문시킨 사람만 줄잡아 30명은 넘을 거 같은데 앞으로 우리 집 딸내미들만 머리 올려주면 주변에 더 이상 입문 시킬 사람이 없을 거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그동안 입문시킨 친구, 선후배님들이 많아 행복한 골프생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