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개구리의 삶 (50)

여행이 삶이고, 삶이 여행이다

by 촌개구리

내가 어렸을 때는 여행이란 걸 다녀 본 기억이 없다. 그 시대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 다들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가난에서 벗어난 시대에 결혼해 가장이 되었지만 매일매일 야근에 주말도 반납하며 힘들게 일하던 어느 날 퇴근길 밤하늘을 쳐다보며 문득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하며 돈을 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찾은 답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데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잘 쓰는 걸까?" 또 고민하게 되었다.


넓은 집에서 계절마다 새 옷을 사서 입고 비싼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 행복할까. 이런 물질적인 만족보다는 살아오며 내 맘속 꽉꽉 눌려있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도 풀고 가족의 행복감을 증대할 수 있는 여행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국내외 여행을 다니게 되었고 나부터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다 보니 삶의 활력소가 되어 어려운 일도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었다. 아울러 함께한 애들도 스스로 여행의 맛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애들은 중학생만 돼도 부모랑 여행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우리 집 애들은 30줄에 들어섰어도 지금도 여행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이제는 우리집 토끼들은 여행 다녀온 지 좀 되면 '여행이 고프다'며 여행 계획을 스스로 짜서 다녀오기도 하고 가족여행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 아빠로서 물질적인 유산보다 더 좋은 것을 물려주었다고 생각한다.


큰딸은 이번 최장 추석연휴에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기에 벌써 친구와 해외여행을 떠났고 둘째는 얼마 전 화장실 청소하다 무릎을 다쳐 꼼짝없이 집에서 지내는 모습이 안쓰럽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부모님 세대 중 가장 오래 사셨던 장모님만 가족여행 다닐 때 모시고 다녔던 것이 너무 아쉽다. 남도 여행 중 옥정호 근처 매운탕집에서 시래기가 많이 들어간 매운탕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90년 대 볼링에 빠져 친하게 지내던 선후배님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여행모임인 '마실회'를 통해 지금도 매월 회비를 모아 어느 정도 쌓이면 여행을 떠나는데 작년 이맘때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주어 좋다.


누군가 여행이란 본 적도 없는 세계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고, 아는 길이 아니라 감춰진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하던데 공감이 간다.


퇴직 후 그동안 제주 한달살이를 시작으로 장흥, 남해, 해남, 평창살이에 이어 이번 가을에는 일상을 벗어나 나를 부르는 숨겨진 세상 거제로 보름살이를 떠난다


가을 끝자락 거제에서 내 맘 속에 잠자는 낭만을 깨우고 방랑자가 되어 새로운 만남과 함께 어떤 스토리가 탄생할지 벌써부터 설렌다.


여행이 삶이고, 삶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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