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대구탕
돌아가신 어머니 고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멀고 먼 함경남도 단천이다. 단천은 동해안을 끼고 있어 어렸을 때부터 생선을 접해서 그런지 생선요리를 좋아하셨다.
나에게 어머니의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지 나도 해물요리와 냉면 등 북한음식을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가장 흔했던 동태찌개를 많이 먹었다. 요즘도 가끔 추억의 맛 때문에 러시아산이지만 동태찌개를 찾아서 먹는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지금은 사촌뻘인 대구가 잡혀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는 겨울철인 11월~2월에 산란을 위해 남쪽 연안으로 돌아와 가장 많이 잡힌다고 한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보글보글 끓여서 국물부터 한술 뜨면 시원한 국물맛이 예술인 제철에 먹는 생대구탕을 좋아한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대구탕 잘하는 식당이 있어 자주 방문하다 보니 이제 단골이 되었다.
이 식당을 알게 된 것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와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차례대로 맛집탐방을 하다 이름도 정겨운 '어향소방울'을 발견했는데 속초에서 매일 공수해 오는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문어볶음과 생대구탕을 먹어보고 한 번에 반해버렸다.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속초 장모님이 하는 식당에서 직접 배운 다음 독립해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음식 맛도 내 기준엔 최고 등급이라 동네 맛집리스트 1위에 올려놓고 주변에 소개도 많이 하고 VIP가 오시면 꼭 모시고 가는 식당이다.
이젠 단골이 되어 사장님 부부와 대화도 많이 나누는데 자신들 메뉴에 없지만 속초에 가면 장모님이 하는 원조 '소방울' 식당에서 '장치조림'을 꼭 맛보라고 해서 작년 봄에는 태국 여행 시 알게 된 부부와 운동하고 찾아갔는데 역시 찾아간 보람이 있어 동반자 부부도 엄지 척 만족하셨다.
얼마 전에는 지금 배우러 다니는 디카시 과정 교수님이 신춘문예 수상기념으로 점심을 쏘신다고 해서 수강생들과 점심 먹다 생대구탕 이야기가 나와 단골 식당을 소개해 주었는데 지난주 만났을 때 가본 분들이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고 감사인사를 하는데 영업사원이 된 듯 기분이 좋았다.
우리 부모님 시대는 가난한 시절이라 보리밥이라도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다 보니 양보다는 질을 찾아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로 '흑백요리사 2'를 재밌게 봤다. 수년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열정을 다해 창의적이고 기발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시청자를 감동시키는데 요리사란 직업을 다시 보게 되었고 존경심마저 생겼다.
이렇게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 있어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