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만화에 나올 법한 열정적인 캐릭터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들이 있죠. 당장 떠오르는 예로, 귀멸의 칼날의 물의 하시라, 토미오카 기쥬입니다. 무표정에 감정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이 참 따뜻한 사람이죠.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의 여동생 카마도 네즈코가 오니임에도 눈 감아주고, 탄지로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가장 먼저 와서 구해주는 것도 바로 이 토미오카 기쥬였습니다.
차가운 외모와 다른 이런 타인을 향한 따뜻한 행동들 덕분에 이런 차도남, 차도녀 캐릭터들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데요. 그럼 오늘 포스팅에서는 웹툰에서 보이는 매력적인 차도남, 차도녀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1. 약한 영웅 - 연시은 : 세상에 공평한 싸움이라는 게 어딨어?
네이버 일요 웹툰 [약한 영웅]의 주인공 연시은은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차분합니다. 하얀 피부에, 긴 속눈썹까지 어떻게 보면 여성스럽다고 생각이 될 정도인데요. 하지만 이런 연시은을 잘못 건드리면 아주 그냥 큰 일 나는 수가 있습니다.
1화에서 연시은이 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같은 반의 일진 학생이 바로 연시은에게 시비를 거는데요. 연시은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학생에게 강력하게 보복을 합니다. 이후 연시은에게 호기심이 생긴 일진 학생들이 하나 둘 찾아와 연시은을 도발하지만, 모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연시은에게 혼쭐나게 됩니다
기존 학원 배틀 물의 주인공들이 체격적으로 우수하다는 고정관념을 [약한 영웅]에서는 160cm의 차갑고 조용한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로 뒤집어 버렸는데요. 오히려 이렇게 차분하고 모범생처럼 생긴 인물이 여러 더티한 방식을 사용해 상대를 무찌른다는 점이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소녀의 세계 - 임유나 :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네이버 월요 웹툰 [소녀의 세계]에서 임유나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데 매우 서투른 캐릭터입니다. 아이돌 같은 외모에 집도 아주 잘 살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이 자신에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는 무엇을 얻으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가 하고요.
하지만 그런 임유나를 조금씩 변화시킨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소녀의 세계의 주인공 오나리라는 인물인데요. 자신이 힘든 순간에 늘 옆에 있어준 오나리라는 인물 덕분에 임유나는 사람을 사귀는 것에 있어 희망을 조금씩 푸게 됩니다.
독자들이 이 차갑기만 한 임유나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실제로 사회에 나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하면서 마음이 차가워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게 됩니다. 그럴 때는 괜히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아지고, 나 스스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부정적으로 생각이 머릿속에 흐르곤 하는데요.
임유나라는 캐릭터가 가진 고민들은 우리가 가진 스트레스가 단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줘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에게 있어 오나리라는 친구는 누구인지,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옵니다. 많은 소녀의 세계 독자들이 임유나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3. 더 복서 - 쟝 : 나에게 복싱은 예술이다.
웹툰 [더 복서]의 쟝은, 복싱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으로, 24시간 복싱만을 생각하는 복싱에 미친 남자입니다. 그에게 있어 복싱 외적인 것들은 그 어떤 가치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목숨까지도 차갑게 대할 정도로 자신의 복싱 기술을 극한으로 이끌어 올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쟝이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쟝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가정을 버리게 되고, 남은 쟝의 아버지는 이윽고 쟝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을 버리는 순간마저 서툴던 쟝의 아버지. 쟝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꿰뚫어 보지만, 차마 말하지 못합니다. 사실은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감정에 휩싸이던 무능한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만 것이죠.
저는 이런 쟝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겉이 차가 워보이는 사람은, 속이 여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요. 여린 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면, 너무나 크게 상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속에만 고이 간직하고, 외부에는 차갑게 굳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4.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열정보다는 차분함
교보문고
마지막으로 웹툰 속 차도남, 차도녀에게 어울릴 것만 같은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면서 이번 포스팅을 마치고자 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로, 기존 자기 계발서에 비해 다소 차분한 문체로 쓰여 있는 책입니다.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들이 상황을 극복해라라고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말해요. 인내야말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며, 오히려 고통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말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차분한 사람들 그리고 냉정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커다란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하게 놓인 현실을 인내하고 그 상황 안에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니깐요.
역설적으로 냉정함이 가장 뜨거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오늘 포스팅을 쓰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