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루 Mar 02. 2021

평생직장이 없는 건 알고 있다.

변화가 필요해

며칠 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회사 입사 동기의 카톡 한 줄을 읽고 더 이상 운동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000 팀장님, 퇴사하고 다른 곳 이직했고 다음 주 바로 출근 이래”


좋겠다 , 축하한다 이런 감정보다는 000 팀장님이 퇴사를 했다는 거에 너무 충격이었고 , 휴직 중 무료했던 내 일상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충격적인 이유는 000 팀장님 만큼은 회사에 뼈를 묻을 분이시라는 걸 나 아닌 다른 직원들도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 내 사내커플로 결혼도 하셨고 , 특히 회사에 대한 애사심만큼은 누구보다도 인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직을 한 곳은 사기업이 아닌 동종업계랑 비슷한 공기업이고 ,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지만 공기업에 이직을 했다는 거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해서 팀장님 밑에서 팀원으로 일을 배웠고 ,  조직, 사회생활과 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 들을 해주셨던 분이다.


-회식할 때 소주 상표를 가리고 술을 따라라

-윗사람에게 보고 할 때 먼저 ”보고해도 되냐고 물어봐야 된다” 보고 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다.

-보고할 때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보고해라(요점만 명료하게)

-회식할 때 한자리에 너무 오래 있지 마라, 관련 없는 부서라고 소통을 해라.

-소주잔으로 짠 할 때는 밑에 사람은 소주잔을 밑으로 내려서 짠 해라.

-불편하지만 윗사람들이랑 술잔을 기울려라.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라.


등등 많은 것들을 알려 주셨다. 방법이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신입사원 때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다른 선배들 에게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의 비전”을 알려주셨던 분이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회사의 선배로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선배는 아주 드물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위치에 있을 때 팀원한테 이 회사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한번 할까 망설이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드렸다. 왜 망설였냐면 휴직 후 한 번도 연락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다른 부서로 이동을 했고 다른 팀장님 밑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후배로서 안부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뭔가 신입사원 때의 일을 배울 때 기억이 너무 많이 남아서 뭐랄까.... 애증의 관계?라고 나 혼자 결론을 지었다.


왜냐면 회사 업무로 얽히면 너무너무 힘든데 회사를 떠나서 만나게 되었다면 정말 좋은 형이다. 힘들었던 이유는 질책이나 위로를 할 때 “가슴에서 나온 말이 아닌 머리에서 나온 말” 같다고 나는 항상 느꼈기 때문이다.


3,40분가량 꽤 긴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거의 듣고만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회사 내에서의 팀장님의 위치에 대한 고뇌가 느껴졌다. 언젠가는 대구라는 지방이 아닌 서울에 본사로 가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대한 존재와 가치를 본사에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걱정을 많이 하시고 계셨지만 나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영업 부서에서만 잔뼈가 굵어서 잘 헤쳐 나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항상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어라”


회사 생활, 회식을 할 때도 항상 하시던 말씀이셨다. 꾸준히 공부를 하고 계신 건 알고 있었는데 박사학위까지 따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정말 이분만큼은 나중에 회사 내에서 한자리할 것 같았는데 이직을 했다는 소식에 평생직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직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변화.


내 인생에서 첫 팀장님의 건승을 빈다.


그리고 앞으로 이제 더 이상 팀장님이 아닌 형님 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사람들이 진짜 있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