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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 Aug 03. 2021

기념일의 기본 옵션은

케이크이죠!

살다 보면 꼭 챙겨야 되는 기념일이 있다. 대표적으로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생일.

모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경상도 아재로서 크게 내 생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다.


섬세한 친구들이 내 생일을 알고 축하한다고 해주면 뭔가 좀 어색하다고 해야 되나 , 그리고 선물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되지 , 뭔 선물이고?”라는 말을 했다. 뭔가 쑥스럽고 챙김을 받는 게 어색하다고 해야 되나..


하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챙겨주고 싶은 지인들의 생일만큼은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선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소중한 건 자기 자신임을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나는 결혼을 했고 평생 반려자도 생겼기 때문에 생일뿐만이 아니라 결혼기념일도 챙겨야 된다.


1월 13일 , 내 생일은 몰라도 이 날짜만은 평생 까먹으면 안 된다.  


생일은 각자의 소중함이고 결혼기념일은 서로의 소중함을 기념하는 날이다.


기념일에 빠질 수 없는 케이크도 준비를 해야 되는데 마침 친구 와이프가 수제 케이크를 시작한다고 해서 결혼사진을 주며 이쁘게 꾸며 달라고 부탁을 했다.

케이크를 가지고 저녁 별이 잘 보인다는 야경 스폿으로 가서 차 안에서 커팅을 하고  맛있게 먹을 생각에 차를 몰고 갔다.


 국도를 가고 있는데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 애매한 상황에 빠지게 하는 황색 불을 마주한다. 속도는 내고 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거니와 카메라도 없고..

그 찰나에 심한 내적 갈등의 결과 나의 발목은 브레이크를 향했고 차는 급제동을. 했다.


순간 아차 하면서 뒷좌석에


“케이크?”


케이크 상자는 이미 바닥에 박혀있었다. 상자를 열면 미리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가서 열어보자고 이야기했다.


도착은 했고 기념일을 축하하는 케이크 상자를 열어보니

  

이렇게 잘 나왔던 케이크가

응?


왜 순간이동을 저렇게 절묘하고 기가 막히게 되었지?


어떻게든 이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리저리 케이크를 손을 안 대고 이동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털썩 소리와 함께

응??


어떻게 초를 꽂으라는 거지?


결국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했다.



사진도 찍었고 케이크 맛도 봐야 되고 입이 심심해서 빨리 맛을 봤다.


맛은 있었다. 김치가 좀 생각이 났지만


지난 7월은 와이프 생일이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큰 선물은 못했지만 케이크와 손편지로 생일을 축하해줬다.


기념일에는 필수옵션인 케이크이니깐 이번에는 실패가 없도록 집에서 오픈을 했다.


요즘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우울한 날이 많았는데 잠깐이라도 좋았던 생각을 하기 위해서 지난날의 추억들을 잠깐 꺼내먹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케이크를 준비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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