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4화 경기도의 자랑

by 김목화

2025-02-04


이 편지는 2025년 02월 4일 화요일 오후 2시에 쓰였습니다.


경기도의 자랑 김목화는 아니지만, 경기도민으로서 버스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버스를 타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버스에서 보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뭘 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어제 약속에 가는 길에 저는 시집을 읽으면서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유희경 시인의 <이다음 봄에 우리는>입니다.


일 년 전부터 예전에 살던 동네로 다시 이사 오면서 옛 친구들과 약속이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얼굴을 알던 사이여서 그런지 크게 어색함이나 거리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에 대한 일대기적인 얘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날 긴장을 한 것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익숙했고, 친숙했으며, 친구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을 때의 감각이 좀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같은 얼굴을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화장하는 법, 분위기가 달라졌고 등등의 감회 말이죠. 하여튼 눈을 빤히 바라보고 과일과 생크림이 가득 든 샌드위치를 (포크와 칼이 없어서) 손에 잔뜩 묻히고 먹었습니다.



IMG_1486.jpeg


그리고 외국인이 잔뜩 있는 명동 한복판에서, 제 책 <피안화>를 선물해 주며 사인을 급하게 해줬습니다. 상냥한 친구는 저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줬고요.





IMG_1909.JPG?type=w773




이제 다시 버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전에 <명란만화>를 인스타그램에 올릴 시기, 5년 전 2020년 정도에만 해도 저는 버스에서 다양한 일들을 했습니다.



당시 학교가 파주에 있어서 서울로 오는 길은 50분, 지하철을 타고 본가로 가는 길은 80분 정도 걸렸습니다. 시간이 많이 들다보니 가는길 오는 길에 만화 내용을 주로 설계했습니다. 보통 4칸에서 8칸, 10칸으로 이루어진 칸 만화다 보니, 칸 하나당 한 문장으로 잡고 구상했습니다. 대충 예시를 보여주자면, 이렇습니다.




1) 버스에서 조는 저 사람
2) 햇빛에 볼이 반짝인다.
3) 거대한 사탕같다.
4) 잠시라도 달콤한 사람 부럽다.



정말 부끄럽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칸을 구성해서 마카나 얇은 수성펜으로 만화를 그렸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더 잘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이 좋아졌지만, 그때의 분위기가 잘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작업에서 더 큰 면을 발현하나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둘 다 아쉽네요. 엉엉.)


어쨌거나 이렇게 버스에서 저는 주로 작업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하고, 글 작업이 아니더라도 그림을 그린 적도 꽤 있습니다. 광역버스에서는 더더욱 눈치 보지 않고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그리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버스의 공간 자체를 매우 편안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버스에서 다 못 읽은 책을 읽거나 메모장에 생각을 정리하거나 노래를 자주 듣습니다.


요란하고 사람 많은 버스 안에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하고, 케이팝이나 팝 장르의 시끌벅적한 노래로 제 귀를 채워버립니다. 반대로 고요한 버스 안에서는 정적인 노래를 듣고 시집을 읽거나 하는 정적인 활동을 합니다. 휴식 공간이자 대피 공간, 정도가 맞을 것 같습니다.


다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소란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 어딘가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딘가로 가는 길에 타는 버스와 그 덜컹거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전기버스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덜컹거리고 소음이 있는 옛 버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EC%A0%9C%EB%AA%A9_%EC%97%86%EB%8A%94_%EC%95%84%ED%8A%B8%EC%9B%8C%ED%81%AC.jpg?type=w773


버스 안에서 제 첫사랑과 첫 실수와 처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상하게 지하철보다 더 정이 가고, 버스정류장이라는 단어도 굉장히 문학적인 느낌이 드네요. 그럼, 강추위에 아무래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뜬금없이 치킨 먹고 싶다고 하신 분, 치킨 사드릴 테니까 오늘도 댓글 다세요.


추위 조심!


목화드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