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42화 이름

by 김목화

2025년 8월 17일 오후 3:28


이름
1. [명사]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
2. [명사]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
3. [명사] 성과 이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성은 가계(家系)의 이름이고, 명은 개인의 이름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이름을 문득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나는 이름을 문득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름은 여러 가지이다. 물론 온라인 사회와 물리적 사회의 경계가 흐릿한 현 21세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별명과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와는 조금 다르게, 2019년도부터 내 새로운 이름으로 나만의 자아를 유지해 왔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이름은 ‘필명’이다. 필명은 사람들이 어떤 창작물(글, 그림 등)을 만들 때 본명과 다르게 사용하는 이름을 말한다.


나는 2019년도부터 대략 2021년도까지 ‘명란’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학교에서 별명을 지어 부른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었지만, 학교에서의 호칭 외에도 각종 일 관련 행사에 ‘김명란’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러다 문득 누워서 생각했을 때, 이름을 바꾸어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름을 지은 계기가 너무 유치했다

내가 이름을 바꿔서 지으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은 이름의 계기가 너무 유치했기 때문이다. 명란은 사실 당시 나의 트위터 닉네임이었다. 원래 그 별명을 짓게 된 것은 그 당시 내가 일본의 천년돌이라고 부르는 한 여자 아이돌 덕분이었다. 내가 덕질하던 그녀가 장난삼아 입었던 빨간색 침낭이 마치 명란젓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를 숨기고 이름에 한자 뜻을 부여했다. 밝을 명에 정성스러울 란, ‘밝고 정성스럽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명란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가 문득 위기감이 들었다. 내가 만약에 거대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자, 이번 OOO 수상을 한 김-명-란-!”


나는 머릿속으로 엄청난 상을 이미 받았고, 기분이 아찔해졌다. 사람들이 수군수군하는 게 들렸다. 사실 수군거리는 것은 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그랬다. 하지만 이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럴싸한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본명

사실 나는 엄청난 본명을 가지고 있다. 하나도 특이하거나 눈에 띄지 않지만, 본명은 엄청난 한자 뜻이있다. 합쳐서 ‘우주를 비추다’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우주에서 빛을 내는 태양과 같은 별을 의미한다. 나는 태양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이상하지만, 어쨌든 내 본명의 뜻은 숭고하리만큼 좋다. 하지만 본명을 쓰는 일상적 자아와 작가적 활동을 하는 작가적 자아의 분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필명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뿌듯하게 수료한(마무리한) 일

나는 이러쿵저러쿵 새로운 이름의 후보를 두다가, 결국에는 꽃 이름으로 하는 게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심지어 논의하다가 (나만의 논의)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갔냐면, 1월 25일 내 생일의 탄생화인 ‘점나도식물’까지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당시 내 인생에서 가장 뜻깊게 마무리한 것이 무얼까 고민했다. 그랬더니 결과로 나온 것은 고등학교 졸업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에서 나는 사촌 언니와 고모에게 ‘목화’ 꽃다발을 받았다. 무슨 목화꽃다발을 받냐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당시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드라마 <도깨비>가 한창 유행 중이었다. 당시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여자 주인공 지은탁이 이야기의 흐름으로 목화꽃다발을 선물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 시절 고등학교를 자퇴하려 하고, 온갖 것들에 고난을 겪은 나는 졸업을 하는 것이 감개무량했다. 사실 그만둘 줄 알았다. 그러므로 졸업식 때 받은 꽃이름이 내 이름이 된 것이다.


당신은 이름의 힘이 있다고 믿는가?

나는 이름에 어느 정도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름을 바꿔서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벌거나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목화라고 불러주기 때문에 목화로서의 1인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나는 본명 OO일 때는 OO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을 나의 무언가로 생각하겠다는 마음과 그 사람의 본연을 입 끝의 공기를 뱉어 발음하는 것 등 감성적인 것을 넘어서는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서 본인을 다해내가고 있나요?

마지막으로 이를 묻고싶다.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고 싶나요?

월요일 연재